오늘은, 여기까지
1화. 신청곡, 있으세요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지하 재즈바 '녹턴'은 마감 30분 전에만 가는 곳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 시간이면 손님이 없고, 안주를 안 시켜도 눈치가 안 보이고, 마지막 곡을 들을 수 있었다. 회사 골목 끝 계단을 열두 개 내려가면 나오는, 테이블 다섯 개짜리 바. 사장은 바 안쪽에서 잔을 닦았고, 무대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구석의 업라이트 피아노 앞에는 매일 밤 같은 사람이 앉아 있었다.
장세인. 이름은 사장이 알려 줬다. 전속 피아니스트. 매일 밤 마지막 곡을 치는 사람.
나는 3주 동안 그 마지막 곡을 들었다. 재즈 스탠더드라고 사장이 통칭하는 곡들. 그녀는 눈을 감고 쳤고, 낮은 조명 아래서 붉은 입술만 또렷했고, 곡은 매번 아름다웠고 — 그리고 매번 끝나지 않았다.
처음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곡이 마지막 소절로 들어가는 그 순간, 마무리 화음이 와야 할 자리에서, 그녀는 손을 뗐다. 딱 한 소절 앞에서. 여운도 페달도 없이, 그냥 손을 무릎에 놓고 눈을 떴다. 사장은 그때 "마감입니다"라고 했다. 손님들은 곡이 끝난 줄 알고 박수를 치거나, 박수도 없이 나갔다.
한 소절 모자란 곡을 3주 들으면 사람이 이상해진다. 나는 그 마지막 소절을 머릿속에서 매번 완성하며 계단을 올라갔다.
그날은 손님이 나 하나였다.
마감 20분 전. 비가 와서 아무도 안 내려왔다. 바 안쪽에 사장, 구석에 피아노, 테이블에 나. 그녀가 마지막 곡을 시작했다. 느린 발라드. 눈을 감고. 쉼표가 많은 연주였다. 음과 음 사이에 그녀가 숨을 쉬는 게 들렸다.
마지막 소절 앞에서, 손이 멈췄다.
그리고 — 평소와 달랐다. 그녀가 눈을 뜨고, 사장이 아니라 나를 봤다. 피아노와 테이블 사이 다섯 걸음 거리에서.
"신청곡, 있으세요."
물음표 없는 질문이었다. 낮고 느린 존댓말. 나는 3주 만에 처음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 없으면 제가 고를게요. 당신 것 같은 걸로."
당신 것 같은 곡. 나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이해하기 전에 다른 말이 먼저 나왔다.
"방금 곡, 안 끝났잖아요."
그녀가 웃었다.
소리가 없는 웃음이었다. 눈이 가늘어지고 입꼬리가 올라갔는데 소리는 나지 않았다. 3주간 본 적 없는 얼굴. 그녀는 건반에서 손을 뗀 채로, 쉼표 하나만큼 있다가 말했다.
"끝까지 치면 끝나잖아요. 그게 싫어서요, 저는."
그게 전부였다. 이유는 그 한 문장이었고, 나는 더 묻지 않았다. 그 문장이 그 이상 열리면 안 되는 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럼, 신청곡이요." 내가 말했다. 옛날 스탠더드 하나를 댔다. 제목은 여기 적지 않는다 — 아는 게 그것뿐이어서 댄 곡이고, 이 이야기에서 그 곡은 이름이 아니라 '첫날의 곡'으로만 불리게 되니까.
그녀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당신 것 같네요." 그리고 눈을 감고 쳤다.
계단을 올라갈 때 사장이 따라 나왔다. 담배를 피우려는 건지, 말을 하려는 건지.
"손님." 사장이 라이터를 켜지 않은 채 말했다. "세인 씨가 손님한테 신청곡 물은 거, 5년 만에 처음이에요."
"…5년이요?"
"5년 동안 마지막 곡은 자기가 골랐어요. 누가 신청해도 안 받았고." 사장은 계단 아래를 봤다. "근데 오늘 물었네. 그것도 마감 직전에."
나는 빗속에 서서 방금 들은 곡을 떠올렸다. 내가 고른 곡. 그녀가 '당신 것 같다'고 한 곡.
그 곡도 끝까지 치지 않았다. 마지막 소절 앞에서 손이 멈췄고, 눈을 떴고, 나를 봤다.
"오늘은, 여기까지—"
그 문장도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