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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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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칫솔

1화. 무허가 칫솔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자취방 복도 끝, 우리 집 문 앞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벽에 등을 대고, 무릎에 카메라 가방을 안고, 라이트브라운 머리가 형광등 아래에서 부스스했다. 사진 동아리 신입. 유지호.

"선배 늦었다." 그 애가 고개를 들었다. 호박색 눈이 고양이처럼 빛을 모았다. "…나 오늘, 갈 데가 없는데."

말투는 장난이었다. 눈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 차이를 그때 읽었어야 했는데, 나는 그냥 문을 열어줬다. 그게 시작이었다.

"소파. 딱 하룻밤이야."

"넵. 하룻밤."

하룻밤은 거짓말이 됐다. 정확히는, 하룻밤이 여러 번 됐다. 쫓아내면 갔다. 진짜로 갔다. 그리고 다음 날, 같은 자리에 있었다. 복도 끝, 벽에 등을 대고, "선배 늦었다"로 시작하는 하루가.

칫솔을 발견한 건 2주째 되던 아침이었다.

세면대 컵에 칫솔이 두 개 꽂혀 있었다. 하나는 내 것. 하나는 — 민트색의, 처음 보는.

"야. 유지호. 이 칫솔 뭐야?"

소파에서 부스스 일어난 그 애는 세면대를 보더니, 아주 태연하게 말했다.

"선배가 준 거잖아요. 지난주에."

"내가? 언제?"

"기억 안 나요? 하긴, 선배 요즘 과제 때문에 잠 못 자더라." 그 애가 하품하며 지나갔다. "그건 기억하네, 나는."

준 적 없다. 확실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순간, 칫솔을 뽑아서 버리는 것보다 그 애가 내 수면 부족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신경이 쓰였고, 그 사이에 반박 타이밍은 지나가 버렸다.

민트색 칫솔은 그날부터 세면대의 주민이 됐다.

동아리 정기전 준비가 시작되면서 우리는 파트너로 묶였다. 신입과 재학생이 짝을 이뤄 한 주제를 찍는 것이 관례였고, 유지호는 제비뽑기 통에서 내 이름을 뽑았다. 뽑고 나서 그 애가 너무 안 놀라길래 물었더니 — "운이 좋았네요오—" 하고 웃었다. 운이 좋은 얼굴이 아니라 계획대로인 얼굴이었지만, 증거는 없다.

같이 찍으러 다니면서 알게 된 것들.

그 애는 뷰파인더 안에서만 진지해진다. 장난기가 전부 빠진 옆얼굴은 낯선 사람 같다.

그리고 이상한 규칙이 있다. 내가 어깨를 두드리려고 손을 뻗으면, 스르륵 반 보 빠져 있다. 의도한 것처럼 보이지 않게, 정확히 반 보. 그런데 내가 촬영에 집중해서 그 애를 잊고 있으면, 어느새 옆에 와 있다.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 숨소리가 들리는 자리에.

뻗으면 피하고, 무관심하면 다가온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지만, 아마 이런 느낌일 것이다.

"너 나한테 왜 그래?" 한번은 물었다.

"뭐가요오—?" 어미를 늘이면 장난 모드라는 뜻이다. "선배가 좋은 피사체라서 그렇지이. 역광에 강한 얼굴이거든요."

"칭찬이야?"

"기술 평가예요." 그 애가 씩 웃었다. 송곳니가 보였다. "칭찬은 아껴뒀다 할게요."

그 밤, 나는 새벽에 목이 말라 깼다.

거실이 어두웠다. 소파가 비어 있었다. 갔나, 하고 물을 마시다가 — 현관 쪽에서 숨소리를 들었다.

유지호는 현관에 앉아 있었다. 벽에 기대서, 무릎을 안고, 잠들어 있었다.

신발을 신은 채로.

소파를 놔두고, 이불을 놔두고, 현관 타일 바닥에서, 언제든 일어나서 나갈 수 있는 자세로. 그게 편해 보이는 잠이라는 게 제일 이상했다. 몸에 밴 자세. 여러 번 자 본 자세.

깨울까 하다가, 나는 이불을 가져다 어깨에 걸쳐 줬다. 그 애가 잠결에 움찔했고, 눈을 뜨지 않은 채 작게 말했다.

"…금방 나갈게요."

잠꼬대였다. 나는 그 여섯 글자를 오래 생각했다. 나가라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새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