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안 되는 건 나예요
2화. 오진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노트는 다음 수업 때 돌려줬다. "떨어져 있었어요"라고만 했다. 그는 받으면서 뒷장을 봤는지 안 봤는지 묻지 않았고, 나는 말하지 않았다. 그날 수업 속도는 평소와 같았다. 그리고 그날 밤 이후로 노트는 식탁 밑에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노트를 가방 안쪽에 넣고 다녔다.
D-30이 되자 나는 무너졌다.
번아웃은 소리 없이 온다. 문제를 풀 수 없는 게 아니라 문제집을 펼 수가 없었다. 퇴근하고 식탁에 앉으면 손이 안 움직였다. 커피는 다섯 잔이 됐고, 잠은 네 시간이 됐고, 그가 오는 11시에 나는 식탁에 엎드려 있었다.
"오늘은 과외 안 해요."
그가 문제집 대신 내 코트를 들었다.
"…네?"
"산책이요. 30분. 걸으면서 해요."
밤 11시의 동네를 걸었다. 그는 정말로 수업을 했다. 걸으면서. 편의점 간판을 가리키며 "저 파란색, 진통제 계열 색깔 코드로 외우세요", 세탁소 간판 앞에서 "저 글자 수, 항생제 세대 수", 약국 간판 앞에서는 "여기는 그냥 약국이네요"라고 해서 나는 처음으로 웃었다. 일주일 만이었다.
"그쪽, 웃는 거 오랜만이에요." 그가 말했다. 관찰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정정했다. "…아니, 기록에 그렇게 적혀 있다는 뜻이에요."
"기록 아직 하세요?"
"…네." 안경을 고쳐 썼다. "오늘은 '카페인 과다'가 추가됐어요."
"저요?"
"아뇨. 본인이요." 그가 말했다. "제 차트에요. 요즘 커피가 늘어서."
제 차트. 그는 나를 관찰하면서 자기도 관찰하고 있었고, 자기 쪽 진단은 계속 틀리고 있었다. 수면 부족, 카페인 과다. 증상은 정확히 읽고 원인은 매번 빗나가는 사람. 독자가 있다면 독자는 이미 알았을 것이다. 나도 알았다. 본인만 몰랐다.
편의점 앞에서 내 손이 떨렸다.
커피 다섯 잔의 손 떨림. 스스로도 알고 있는 증상. 봉지를 들다가 놓쳤고, 줍는 손이 떨렸고, 그가 그걸 봤다.
그가 내 손을 잡았다.
손목이 아니라 손. 손바닥이 손등을 덮는 방식으로. 밤 11시 반의 편의점 불빛 아래서.
"맥 짚는 거예요."
거짓말이었다. 맥은 손목에서 짚는다. 의대 본과 4학년이 그걸 모를 리 없다. 나는 그 거짓말을 지적하지 않았고, 그는 지적당하지 않은 거짓말 위에서 3초를 버텼다. 하나, 둘, 셋.
셋에 그가 스스로 손을 놓았다.
"…빈맥이네요. 카페인 줄이세요." 안경 너머의 시선이 편의점 간판으로 도피했다. "저도요."
의학 지식을 핑계로 손을 잡는 건 그날 한 번이었다. 그 뒤로 그는 두 번 다시 그 핑계를 쓰지 않았다. 다음 산책에서 내 손이 또 떨렸을 때, 그는 보리차를 사 와서 내 손에 쥐여 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한 번 쓴 거짓말은 두 번 쓰면 거짓말이 아니라 수법이 된다는 걸 아는 사람이었다.
그의 시험 날짜를 안 건 과외 앱에서였다.
수업료 정산을 하려고 앱을 열었는데, 그의 프로필이 갱신돼 있었다. 「12월 이후 신규 수업 불가 — 국가시험 응시.」 날짜가 적혀 있었다.
내 편입 시험 일주일 뒤였다.
계산이 됐다. 내 시험 D-30이면 그의 시험은 D-37. 의사 국가시험을 37일 앞둔 사람이 밤 11시에 남의 집 식탁에서 유기화학을 가르치고, 산책을 시키고, 관찰 기록을 쓰고 있었다. 자기 시험은 한 번도 말하지 않은 채로.
"틀린 게 아니라 아직 안 배운 거예요. 그 둘은 달라요." 그가 자주 하는 말이었다.
나는 프로필 화면을 보면서, 이 사람이 자기 차트에서 뭘 안 배웠는지 생각했다. 자기 시험을 셈에 넣는 법. 자기가 먼저인 법.
다음 수업에 뭐라고 해야 할지, 나는 아직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