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담
홈

집중 안 되는 건 나예요

3화. 이름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과외 중단은 내가 먼저 말했다.

D-21, 밤 11시. 그가 문제집을 펴기 전에 나는 말했다. "오늘까지만 할게요." 그의 펜이 멈췄다. 안경 너머의 시선이 문제집에서 나에게로 왔다. 관찰이 아니라, 그냥 보는 눈으로.

"…이유는요."

"선생님 시험이요. 앱에서 봤어요. 제 시험 일주일 뒤잖아요."

"그건 제 일정이고—"

"제 일정이 선생님 일정을 먹고 있어요." 나는 준비한 말을 했다. "밤 11시에 여기 오는 대신 자기 공부 하셔야죠. 저 이제 혼자 할 수 있어요. 산책하면서 외운 거, 다 남아 있어요."

긴 침묵. 그는 위약 없는 계약을 자기 입으로 말한 사람이다. 사유 없이 그만둘 수 있다고. 그러니 그는 받아들여야 했고, 받아들였다.

"…알겠어요. 그쪽이 정한 거니까."

그쪽. 그 호칭은 끝까지 그대로였다. 그는 가방을 챙기고, 현관에서 돌아보고, 뭔가 말하려다 안경을 고쳐 쓰고, 나갔다. 식탁에 그의 노트는 없었다. 이번엔 제대로 챙겨 갔다.

시험 당일 아침 7시 40분.

시험장은 대학교 강의동이었다. 입실 8시. 나는 정문에서 강의동까지 걸으며 산책하면서 외운 것들을 되뇌었다. 편의점 파란색, 세탁소 글자 수, 약국은 그냥 약국.

강의동 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

패딩, 안경, 손에 종이컵 두 개. 밤 11시에만 존재하던 사람이 아침 7시 40분의 햇빛 아래 있었다. 관찰자가 처음으로 현장에 나온 것이다. 노트도 펜도 없이, 당사자로.

"…선생님, 시험이—"

"일주일 뒤예요. 오늘은 아니고요." 그가 종이컵 하나를 내밀었다. 커피가 아니었다. 따뜻한 보리차. "카페인 금지. 빈맥이니까."

나는 받았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그가 그걸 봤다. 관찰하는 눈으로, 그리고 안도하는 눈으로.

"틀린 게 아니라 아직 안 배운 거예요." 그가 말했다. 늘 하던 말. 그런데 이어지는 문장이 늘 하던 것과 달랐다. "그쪽— 아니."

그가 안경을 벗었다.

안경 없는 얼굴을 나는 처음 봤다. 관찰자의 렌즈를 내려놓은 얼굴. 그가 나를 그쪽이라고 부른 지 두 달 만에, 처음으로, 그 호칭이 사라진 맨 문장이 왔다.

"채원 씨."

이름이었다.

"틀린 게 아니라 아직 안 배운 거예요. 저도요."

저도요. 그 두 글자에 두 달치 오진이 들어 있었다. 수면 부족, 카페인 과다 — 자기 차트에서 계속 틀리던 원인을, 그는 틀린 게 아니라 아직 안 배운 거라고, 이제 배우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관찰자는 당사자가 된다. 그는 그걸 알면서 불렀다.

입실 벨이 울렸다.

나는 보리차를 든 채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못 들어갈 것 같아서. 등 뒤에서 그가 뭔가 더 말했는지, 안 했는지는 — 모른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몰라야 했다.

시험이 끝나고 강의동을 나오니 그는 없었다. 대신 정문 경비실에 맡겨진 봉투가 있었다. 내 이름. 그의 글씨.

봉투 안에는 노트가 들어 있었다. 그 노트. 표지에 아무것도 안 쓴 대학 노트.

첫 장을 폈다. 풀이가 아니었다. 관찰 기록의 첫 줄이었다. 나는 날짜를 읽었다.

「09/14 도서관 3열람실. 창가 자리. 약학 개론 3회독째. 커피 2잔. 23:00 퇴실.」

9월 14일. 과외를 시작한 건 11월이었다. 두 달 전. 같은 도서관, 같은 열람실. 그는 나를 과외 앱에서 처음 본 게 아니었다. 나를 먼저 보고 있었다. 두 달 전부터, 창가 자리의 등을.

「기록 사유 불명.」 첫 줄 옆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두 달 뒤 그는 그 사유를 자가 진단했고, 틀렸고, 오늘 아침 배웠다.

— 4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