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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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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의 예외조항

4화. 원인란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좋았다.

지하철 창에 비친 얼굴을 보면서 나는 그 두 글자를 원인란에 적지 않았다. 적으면 이 서류가 업무 문서가 아니게 되니까. 대신 분류를 보류했다. 보류는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다.

나흘이 지났다.

데이터는 정직했다.

월요일, 커피 없음. 화요일, 커피 없음. 수요일, 회의실 자리 에어컨 정면. 목요일, 회의 종료 11시 52분 — 막차는 이미 갔고, 그는 종료 시각을 확인하지 않았다. 나흘 치 표본이 전부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조치가 멈췄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결정이었다.

결정에는 이유가 있다. 그게 내 전공이다.

반려는 계속됐다. 오히려 더 정확해졌다. "이건 다시. 5페이지 표본 크기가 결론을 못 받칩니다." 붉은 글씨는 여백을 빈틈없이 채웠고, 어디에도 나에 대한 말은 없었다. 그 점은 첫 주와 같았다. 달라진 것은 그가 기획서를 돌려줄 때 내 얼굴이 아니라 문서를 본다는 것뿐이었다.

그 각도를 나는 이번에도 데이터에 넣지 않았다.

목요일 탕비실에서 옆 팀 동료가 종이컵을 들고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은호 씨네 팀만 그래"를 남기고 내린 사람.

"은호 씨, 그거 들었어?"

"뭘요."

"감사 결과. 광고비 건, 현 팀장 관리 책임으로 나왔대. 권 팀장님 서면 경고."

종이컵을 든 손이 멈췄다. 커피가 흔들렸다. 나는 그것을 야근 피로로 분류하지 않았다. 분류할 여유가 없었다.

"…경고요."

"응. 본인이 그렇게 말했다며, 감사 회의실에서. 팀장 책임이라고. 그러면 감사팀은 그대로 적지. 자기가 달라고 한 건데."

그건 제 실수입니다. 팀장 책임이에요.

그 문장이 감사 서류에 그대로 옮겨 적혔다는 뜻이었다. 나는 열 달 동안 내 이름 옆에 붙어 있던 한 줄을 알고 있다. 사고 이력. 그 한 줄이 이제 그의 인사 기록에도 붙었다. 내 것 대신이 아니라, 내 것 옆에. 나를 데려온 근거가, 그의 기록에는 사유가 됐다.

"그래서 요즘 팀장님 표정이 그런가."

동료가 종이컵을 버리며 말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열 달 전이나 지금이나 같았다. 달라진 것은 표정이 아니라 조치였다.

팀장실 앞까지 갔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그는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노크를 하려고 손을 들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죄송하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가 제일 싫어할 말이다. 고맙다는 말도 아니었다. 그건 근거를 동정으로 바꾸는 말이다.

손을 든 채로 3초를 셌다. 그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나는 손을 내렸다.

자리로 돌아와서, 열 달 만에 처음으로 기획서를 고치지 않고 퇴근했다.

지하철. 같은 창, 같은 얼굴.

원인란은 아직 비어 있었다. 나흘 전에 적지 못한 것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나는 숫자를 다루는 사람이라, 세 번 확인한 것은 사실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있다. 나흘 치 표본은 세 번을 넘겼다.

에어컨을 등진 자리. 10시 43분. 시럽 없는 라떼.

나는 그 예외들이, 좋았다.

적고 나니 서류는 업무 문서가 아니게 됐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그래도 서류를 찢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요일 아침, 팀 공용 주문표를 열었다.

습관이었다. 밤샘 주간에 처음 열어 본 뒤로, 아침마다 열었다. 내 이름 옆의 비고란 — '시럽 X' — 를 확인하는 것이 하루의 첫 데이터였다.

비고란이 비어 있었다.

지워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비고는 그대로였다. 내 것만.

이 시트는 공용이라 수정 이력이 남는다. 셀을 클릭하면 마지막 수정자가 뜬다. 나는 클릭하지 않았다. 아직은.

누가 지웠는지, 알 것 같아서.

— 5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