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의 예외조항
21화. 네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네."
한 글자였다. 나는 그것을 확인형으로 냈다. 물음표 없이. 이 사람에게 배운 문법 그대로.
팀장실이 조용했다. 에어컨 소리. 내가 올리지 않은 온도. 그가 자기 손으로 올린.
"서운해요. 근거가 아니라서요."
"…"
"근거였으면 됐어요. 원장 위에 있는 거였으면. 뒷줄에서 손 든 거 위에 있는 거였으면. 그건 제 거니까. 제가 한 거니까. 그런데 책임은 팀장님 거잖아요. 팀장님이 못 막은 거 위에 제가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저는 —"
숨을 골랐다. 세면대 없이.
"근거가 아니라, 그냥이었으면 했어요."
그냥.
업무 문서에 들어갈 수 없는 단어를, 나는 팀장실 한가운데서 냈다. 원인란에 적지 못한 것을 소리로 냈다. 소리는 표본이 하나라서 신뢰 구간이 없다. 그래서 다시 내지 않았다. 한 번이면 됐다.
그는 문장을 내지 않았다.
대신 서랍을 열었다. 책상 오른쪽 두 번째. 연필이 나왔다. 붉은 펜이 아니라 연필. 여백에 썼다가 지웠던 그것.
책상 위에 반려본이 있었다. 이번 주 것. 4페이지 출처 연도. 내 것이 아니라 팀원 것이었는데, 그는 그 마지막 장 여백에 연필을 댔다.
「9/14」
썼다. 그리고 지우개를 들지 않았다. 연필을 내려놓았다.
"지우지 않습니다."
낮았다.
"그날은 근거가 아닙니다. 원장 이전이니까. 업무 문서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니까 지웠습니다. 그런데 —"
그가 멈췄다. 문장이 짧아지는 지점이었다. 나는 셌다.
"그냥이라는 항목은, 규정에 없습니다."
"…그러면 예외조항이잖아요."
내가 말했다. 그가 나를 봤다. 연필 자국이 여백에 남아 있었다. 지워지지 않은 채로. 이 사람이 업무 문서 여백에 지우지 않고 남긴 첫 번째 업무 아닌 글씨.
"12조요. 팀장 재량. 근거가 있어도 안 내신 건 근거 때문이 아니었잖아요. 근거 있음, 이라고만 쓰신 건 —"
"은호 씨."
"그냥이었잖아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결측치. 그런데 이번 결측치는 지난번과 값이 달랐다. 가로등 아래서 대답하지 않았을 때는 책임이라는 값이었고, 지금은 —
연필이 책상 위에 있었다. 지우개는 서랍 안에 있었다. 그 거리를 나는 데이터에 넣었다. 이 사람은 말 대신 거리로 대답하는 사람이고, 오늘 거리는 서랍 한 칸이었다.
"복귀하세요."
그가 말했다. 평소보다 짧았다. 나는 문을 열었다. 열고 나서 돌아봤다. 그는 반려본을 보고 있었다. 자기가 쓴 연필 글씨를. 붉은 글씨 옆에 나란히 있는 회색 숫자 넷을.
나란히.
자리로 돌아왔다. 창가. 첫날 그가 정해 준.
메일이 와 있었다. 감사팀. 팀 전체 참조가 아니었다. 나에게만.
[감사팀] 소환 통지 — 참고인 출석 요청.
대상자란을 봤다.
권도영. 사유: 본부 결재 라인 미경유 감사 직보 건(직제 위반). 참고인: 은호.
나는 세 번 읽었다. 오타는 없었다.
이번에는 그가 소환됐고, 내가 참고인이었다. 감사 회의실. 열 달 하고 한 달 전에 그가 자료를 덮고 팀장 책임이라고 말했던 그 방에, 이번엔 내가 들어간다. 그의 옆이 아니라, 참고인석에.
— 22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