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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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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의 예외조항

2화. 조치의 밀도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월요일 아침 회의는 3분 만에 끝났다.

"경쟁 PT입니다. 세인기획이 리서치를 선점했고, 우리 초안은 오늘부로 폐기합니다. 2주 안에 다시 만듭니다."

회의실이 얼어붙었다. 폐기, 라는 단어에 누군가 숨을 삼켰다. 권도영은 그 위로 세 번째 문장을 얹었다.

"분담은 메일로. 숫자는 전부 은호 씨."

끝. 회의실을 나가는 등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저 사람은 위기 앞에서 문장이 짧아진다. 그리고 나는 아직 지난주 금요일 밤의 질문을 처리하지 못했다.

작년 3분기 톤이 낫습니다.

사고 이전의 나를 알고 있는 사람. 그 코멘트를 열어본 순간부터, 나는 권도영을 관찰 대상 목록에 올려 두고 있었다.

밤샘 주간이 시작됐다.

밤샘 사무실, 말없이 커피를 책상 끝에 놓아 둔다

첫 번째 데이터는 회의실 자리였다. 매일 배치가 조금씩 바뀌는데, 내 자리만 항상 에어컨 바람을 등졌다. 첫날은 우연으로 분류했다. 나흘째 되던 날, 분류를 보류했다. 우연은 표본이 쌓이면 이름이 바뀐다.

두 번째 데이터는 회의 종료 시각이었다. 밤샘 주간인데도 전체 회의는 밤 10시 43분이면 끝났다. 내 막차는 10시 58분이다. 확인해 보니 다른 팀원들은 차가 있거나 회사 앞에 살았다. 막차가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세 번째 데이터가 결정적이었다.

수요일 밤, 자리에 커피가 놓여 있었다. 시럽 없는 라떼. 주문한 적 없다. 팀 공용 주문표를 열어 보니 내 이름 옆에만 비고가 붙어 있었다. '시럽 X.'

나는 이 회사에서 커피 취향을 말한 적이 딱 한 번 있다. 전 팀 시절, 탕비실에서, 지나가듯이.

표본 셋. 유의미하다. 그런데 이 데이터가 가리키는 결론을, 나는 적을 수가 없었다.

리허설은 금요일이었다.

내 파트만 두 번 반려됐다.

"이건 다시. 숫자가 무기인데 무기를 뒤에 뒀어요. 3페이지 앞으로."

세 번째 리허설. 슬라이드를 다 넘겼을 때, 회의실은 조용했다. 권도영은 잠깐 자료를 내려다보더니, 팀 전체를 향해 말했다.

"본 PT 숫자 파트는 은호 씨가 직접 합니다."

웅성거림이 일었다. 클라이언트 앞 발표는 보통 팀장 몫이다. 하물며 나는 — 사고 이력이 있는, 온 회사가 아는 그 실무자다.

"숫자는 은호 씨가 제일 정확하니까."

무심한 부연이었다. 채점하듯이, 사실을 읽듯이. 그리고 그는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면서, 아주 잠깐 — 1초도 안 되게 — 시선을 창밖으로 비켰다. 그 각도를 나는 데이터에 넣지 않기로 했다. 넣으면 결론이 나와 버릴 것 같았다.

나는 "네" 한 글자를 겨우 냈다. 그리고 리허설이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가서, 세면대를 붙잡고 오래 숨을 골랐다. 사고 이후 열 달 만에, 공개된 자리에서, 숫자로 신뢰받았다. 거울은 보지 않았다. 지금 얼굴은 데이터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

PT 전날 밤, 최종본을 안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7층에서 옆 팀 동료가 탔다. 지난번 탕비실에서 권도영의 악명을 알려 주던 사람이다. 그가 최종본 더미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내일이지? 고생했네. …근데 은호 씨."

"네?"

"권 팀장님 원래 저런 분 아닌데. 회의를 시간 맞춰 끝내는 사람이 아니야. 작년에 우리 팀이랑 협업할 땐 새벽 2시가 기본이었어."

그는 5층에서 내렸다.

"은호 씨네 팀만 그래."

문이 닫혔다.

거울 벽에 내가 비쳤다. 최종본을 안은, 뺨이 붉은 사람. 나는 원인란을 채우려고 했다. 야근 피로. 난방. 긴장.

이번에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았다.

원래는, 어떤 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