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의 예외조항
18화. 보고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검산 보고.
나는 그 네 글자를 세 번 읽었다. 소리로 들은 것을 읽는다고 말하는 것이 이상하지만, 나는 그렇게 한다. 듣는 것은 표본이 하나라서 신뢰 구간이 없다. 읽으면 세 번 읽을 수 있다.
권도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조성민이 일어났다. 명함을 테이블에 남기고, 태블릿을 챙기고, 나를 보며 말했다.
"제안은 유효해요, 은호 씨. 미르온이 은호 씨한테 뭘 해 줬는지 생각해 봐요. 이름 지운 건 회사고, 지켜 준 건 —"
"나가세요."
권도영이었다. 두 번째 말하게 한 것이다. 조성민이 나갔다.
카페에서 회사까지 두 블록. 이번에도 나란히였다. 그런데 걸음이 느렸다. 누가 늦춘 것인지 이번에는 알았다. 나였다.
"보고하셨어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열 달 전에. 원장 검산하고, 서명 비교하고, 연차 기록 대조하고, 삭제 로그 보고. 그거 어디에 보고하셨어요."
"…본부장."
낮았다. 걸음은 계속됐다.
"감사 착수 2주 차였습니다. 실무자 책임으로 결론이 나기 전에. 2차 집행 위조 정황, 서명 복사, 퇴사자 계정 사용. 전부 정리해서 올렸습니다. 감사팀이 아니라 본부장한테. 직제가 그랬으니까."
"그리고요."
"묻혔습니다."
한 단어였다. 나는 그 단어를 받았다. 묻혔다. 대행사 계약, 본부 결재 라인, 퇴사자 계정이 사내에서 쓰였다는 사실이 밖으로 나가면 흔들리는 것들. 본부장은 그 전부를 실무자 이름 하나로 덮는 쪽을 골랐다. 사고 이력 한 줄. 내 이름 옆의.
"그래서 12조를 쓰셨어요."
"네."
"근거가 있어서."
"네."
"…그리고 보고가 묻히는 걸 못 막아서."
그가 멈췄다. 보도 한가운데서. 나도 멈췄다. 가로등 아래였고, 회사 건물이 한 블록 앞에 있었고, 팀장실 불은 꺼져 있었다.
"그건 제 실수입니다."
그가 말했다.
감사 회의실에서 들었던 문장이었다. 그때는 직제로 쌓은 문장인 줄 알았다. 팀장 책임. 관리 책임. 책임 소재를 물을 거면 이쪽으로. 반박할 틈이 없어서 감사팀장이 서류를 정리했던 그 문장.
그 문장이 문자 그대로였다.
보고를 올렸고, 묻히는 것을 막지 못했고, 그 결과로 내 이름이 남았다. 그것이 그의 실수였다. 그는 감사 회의실에서 나를 위해 책임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다. 자기 것을 말한 것이었다.
나는 그를 봤다. 가로등 아래서. 그는 나를 보지 않았다. 회사 건물 쪽을 보고 있었다. 시선을 피한 것인지 그냥 앞을 본 것인지, 각도로는 구분이 안 됐다.
"팀장님."
"…"
"근거가 아니라, 책임이었어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기다렸다. 세 번 기다렸다. 가로등이 한 번 깜빡였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것도 대답이다. 나는 숫자를 다루는 사람이고, 결측치는 값이다.
12조. 근거 있음. 5년 동안 한 번도 안 쓴 조항. 감점. 형광등 두 개. 우산. 그 전부가 근거 위에 있는 줄 알았다. 원장 위에. 뒷줄에서 올라간 손 위에.
책임 위에 있었다.
동정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열 달 동안 생각했다. 책임은 동정보다 나빴다. 동정은 거절할 수 있는데, 책임은 거절해도 그 사람 것으로 남는다.
나는 회사 쪽으로 먼저 걸었다. 그가 따라오는 발소리는 복도가 아니라서 들리지 않았다.
— 19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