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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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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의 예외조항

1화. 내가 데려간다고 했습니다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대기발령.

세 글자를 세 번 읽었다. 오타는 없었다. 나는 숫자를 다루는 사람이라, 세 번 확인한 것은 사실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있다.

인사팀 앞 복도는 유난히 길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안 보는 척하면서 본다. 목소리는 낮췄지만 자음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쟤래. 광고비 그거."

광고비 '그거'. 4,800만 원. 전임 팀장이 결재하고, 전임 팀장이 집행하고, 전임 팀장이 퇴사한 오집행. 결재 라인 맨 아래에 실무자로 이름이 남은 사람만 복도에 서 있다.

팀은 해체됐다. 받아주겠다는 부서는 없었다. 3년 차 마케터의 시장 가치는, 사고 이력 한 줄 앞에서 정확히 0이 됐다.

구두 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남자를 나는 알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전략마케팅팀장 권도영. 칭찬에 인색하고, 평가가 짜고, 그 팀에 가면 3년 치를 1년에 배우는 대신 수명이 준다는 소문의 주인.

인사팀 담당자가 서류를 든 채 따라 나왔다.

"팀장님, 다시 한번 검토를 — 사고 이력이 있는 직원을 지금 시점에 받으시는 건."

"서류는 이미 넘어왔죠."

권도영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복도에서 한 문장으로 상황을 정리한 직후의 침착한 얼굴

"그럼 끝난 얘깁니다."

그가 내 앞을 지나쳤다.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따라오세요. 자리는 창가 쪽입니다."

"저," 나는 서류를 쥔 채로 겨우 말했다. "왜—"

"짐 없죠."

질문이 아니었다. 이 사람의 문장은 물음표 모양을 하고 마침표로 끝난다는 것을, 나는 이날 처음 배웠다.

"그럼 빠르겠네요."

나는 대기발령 서류를 든 채로 세 걸음을 늦게 출발했다. 이유를 물을 틈은 그렇게 지나갔다.

전략마케팅팀 사무실의 공기는 서늘했다. 시선이 일제히 들렸다가, 일제히 모니터로 돌아갔다. 다들 아는 것이다. 내가 누군지. 무슨 '그거'인지.

"은호 씨."

권도영이 팀을 향해 말했다. 소개는 한 문장이었다.

"숫자 봅니다."

끝이었다. 환영한다는 말도, 잘 부탁한다는 말도, 그리고 — 사고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다.

창가 자리에 앉으며 생각했다. 차라리 낫다. 동정은 반박할 수 없어서 피곤하다. 이 팀장은 최소한 나를 불쌍해하지 않는다.

그때는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첫 기획서는 이틀 만에 돌아왔다.

"이건 다시. 근거가 약해요."

여백마다 붉은 글씨가 정확했다. 3페이지의 시장 규모 추정에는 '출처가 2년 전 자료', 7페이지의 전환율 가정에는 '낙관 편향, 재산정'. 아픈데, 이상했다. 어디에도 나에 대한 말이 없었다. 사고 친 주제에, 라는 접두사가 어디에도 없었다.

두 번째 반려. 세 번째 반려.

"이건 다시."

같은 문장을 세 번 들으면 보통은 사람이 상한다. 나는 반대였다. 밤마다 기획서를 고치면서, 사고 이후 처음으로 '일'로만 깎이고 있다는 감각이 낯설게 멀쩡했다.

탕비실에서 옆 팀 동료가 위로랍시고 말했다.

"힘들지? 그 팀장 악명 높잖아. 사람을 갈아 넣는다고."

"…공정하긴 해요."

말해 놓고 나서 스스로 놀랐다. 내가 지금, 그 악명을 변호했나.

그 주 금요일 밤이었다.

야근 중이었고, 회의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유리벽 너머로 다른 팀 팀장의 목소리가 넘어왔다. 방음이 완벽한 회의실은 없다. 목소리를 낮추지 않는 사람 앞에서는 더.

"사고 친 애를 왜 받았어. 감사팀이 아직 들여다보는 건인데."

나는 복사물을 든 채로 멈췄다. 못 들은 척 지나가야 한다는 것쯤은 알았는데, 발이 협조하지 않았다.

권도영의 목소리는 낮았고, 서류 넘기는 소리에 섞여 있었다.

"그 사고, 숫자 봤습니까?"

"뭐?"

"나는 봤습니다."

정적이 유리벽을 넘어왔다. 나는 자리로 돌아왔다. 심장 박동이 평소보다 빨랐지만, 원인란에는 '야근 피로'라고 적어 뒀다. 나는 숫자를 다루는 사람이고, 원인 분류는 내 전공이다.

그 분류가 오류였다는 것은 한참 뒤에 정정하게 된다.

자정 무렵, 세 번째 반려본을 다시 폈다.

고칠 곳을 찾으려던 것뿐이었다. 붉은 코멘트를 순서대로 따라가다가, 11페이지 여백에서 멈췄다.

"작년 3분기 톤이 낫습니다."

작년 3분기.

나는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오타는 없었다.

작년 3분기에 나는 이 팀에 없었다. 그 보고서는 전 팀에서, 사고가 나기 전에 쓴 것이다. 지금 내 앞의 기획서와는 결재 라인도, 서버 폴더도 다르다. 찾으려면 일부러 찾아야 한다.

이 사람이, 그걸 왜 알지.

창밖으로 사무실 불빛이 반쯤 꺼져 있었다. 팀장실 불은 켜져 있었다.

언제부터, 나를 읽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