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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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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빚은 검으로 갚지 않는다

8화. 장부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길을 바꿨다.

여덟째 날은 산 반대편 개울로 돌아 올라갔다. 한 시진이 걸렸다. 바구니에 약초를 채우면서. 창문이 보는 앞에서 산길이 아니라 개울로 들어섰고, 창문은 그것도 봤을 것이다. 그러나 개울은 두 갈래로 갈라지고, 갈라진 뒤에는 창문에서 안 보인다.

움막에 도착했을 때 밥은 되어 있었다. 두 그릇. 그는 움막 앞에 앉아 있었다.

"늦으셨소."

"길을 돌았소. 산길 입구에 감시가 나와 있었소, 어제."

그가 밥그릇을 내려놓았다. 검집에서 아무것도 안 꺼낸 얼굴. 그런데 그 얼굴이 산길 아래를 향해 있었다.

"…무슨 말을 했소."

"약초 자리가 좋은 모양이라고. 산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들이 있다고."

"…"

"그래서 길을 돌았소. 내일은 또 다른 길로 올 거요."

그는 한참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밥그릇을 내 쪽으로 밀었다. "드시오." 그게 대답이었다. 이 사람은 걱정을 말로 하지 않는다. 밥그릇을 미는 것으로 한다. 내가 이자요, 밥값이오, 라는 말을 듣고 배운 것이 그거였다.

밥을 먹고 나서 나는 말했다. 오래 벼르던 말을.

"장부를 봅시다."

"…무슨 장부."

"그쪽 장부요. 내 장부는 내 것이오, 하던 거. 셈은 내가 한다던 거. 여덟 달 치."

그가 나를 봤다. 그리고 검을 봤다. 그리고 다시 나를 봤다. 병법 문제보다 어려운 문제를 받은 얼굴이었다.

"…보여 드릴 것이 못 되오."

"보여 달라는 게 아니라 봅시다, 요. 같이. 셈이 맞는지."

이 사람의 문법을 쓰는 법을 나는 여덟 달 동안 배웠다. 알겠소는 들었다는 뜻. 봅시다는 보겠다는 뜻. 그는 그 문법을 알아들었다. 자기 것이니까.

움막 안쪽. 검 옆에 놓인 보따리. 그 안에서 그가 꺼낸 것은 손바닥만 한 책자였다. 종이를 실로 묶은 것. 겉장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그것을 내 앞에 놓았다. 밥그릇을 밀듯이.

나는 첫 장을 폈다.

장부가 아니었다.

항목이 없었다. 밥값, 약값, 지붕, 약초. 그런 것이 없었다. 은자도 엽전도 없었다. 대신 날짜가 있었다. 그리고 날짜마다 한 줄.

「비. 마당. 의원이 소매를 걷었소.」

첫 줄이었다. 여덟 달 전 폭우의 밤. 나는 그 밤에 이 사람이 눈을 뜨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소매 걷는 것을 봤다는 것도.

「사흘째. 의원이 이름 묻기를 그만두었소.」 「석 달째. 노자. 헝겊. — 못 가오.」 「지붕. 마을 입구가 보이오.」 「의원이 웃었소. 소금 때문에.」 「소매가 손등을 덮었소. 행렬.」 「평상 끝. 세 걸음보다 가까움.」

나는 장을 넘겼다. 넘길수록 줄이 짧아지지 않았다. 길어지지도 않았다. 한 줄씩. 여덟 달. 이 사람이 갚는다고 한 빚의 장부는 갚은 것의 기록이 아니라, 받은 것의 기록이었다. 갚을수록 늘어난다고 한 것이 이런 뜻이었다. 이 장부는 갚을 수가 없는 장부다. 받은 것을 적는 장부니까.

"…셈이 안 맞소, 이거."

내가 말했다. 목소리가 이상하게 나왔다.

"맞소. 안 맞소."

"이러면 평생 못 갚소."

"…그렇소."

그는 그렇게만 말했다. 인정한 것이 아니었다. 이 사람은 이것이 핑계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냥 셈이 안 맞는다고, 사실을 말한 것이다. 그런데 그 사실이 —

마지막 장을 폈다. 오늘 날짜. 한 줄.

「의원이 산에 왔소. 길을 돌아서. 한 시진.」

장부를 덮었다. 그에게 돌려줬다. 그가 받아서 보따리에 넣었다. 검 옆에.

"왜 보여 줬소."

"…봅시다, 라고 하셨소."

"봅시다, 라고 하면 다 보여 주오?"

"의원이 하면 그렇소."

검집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아니, 열린 것이 아니었다. 이 사람은 오늘 검집을 안 열었다. 장부를 보여 준 것은 검집이 아니라 — 검집 자체를 내 앞에 놓은 것이었다. 여는 게 아니라 통째로. 여덟 달 동안 하루 한 번씩 열던 것을, 오늘은 열지 않고 건네준 것이다. 그게 더 컸다.

나는 움막 앞에 오래 앉아 있었다. 해가 기울 때까지. 그는 옆에 앉아 있었다. 세 걸음이 아니었다. 그냥 옆.

"의원."

"…네."

"내려가는 길, 개울로 가시오. 산길 말고."

"알아요."

"…내가 뒤에서 가겠소. 세 걸음. 개울까지만."

"감시가 보면."

"개울은 안 보이오. 창문에서."

그는 그것도 알고 있었다. 창문에서 뭐가 보이고 뭐가 안 보이는지. 지붕에서 밤새 본 사람이니까.

개울을 따라 내려왔다. 등 뒤에 세 걸음. 발소리는 안 났다. 이 사람 발소리는 원래 안 난다. 그런데 나는 세 걸음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등으로 알았다. 산길 입구의 시선과는 다른 것이 등에 있었다.

개울 갈림길에서 발소리 — 아니, 발소리 없는 것이 멈췄다.

"여기까지요."

"…네."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세 걸음이 두 걸음이 될 것 같아서. 그리고 걸었다. 마을 어귀까지.

어귀에 사람이 없었다. 산길 입구에도. 맞은편 집 창문은 —

열려 있었다. 그런데 안에 사람이 없었다. 둘 다.

나는 의원 문 앞에 서서 빈 창문을 봤다. 감시가 자리를 비운 것이다. 낮에. 이레 동안 한 번도 비우지 않던 자리를.

그 사람들이 어디 갔는지, 나는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을 알려 줄 방법이 없었다. 세 걸음 뒤에 있던 사람은 개울 갈림길에서 돌아갔고, 움막은 산길로 반 시진이었고, 산길로 오르는 사람은 지금 둘이었다.

— 9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