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빚은 검으로 갚지 않는다
5화. 세 걸음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사자는 둘이었다. 말에서 내려 문 앞에 섰다. 비단옷. 허리에 검. 장날의 행렬에서 본 복색이었다.
나는 문 안쪽에 섰다. 답장을 들고. 그는 —
헛간에 있지 않았다.
마당 한가운데, 내 세 걸음 뒤에 서 있었다. 검을 허리에 찬 채로. 내가 헛간에 계시라고 했는데, 그는 "알겠소"라고 했고, 그 알겠소는 들었다는 뜻이었다. 따르겠다는 뜻이 아니고. 세 걸음. 밤길 왕진 때 그가 따라오던 거리.
사자가 문 안을 봤다. 나를 봤다. 그리고 내 뒤를 봤다.
사자의 눈이 멈췄다. 한 사람 위에서. 검은 옷, 검. 다섯 해 전 만천회 사람이 마지막으로 봤을 얼굴 위에서.
"…의원 연이 되십니까."
사자가 나한테 말했다. 시선은 내 뒤에 둔 채로.
"그렇소. 답장이오."
나는 봉투를 내밀었다. 사자가 받았다. 받으면서도 시선은 뒤에 있었다.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세 걸음이 두 걸음이 될 것 같았다.
"회주께서 하문하셨습니다."
사자가 말했다. 이번엔 나를 보고.
"마당의 검에 대하여."
"마당에 검은 없소. 환자가 있소."
"…환자."
"석 달 전에 쓰러진 환자요. 다 나았으니 곧 떠날 사람이오."
거짓말이 아니었다. 곧 떠날 사람이라는 것만 빼면. 아니, 그것도 거짓말은 아니었다. 빚을 다 갚으면 떠난다고 본인이 말했으니까. 다 갚는 날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사자가 봉투를 품에 넣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번엔 내 뒤를 향해서.
"회주께서 해를 넘기기 전에 뵙자 하십니다. 옛정으로."
내 뒤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검이 뽑히는 소리도, 대답도. 나는 소매 안에서 손을 쥐었다. 뒤를 보지 않았다. 대신 사자에게 말했다.
"환자에게 전할 말은 의원을 거치시오. 여기는 의원이오."
사자가 나를 잠깐 봤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말에 올랐다. 말발굽 소리가 어귀로 사라졌다.
나는 그제야 돌아봤다. 그는 세 걸음 뒤에 그대로 서 있었다. 검 자루에 손이 없었다. 손은 옆에 늘어뜨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 손이 하얗게 쥐어져 있었다.
"…뽑지 않으셨소."
"의원이 앞에 계셨소."
그게 다였다. 내가 앞에 있어서 안 뽑았다는 것인지, 내가 앞에 있어서 못 뽑았다는 것인지. 나는 소매 안의 손을 폈다. 떨리고 있었다. 사자가 봤을까. 이 사람이 봤을까. 이 사람은 봤을 것이다. 세 걸음 뒤에서 이 사람이 못 보는 것은 없다.
낮에는 평소였다.
약초를 널고, 물독을 채우고, 장작을 곱게 팼다. "이자요." "밥값이오." 장부의 나날. 나는 그 장부에 오늘 하나가 더 얹혔다는 것을 알았다. 사자 앞에 서 준 것. 그것은 누구 장부에 적히나. 그의 장부인지 내 장부인지.
코믹한 일도 있었다. 이제는 그것도 하루에 한 번씩 생겼다. 장터 심부름을 보내지 않으니 대신 아이들이 찾아왔다. 마을 아이들. 의원네 호위무사가 검으로 장작을 곱게 판다는 소문을 듣고. 아이들이 나무 막대를 들고 와서 "무사님, 이것도 패 주세요" 했고, 그는 진지하게 나무 막대를 검으로 깎아 줬다. 대패질한 것처럼. 아이들이 환호했다. 그는 환호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몰라서 검을 도로 차고 헛간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좋아하잖소."
"…병법에 없소. 저런 것은."
밤. 비가 왔다.
가을비였다.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 여덟 달 전 그가 마당에 쓰러지던 밤과 같은 소리. 나는 평상에 나갔다. 처마 밑. 그가 거기 있었다. 검을 무릎에 올린 채로. 오늘도 마당이었다.
"비요."
내가 말했다.
"…비요."
그가 받았다. 그리고 한참 뒤에, 내가 묻지 않았는데, 그가 말을 이었다. 다섯 해 전 나만 살았소, 그 문장의 다음 줄을.
"그날도 비가 왔소."
"…멸문의 밤에요?"
"살린 건 비였소. 불이 번지지 않아서. 연기 속에서 나왔소. 아무도 못 봤소. 비 때문에."
빗소리가 처마에서 떨어졌다. 나는 그 문장을 받았다. 이 사람을 살린 것이 비였다. 다섯 해 전에. 그리고 여덟 달 전에도 비가 왔다. 폭우의 밤. 내 마당에 쓰러진 날. 비가 이 사람을 두 번 살렸고, 두 번째에는 나한테 데려왔다.
"오늘 밤도 비요."
그가 말했다. 검을 본 채로. 그리고 —
"…오늘 밤은, 살리는 비가 아니라 지키는 비면 좋겠소."
나는 그 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이 사람이 검집을 오늘 한 번 열었다는 것만 알았다. 사자 앞에서 검을 안 뽑은 손으로, 지키는 비면 좋겠다고 했다. 무엇을 지키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빗소리 속에서 들렸다.
다음 날 아침, 마을이 조금 시끄러웠다.
맞은편 집에 새 사람이 들었다고 했다. 둘. 무사 복색. 장날에 본 비단은 아니고 수수한 옷이었지만, 허리에 검을 찬 사람들이 이 마을에 방을 얻는 일은 없었다. 집주인 할멈이 은자를 받았다고 했다. 얼마나 머무느냐고 물었더니 "겨울까지"라고 했단다.
겨울까지. 해를 넘기기 전에 뵙자 하십니다. 사자의 말과 같은 날짜였다.
나는 의원 문 앞에 서서 맞은편 집을 봤다. 창문이 하나 열려 있었다. 거기서 이 마당이 한눈에 보일 것이다. 지붕도. 헛간도.
헛간 문이 열리고 그가 나왔다. 마당을 가로질러 내 옆에 섰다. 세 걸음이 아니라, 옆에. 그리고 맞은편 창문을 봤다. 오래.
"…감시요."
"알아요."
"헛간이 보이오."
"알아요."
그가 나를 봤다. 검집에서 아무것도 안 꺼낸 눈으로. 그런데 그 눈에 무언가가 있었다. 다섯 해를 숨어 살던 사람이 숨을 곳을 하나 잃은 눈.
"의원."
"…네."
"헛간을, 비워야겠소."
— 6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