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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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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빚은 검으로 갚지 않는다

29화. 재건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붉은 봉투는 평상 위에 사흘을 있었다.

수신인 서문결 친전. 만천회 인장. 사자는 봉투를 놓고 갔다. "회주께서 급하지 않다 하십니다. 답은 소가주께서 정하시는 대로." 소가주. 사자도 그렇게 불렀다. 그는 "소가주는 죽었소"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봉투를 받았다. 열지 않고 평상에 놓았다.

첫째 날, 봉투 옆에서 장작을 팼다. 둘째 날, 봉투 옆에서 약초를 널었다. 셋째 날 —

"열어 보시오."

내가 말했다.

"…"

"사흘이오. 봉투가 평상을 차지하고 있소. 앉을 데가 없소."

그가 봉투를 봤다. 병법 문제. 다섯 해 동안 안 풀어 본 문제의 마지막 장 다음 장.

"…열면 세가가 돌아오오."

"안 열면요."

"안 열면 —" 그가 말을 잘랐다. 그리고 안 이었다. 내가 이어야 하는 자리였는데, 나도 안 이었다. 안 열면 뭐가 되는지 우리 둘 다 알았다. 안 열면 이 마당이 그대로다. 열면 —

코믹한 일은 봉투 자리에서 생겼다.

셋째 날 저녁, 그가 봉투를 평상에서 집어 들었다. 열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봉투를 마당 한가운데 놓았다. 평상에서 세 걸음. 그리고 약초 시렁을 반 걸음 옮겼다. 서쪽으로. 회주가 왔을 때처럼.

"…뭐 하오."

"진형이오."

"봉투한테 진을 치오?"

"봉투 안에 세가가 있소. 세가한테 진을 치는 것이오."

"옛정에는 진형이 없다면서요."

"…세가는 옛정이 아니오. 은원이오."

나는 웃었다. 소리 내서. 이 사람이 붉은 봉투 하나 앞에서 마당에 진을 치고 있었다. 검도 없이. 도끼를 든 채로. 다섯 해 동안 검으로 갚으려던 세가를 도끼 든 채로 마주하는 것이 이 사람의 방식이었다. 그것이 웃겨서 웃었고, 웃고 나서 목이 아팠다.

밤. 평상. 봉투는 마당 한가운데 그대로. 달빛에 붉게.

"소가주로 살 거요, 마당 사람으로 살 거요."

내가 물었다. 물으려던 것이 아니었는데 나왔다. 열 달 만에 처음으로 이 사람한테 하는 정면 질문이었다. 묻지 마시오, 다치니까, 를 열 달 동안 지켰는데.

그가 봉투를 봤다. 그리고 나를 봤다.

"…의원이 정하시오."

"의원은 정하지 않소. 그쪽 것이니."

"검도 마당 것이라 했소."

"검은 마당 것이오. 그런데 세가는 —"

나는 말을 잘랐다. 그리고 이었다. 잘린 자리에서. 이 사람 방식으로.

"— 세가는 그쪽 것이오. 아버지 것이고, 죽은 소가주 것이고, 산 그쪽 것이오. 마당이 정할 게 아니오."

"…그러면."

"그러면 내가 정하는 건 하나요. 의원으로서가 아니라. 마당 주인으로서도 아니라. 그냥."

검집이 열리는 소리를 나는 이번엔 내 쪽에서 들었다. 이 사람이 하루에 한 번 여는 것을 나도 열 달 동안 배웠으니까.

"세가로 가든 마당에 남든, 봉투를 열든 안 열든 — 나는 여기 있소. 이 마당에. 환자가 있으니. 그쪽이 세가 소가주가 돼서 산 셋 너머 어디에 살아도, 이 마당은 여기 있고 나는 여기 있소. 그게 내가 정하는 전부요."

그가 나를 봤다. 오래. 달빛. 붉은 봉투. 반 걸음 옮겨진 시렁.

"…그건 정하는 게 아니라 —"

"아니라?"

"— 남는 것이오."

"같은 말이오. 그쪽 문법으로."

정하는 것과 남는 것이 같은 말이 되는 문법을, 나는 열 달 동안 이 평상에서 배웠다. 오늘 그것을 이 사람한테 돌려줬다.

그가 일어났다. 평상에서. 마당 한가운데로 갔다. 봉투 앞에. 세 걸음. 그리고 봉투를 집어 들었다. 진형 안에서. 그리고 돌아서서, 봉투를 든 채로, 나를 봤다.

"…열겠소."

"네."

"열고 나서 내가 뭐라고 하든 —"

그가 말을 잘랐다. 이번엔 자기가 이었다.

"— 옆에 있어 주시오. 세 걸음 말고. 옆에."

"…알겠소."

들었다는 뜻이었다. 따르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열 달 동안 이 문법을 배웠으니까.

그가 평상으로 돌아왔다. 내 옆에 앉았다. 봉투를 무릎에 올렸다. 검이 있던 자리에.

봉인에 손가락을 걸었다.

열 달 전 어느 아침, 내가 붉은 봉투 봉인에 손가락을 걸었을 때 이 사람은 열지 마시오, 라고 했다. 나는 내 이름이오, 라고 했다. 오늘은 반대였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이 사람 이름이니까.

봉인이 뜯어졌다. 비단 봉투치고는 쉽게.

종이가 두 장이었다.

— 30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