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담
홈

목숨빚은 검으로 갚지 않는다

30화. 친전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첫째 장은 회주의 글씨였다. 획이 굵고 여유 있는.

「서문결 소가주 좌하.

서문세가 옛 땅을 정리했소. 가솔 스물셋이 남아 있소. 만천회 안에서 세가의 이름으로 지낸 다섯 해를, 이제 세가의 이름으로 돌려주려 하오. 소가주가 돌아오면 재건이오. 돌아오지 않으면 — 만천회가 계속 맡겠소. 어느 쪽이든 옛정은 그대로요.

답은 급하지 않소. 단, 하나만 청하오. 소가주가 어느 쪽을 고르든, 그 마당의 의원을 세가 의원으로 모시고 싶소. 흑연방의 독을 아는 손이 강호에 하나요. 그 손이 세가에 있으면 세가가 서오.」

그가 첫째 장을 내렸다. 나를 봤다. 나는 그 마지막 줄을 읽었다. 세가 의원. 이 봉투에 내 이름이 또 있었다. 수신인은 아니었지만.

"…의원도 초대받았소."

"봤소."

"세가 의원이오."

"세가가 없는데 세가 의원이 어디 있소."

그가 둘째 장을 폈다.

둘째 장은 회주 글씨가 아니었다. 낡은 종이. 접힌 자국. 여러 번. 아버지의 글씨. 회주가 마당에서 보여 준 그 종이. 「일이 나면 결이만은 살려 두시게.」 그 편지의 나머지 부분이었다. 회주가 그날 안 읽은 부분.

그가 읽었다. 소리 내지 않고. 나는 옆에서 안 읽었다. 이건 아버지가 아들한테 쓴 것이었다. 마당 주인이 읽을 것이 아니다.

읽는 데 오래 걸렸다. 한 장이었는데. 그리고 그가 종이를 접었다. 접힌 자국대로. 품에 넣었다. 「이자요. 이슬.」이 들어 있는 자리에.

"…뭐라고 쓰셨소."

물었다. 묻지 말아야 하는데 물었다. 그가 나를 봤다. 그리고 —

"세가는 땅이 아니라고."

낮게.

"세가는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결이가 사는 곳이 세가라고. 그렇게 쓰셨소. 다섯 해 전에. 멸문 이레 전에."

나는 그 문장을 받았다. 세가는 사람이 사는 곳. 결이가 사는 곳이 세가. 다섯 해 전 아버지가 쓴 것을 회주가 다섯 해 들고 있다가, 붉은 봉투 둘째 장으로 보낸 것이다. 옛정으로.

답장은 그날 밤 썼다. 이 사람이. 붓을 들었다. 먹을 곱게 갈았다. 장작 패듯. 그리고 첫 줄.

「만천회 회주 좌하. 적의 진영에서 —」

"…또요?"

"…습관이오."

그가 첫 줄을 접어 아궁이에 넣었다. 잘 타는 종이였다. 그리고 다시 썼다. 이번엔 격식이 있었다. 세가에서 자란 사람의 격식. 병법이 아니라. 그런데 본문은 한 줄이었다.

「세가는 마당에 세우겠소. 빚 갚는 동안만.」

"…이게 답이오?"

"답이오."

"빚 갚는 동안만이면 —"

"평생이오. 못 갚는 장부니."

나는 그 한 줄을 봤다. 서문세가 재건 제안에 대한 소가주의 답. 세가는 마당에 세우겠소. 아버지가 세가는 사람이 사는 곳이라 했으니, 이 사람이 사는 마당이 세가다. 빚 갚는 동안만 — 못 갚는 장부니 평생.

"세가 의원은요."

"…마당 의원이오. 세가가 마당이니."

"그건 회주한테 안 썼잖소."

"쓸 필요 없소. 세가가 마당이면 의원은 이미 세가 의원이오."

이 사람의 셈은 늘 이렇게 앞뒤가 맞아서 반박이 안 됐다. 나는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붓을 받아서 답장 맨 아래에 한 줄을 더했다. 내 글씨로.

「— 마당 의원 연이. 이자 항목 별첨.」

별첨은 없었다. 이자는 장부에 있으니까.

답장은 다음 날 사자가 가져갔다. 회주의 답은 열흘 뒤에 왔다고 한다 — 아니, 안 왔다. 대신 마을 어귀에 수레가 왔다. 서문세가 가솔 스물셋 중 여섯. 늙은 하인이 앞에 있었다. 본가 안뜰에서 무릎을 꿇었던 그 사람. 그가 마당 문 앞에서 말했다.

"소가주께서 세가를 마당에 세우신다 하셔서, 저희가 왔습니다. 세가 가솔이니 세가에 있어야지요."

마당이 좁아졌다. 여섯이 들어와서. 헛간이 모자랐다. 그가 도끼를 들고 헛간을 하나 더 짓기 시작했다. 여섯이 도왔다. 마을 아이들도 왔다. 코믹한 일은 그 헛간 짓는 데서 매일 생겼다. 세가 소가주가 도끼질을 하고 가솔들이 톱질을 하고 의원이 밥을 지었다. 그가 밥을 안 태우게 된 뒤로 밥은 그가 짓겠다고 했는데, 가솔 여섯 몫을 짓자 탔다.

"…여섯은 병법에 없소."

"병법에 없는 게 많소."

"…배우겠소."

새 헛간이 다 된 날 저녁, 마을 어귀에서 말발굽 소리가 났다. 하나. 그리고 붉은 것.

사자가 봉투를 들고 왔다. 비단. 만천회 인장. 사자가 마당에 들어와서 우리를 봤다. 소가주와 마당 의원과 가솔 여섯과 새 헛간을. 그리고 봉투를 내밀었다.

그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 멈췄다.

수신인 자리에 적힌 것은 그의 이름이 아니었다.

의원 연이 친전.

"…열지 마시오."

그가 말했다. 열 달 전 그 아침의 문장이었다. 나는 봉투를 집어 들었다.

"내 이름이오."

봉인에 손가락을 걸었다.

열 달 전에는 모르는 검객이 열지 말라 했고, 오늘은 세가 소가주가 열지 말라 했다. 봉투 안에 뭐가 있든, 이번엔 열고 나서 옆에 있을 사람이 누군지 안다.

— 시즌 1 끝. (시즌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