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빚은 검으로 갚지 않는다
28화. 도끼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검 없는 검객의 나날이 시작됐다.
도끼로 장작을 팼다. 열흘 만에 단면이 조금 고와졌다. 대패질은 아니었지만 톱밥도 아니었다. "…배우는 중이오." 물독을 채웠다. 울타리를 손봤다. 그리고 —
장터에 갔다. 혼자. 소금을 사러. 열 달 만의 심부름이었다. 심부름 목록의 표시 — 흥정 필요 품목: 검객 파견 금지 — 를 내가 지웠다. 시험이었다.
그가 돌아왔을 때 소금 한 되 값이 반이었다. 정확히 반.
"…깎았소?"
"흥정했소."
"어떻게요."
"부르는 값을 듣고, 아무 말 안 하고, 서 있었소. 반 시진. 상인이 값을 반으로 내렸소."
흥정이 아니었다. 침묵이었다. 열 달 동안 이 사람이 기본값으로 쓰던 것. 그것이 장터에서는 흥정이 된다는 것을 이 사람이 안 것인지, 상인이 그냥 무서웠던 것인지 나는 몰랐다. 소금은 반값이었다. 병법에 없는 것이 하나 생긴 것이다.
"…흥정이라는 것은, 병법에 있소."
그가 정정했다. 열 달 만에.
"어디에요."
"기다리는 장에."
마을 아이들이 또 왔다. 나무 막대를 들고. "무사님, 검은요?" 그가 도끼를 들었다. "…없소. 도끼요." 아이들이 실망했다. 그는 나무 막대를 도끼로 깎아 주려다가 관뒀다. 도끼로는 안 됐다. 대신 아이들한테 부싯돌로 불 피우는 법을 가르쳤다. 사흘 걸려 배운 것을. 아이들이 환호했다. 그는 이번엔 환호를 받는 법을 알았다. 헛간으로 안 들어갔다. 마당에 서 있었다. 어색하게. 그런데 서 있었다.
회주의 사람이 다녀갔다. 검은 안 가져왔다. 대신 말을 가져왔다. 본가 소문.
"회주께서 서문세가 옛 땅을 정리하고 계십니다. 가솔들도. 재건을 —"
"…소가주는 죽었소."
그가 말을 잘랐다. 회주의 사람이 나를 봤다. 나는 약초를 널고 있었다. 이 사람이 자르는 자리에서 나는 안 이었다. 이건 이을 자리가 아니었다.
"회주께서 곧 서신을 보내신답니다. 정식으로."
회주의 사람이 갔다. 마당이 조용했다. 그가 도끼를 들었다. 장작. 톱밥보다 곱고 대패질보다 거친 단면.
"…세가가 돌아오오."
내가 말했다. 약초를 널며.
"…소가주는 죽었소."
"그건 그쪽 말이고, 회주는 살아 있다고 보는 모양이오. 세가가 돌아오면 소가주가 있어야 하니."
그가 도끼를 멈췄다. 그리고 마당을 봤다. 평상. 시렁. 헛간. 지붕. 열 달.
"…의원."
"네."
"세가는 어디에 세우오."
"…그야 세가 땅에."
"세가 땅이 어디요."
나는 약초 널던 손을 멈췄다.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검집 — 아니, 검이 없으니 검집도 없다. 그런데 이 사람은 여전히 하루에 한 번만 무언가를 열었다. 그것이 오늘은 안 열렸다. 도끼를 다시 들었다.
밤. 비가 왔다. 가을비.
그가 지붕에 올라갔다.
나는 평상에서 그것을 봤다. 사다리 소리. 기와 소리. 열 달 전 그 자리로. 감시도 없고, 흑연방도 흩어졌고, 표적도 없어졌는데. 지킬 것이 없는 밤에 이 사람이 지붕에 앉았다.
"…뭐 하오, 거기서."
내가 말했다. 창문이 없으니 등지지 않았다. 그냥 지붕을 올려다보며.
"…"
"지킬 것도 없는데 왜 올라가오."
"…습관이오."
습관. 이 사람 입에서 그 말을 처음 들었다. 병법도 은원도 빚도 아닌 것. 그냥 습관. 열 달 동안 지붕에서 마을 입구를 보던 밤들이 이 사람한테 습관이 됐다.
"비 맞잖소."
"…"
"내려오시오. 지킬 것 없으니."
지붕에서 대답이 없었다. 대신 아주 낮게.
"…있소."
"뭐가요."
"지킬 것."
빗소리. 처마에서 물이 안 떨어졌다. 한 자리에서만. 비를 대신 맞는 사람이 있어서.
"…마당이오."
그가 말했다. 지붕에서. 빗속에서.
"흑연방이 없어도, 표적이 없어도, 마당은 마당이오. 지붕은 마당을 지키는 자리요. 열 달 동안 그랬소. 지킬 것이 없어진 게 아니라 —"
말이 잘렸다. 나는 이었다. 평상에서. 지붕을 올려다보며.
"— 지킬 것만 남은 거요."
"…셈이 같소."
표적도 원수도 없어진 밤에 지붕에 앉는 사람. 다섯 해의 은원이 끝나고 남은 것이 습관이라는 이름의 이것이라면, 이 마당의 셈은 처음부터 맞았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지붕에 마른 자국이 있었다. 열 달 전 처음 봤던 그 자리에. 기와가 새것인데 자국은 같았다. 마을 입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리.
나는 그 앞에 쪼그려 앉아 봤다. 열 달 전처럼. 그리고 이번엔 물이 새는 곳을 찾지 않았다. 새는 곳이 없었다. 이 사람이 기와를 전부 놓았으니까.
마을 어귀에서 말발굽 소리가 났다. 하나. 그리고 붉은 것이 보였다.
봉투였다. 사자의 손에. 비단.
— 29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