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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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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빚은 검으로 갚지 않는다

27화. 빚이 또 늘었군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사흘째에 눈을 떴다.

나는 약탕기 앞에 있었다. 방 안에서. 열 달 전에는 석 달 동안 말 없는 환자였고, 오늘은 눈을 뜨자마자 —

"…의원."

"말하지 마시오. 사흘 만이오."

"…빚이."

"말하지 말라니까."

그가 천장을 봤다. 그리고 나를 봤다. 녹슨 목소리가 아니었다. 사흘 쉰 목소리였다. 그리고 검집이 열렸다. 눈을 뜬 첫날의 한 번.

"…빚이 또 늘었군."

나는 약탕기를 젓던 손을 멈췄다. 웃음이 나왔다. 열 달 만에 이 마당에서 처음으로 우는 것처럼 웃었다. 아니, 웃는 것처럼 울었다. 구분이 안 됐다. 이 사람이 눈을 뜨고 한 첫마디가 그거였다. 목숨빚이오, 도 아니고, 돌아왔소, 도 아니고. 빚이 또 늘었군.

"…그쪽 셈은 어떻게 된 거요. 산 셋 너머까지 갔다 와서 빚이 늘어?"

"열하루 누웠소. 밥값. 약값. 그리고 —"

"그리고?"

"…의원이 소리를 질렀소. 마당에서. 그것도 빚이오."

내가 소리 지른 것까지 장부에 적을 셈이었다. 이 사람 장부는 받은 것을 적는 장부니까. 내가 지른 소리가 이 사람한테는 받은 것이었다.

계곡 이야기는 그날 오후에 했다. 그가 앉을 수 있게 되고 나서. 나는 묻지 않았다. 이 사람이 먼저 했다. 검집을 이미 한 번 열었으니 이건 검집 밖의 이야기였다. 사실만.

"방주는 계곡에 남았소."

"…남았다는 건."

"남았소. 그 이상은 의원이 물을 것이 아니오."

그것이 다였다. 베는 장면은 없었다. 이 마당에서는 없다. 남았소. 나는 그 두 글자를 받았다. 다섯 해 전 서문세가에 불을 지른 자가 산 셋 너머 계곡에 남았다. 이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했는지 나는 안 물었다. 의원이 물을 것이 아니다.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검은요."

"…바위에 두고 왔소."

"왜요."

그가 창밖을 봤다. 마당. 평상. 시렁. 헛간 앞의 장작.

"목숨빚은 검으로 갚지 않소."

그가 말했다. 낮게. 검집이 아니라 그냥.

"다섯 해 동안 검으로 갚으려 했소. 세가의 빚을. 그런데 방주 앞에 서서 알았소. 검으로 갚으면 그건 갚는 게 아니라 베는 것이오. 베면 빚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장부가 없어지오. 장부가 없어지면 —"

"— 돌아올 이유가 없어지오."

내가 이었다. 이 사람이 자르는 자리에서. 그가 나를 봤다.

"…의원이 잇는군."

"그쪽이 못 잇는 자리는 내가 잇소. 그쪽이 내 편지 잘린 자리를 이었듯이."

"…셈이 같소."

"같소."

회주의 사람이 닷새째에 왔다. 흑연방은 흩어졌고, 만천회는 산 셋 너머에서 철수했고, 검은 회주가 거뒀다고 했다. 계곡 바위에서. 본가에 보관하고 있으니 소가주가 원하면 돌려주겠다고.

"…원하시오?"

무사가 물었다. 그가 평상에 앉아서 — 사흘 만에 평상이었다 — 대답했다.

"소가주는 죽었소."

"그럼 검은요."

"…마당 것이오. 마당이 원하면 가져오시오."

무사가 나를 봤다. 마당 주인을. 나는 고개를 저었다. 검은 본가에 두라고. 이 마당에 검은 없다. 환자가 있다.

무사가 돌아갔다. 그리고 코믹한 일은 그다음에 생겼다. 그가 평상에서 일어나서 헛간으로 가더니 도끼를 들고 나왔다. 여덟 달 — 아니, 열 달 동안 한 번도 안 쓴 도끼. 검으로 패던 사람이 도끼로 장작을 팼다. 단면이 거칠었다. 톱밥 같았다.

"…검이 없으니 도끼로 하오."

"거칠잖소."

"…배우겠소. 검 밖의 세상이오."

나는 그 거친 장작을 아궁이에 넣었다. 하나도 안 아까웠다. 대패질한 것이 아니라서.

밤. 평상. 달.

그가 옆에 앉았다. 세 걸음보다 가까운 자리 옆. 좁은 평상. 사흘 만에. 검이 없으니 무릎에 올릴 것이 없었다. 손을 무릎에 올렸다. 빈손.

"의원."

"…네."

"장부 마지막 장. 그거 아직 있소?"

"어느 거요."

"이름 쓴 거."

나는 그를 봤다. 이 사람이 내 장부를 본 적은 산 셋 너머로 가기 전 한 번뿐이었다. 이름은 그 뒤에 썼다. 본 적이 없다. 그런데 —

"…어떻게 아오."

"열하루 누워 있는 동안 의원이 매일 장부에 뭔가 썼소. 붓 소리로 알았소. 세 글자였소. 매일 같은 세 글자. 붓이 종이에 닿는 횟수가 같았소."

이 사람은 그냥 정확한 사람이다. 열하루 누워서 붓 소리를 세고 있던 사람.

나는 장부를 꺼냈다. 마지막 장. 그리고 그 앞 열하루. 매일 세 글자. 그에게 보였다.

그가 읽었다. 자기 이름을. 열두 번. 그리고 —

"…이건 갚을 수 없소."

"압니다. 늘린 거요."

"…이자요?"

"이자요."

그가 나를 봤다. 달빛 아래서. 검집이 오늘 이미 한 번 열렸는데, 이건 검집이 아니었다. 검이 없으니 검집도 없었다. 그냥 이 사람이었다.

"…연이."

이름이었다. 검이 없어서 검집도 없는 사람이, 검집 없이 처음 부른 이름. 열 달 만에. 의원이 아니라. 그대가 아니라. 이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른 것은 처음이었다.

"…빚이 또 늘었소."

— 2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