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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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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빚은 검으로 갚지 않는다

24화. 이름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편지가 산 셋 너머에 닿는 데 사흘. 답이 오는 데 사흘. 나는 그 엿새를 약재고에서 보냈다. 서랍을 열고 닫으면서. 회주가 채워 준 열두 서랍을 다시 비우면서. 해독약 쉰 명분을 한 번 더.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빨랐다.

엿새째 아침, 답이 왔다.

회주의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들고 왔다. 상처가 있는 사람. 팔에. 감긴 천이 내 것이 아니었다. 산 셋 너머에서 감은 것. 그 사람이 안뜰에서 봉투를 내밀었다. 회주가 아니라 나한테.

"의원께. 소가주께서 직접."

봉투가 얇았다. 편지 한 장. 헝겊도 약초도 없었다. 그의 글씨. 병법 같은. 한 줄이 아니었다. 이 사람도 처음으로 길게 썼다.

「의원.

계곡에 가오. 단둘이. 방주는 다섯 해 전 그 밤에 있던 자요. 얼굴을 봤소. 연기 속에서. 그 얼굴이 나를 소가주라 부르오. 소가주는 죽었다 했는데, 죽은 자를 부르는 자가 있으면 죽은 자가 대답해야 하오. 그것도 은원이오.

다치지 말라 하셨소. 그 편지, 세 번 읽었소. 잘린 자리에서 안 이으신 것도 봤소. 그 자리를 내가 잇겠소.

다치면 — 돌아가서 갚겠소. 빚은 남겨 두고 왔으니.

혀에 댔소. 썼소. 의원 것이었소.

— 이자요.」

나는 안뜰 마루에 앉았다. 편지를 든 채로. 다치면 돌아가서 갚겠소. 이 사람이 내가 못 이은 자리를 이었다. 다치면 뒤에 올 말을. 나는 다치면 못 돌아온다는 뜻으로 잘랐는데, 이 사람은 다쳐도 돌아온다는 뜻으로 이었다. 셈이 같다더니 셈이 달랐다. 이 사람 쪽이 나았다.

코믹한 일이 없는 날은 없었다. 본가에서도. 오늘도.

편지를 들고 온 무사가 안뜰에서 회주에게 보고했다. 산 셋 너머 진지 사정. 약은 됐고, 누운 자들은 일어났고, 그리고 —

"소가주께서 밤마다 산에 오르십니다. 약초를 캐신다고."

"…약초를?"

"네. 그런데 반은 잘못 캐 오셔서 진지 의원이 골라냅니다. 소가주께서 검으로 캐시는데, 검으로 캐면 뿌리가 곱게 잘리는데 풀이 뭔지를 모르시니까요."

회주가 나를 봤다. 나는 웃었다. 안뜰 마루에서. 편지를 든 채로. 배 아픈 풀 절반. 산 셋 너머에서도 절반. 이 사람은 여전히 검 밖의 세상을 모르고, 그 모르는 채로 밤마다 산에 오른다. 이자를 캐러.

"…의원."

회주가 말했다.

"결이가 저러는 걸 다섯 해 동안 못 봤소. 자기 것도 안 하던 애가."

"약초는 자기 것이 아니오. 이자요."

"…그게 뭐가 다르오."

"다르오. 자기 것은 갚는 것이고 이자는 늘리는 것이오. 갚으면 떠나고 늘리면 돌아오오."

회주가 한참 나를 봤다. 의원에게 은원을 배우는 얼굴로.

밤. 서쪽 채. 고쳐진 창.

나는 장부를 폈다. 두 권 중 내 것. 산 아랫마을에서 가져온. 오늘 날짜. 붓을 들었다.

무엇을 쓸까. 편지. 잇겠소. 이자요. 혀에 댔소. 그중 어느 한 줄도 오늘 것으로 부족했다. 여덟 달하고 두 달 동안 이 장부에 나는 이 사람을 '그쪽'이라고 썼다. 지붕, 장작, 소금, 토끼. 이 사람이 한 것을 썼지 이 사람을 쓴 적이 없었다. 그의 장부에는 '의원'이 있었다. 의원이 소매를 걷었소. 의원이 웃었소. 의원이 산에 왔소. 내 장부에는 —

붓을 댔다. 오늘 날짜 옆에. 한 줄이 아니라 세 글자.

「서문결.」

이름이었다. 여덟 달하고 두 달 만에. 처음으로. 검객도, 그쪽도, 호위무사도, 소가주도 아니고. 회주가 결아, 라고 부를 때 처음 들은 그 이름을, 내 손으로 처음 썼다. 이 사람이 산 셋 너머 계곡에서 죽은 소가주로서 방주를 만나러 가는 밤에. 죽은 이름이 아니라 산 이름으로.

붓을 놓았다. 손이 떨렸다. 소매를 안 걷어서 보였다. 볼 사람이 없었다.

이 장부는 이제 정산이 안 된다. 이름이 들어간 장부는 항목이 아니다. 이 사람이 '그대'라고 한 번 부른 것을, 나는 이름 세 글자로 갚았다. 갚은 것이 아니라 — 이것도 늘린 것이다.

새벽에 안뜰이 시끄러웠다.

말발굽. 여러. 회주의 목소리. 무사들의 발소리. 나는 서쪽 채 문을 열었다. 안뜰에 사람이 뛰고 있었다. 회주가 동쪽 채에서 나왔다. 옷을 제대로 못 입은 채로.

"의원!"

회주가 나를 봤다. 안뜰을 가로질러. 얼굴이 —

상복이 아니었다. 상복이 아닌데 상복보다 하얬다.

"산 셋 너머에서 전갈이오. 계곡에서 —"

회주가 숨을 골랐다. 강호 제일세가의 주인이 안뜰에서 숨을 못 고르고 있었다.

"— 소리가 났다 하오. 밤새. 검 소리가. 그리고 새벽에 그쳤소. 아직 아무도 계곡에서 안 나왔소."

안뜰에 비가 시작됐다. 한 방울. 두 방울. 그리고 —

폭우였다.

— 25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