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빚은 검으로 갚지 않는다
22화. 약재고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본가 약재고는 내 의원 스무 개만 했다.
서랍이 벽을 채우고, 서랍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고, 내가 이름만 알고 실물은 처음 보는 약재가 절반이었다. 회주가 나를 거기 세워 놓고 말했다. "의원 것이오. 쓰시오." 강호 제일세가의 약재고가 산 아랫마을 의원 것이 됐다. 나는 서랍 하나를 열었다. 감초. 내 것보다 좋았다. 그것이 조금 분했다.
누운 무사 여섯은 서쪽 채에 있었다. 내가 묵던 방. 창이 고쳐져 있었다.
맥을 짚었다. 여섯 다. 같은 맥이었다. 약장수 약을 달였을 때 본 그 색의 맥. 천천히 죽이는 독. 그런데 이 사람들은 약장수 약을 안 먹었다. 산 셋 너머에서 온 사람들이다. 그러면 —
"물이오."
내가 말했다. 회주에게.
"산 셋 너머 진지의 물. 우물이든 개울이든. 거기 풀었소. 사람이 아니라 물에. 약장수가 마을에 한 것과 같은 방식이오. 마을 전체에 풀어야 한 사람이 의심을 안 하니까."
"…결이가 그 물을 마시고 있다."
"압니다."
나는 손이 떨리지 않게 서랍을 열었다. 해독은 어렵지 않다. 독을 알면. 나는 이 독을 안다. 색으로, 냄새로, 맥으로. 문제는 양이다. 여섯이 아니라 쉰에게 갈 양. 그리고 앞에 선 하나에게 먼저 갈 양.
코믹한 일은 본가에서도 생겼다. 이번엔 내 쪽에서.
저녁 자리. 예법. 회주가 젓가락을 들기 전에 아무도 안 든다. 나는 이번엔 알았다. 기다렸다. 회주가 들었다. 다들 들었다. 나는 국을 먹었다. 식어 있었다. 예법대로 먹으니 국이 식는다.
"…의원 마당 법도가 낫군."
회주가 말했다. 상복은 벗었지만 얼굴은 아직 상복이었다.
"거기선 국이 뜨거울 때 먹소."
"여기선 회주가 들 때까지 식소."
"…그럼 회주가 빨리 드시오."
안뜰이 조용해졌다. 무사 열몇이 국그릇을 든 채로 나를 봤다. 강호 제일세가의 주인에게 빨리 먹으라고 한 의원을. 회주가 나를 봤다. 그리고 —
"…결이가 왜 안 가는지 알겠군."
다들 웃었다. 나는 웃지 않았다. 결이가 왜 안 가는지. 그 문장이 국보다 뜨거웠다.
서신은 그날 밤 썼다. 산 셋 너머로. 회주의 사람이 새벽에 떠난다고 했다.
한 줄만 썼다. 이 사람 문법으로.
「본가요. 이자 밀렸소.」
그리고 봉투에 약을 넣었다. 첫 첩. 해독약. 아직 다 만든 것이 아니었다. 양이 부족했다. 그런데 앞에 선 하나에게 먼저 갈 양은 됐다. 봉투가 두꺼워졌다. 편지보다 약이 더 컸다.
새벽에 회주의 사람이 그것을 들고 갔다. 산 셋 너머로. 나는 안뜰에 서서 말발굽 소리를 들었다. 이 사람이 떠난 날 어귀에서 들은 것과 같은 소리. 방향만 반대였다. 그때는 멀어졌고, 오늘은 그쪽으로 갔다.
사흘 동안 나는 약재고에서 살았다. 서랍을 열고, 달이고, 색을 보고, 버리고, 다시 달였다. 스승님이 가르쳐 준 것과 스승님이 못 가르쳐 준 것 사이에서. 스승님은 흑연방 독을 몰랐다. 나는 안다. 이 독을 아는 손이 강호에 하나라고 회주가 말했다. 그 손이 지금 떨리면 안 됐다. 안 떨렸다.
누운 여섯 중 셋이 나흘째에 일어났다. 해독이 됐다는 뜻이다. 양만 맞추면 쉰에게도 간다.
넷째 날 저녁, 산 셋 너머에서 전갈이 왔다. 말 한 마리. 회주의 사람. 안뜰에서 회주에게 먼저 갔고, 회주가 나를 불렀다.
"의원."
회주의 얼굴이 상복이었다.
"셋이 더 누웠소. 앞에 선 자들이."
"…그쪽은요."
"결이는 —"
회주가 잠깐 멈췄다.
"— 서 있소. 약을 받았다고 하오. 의원 봉투를. 그리고 이걸 보냈소."
회주가 내밀었다. 봉투가 아니었다. 헝겊 한 장에 싼 것. 나는 풀었다.
약초였다. 한 다발. 산 셋 너머의 산에서 캔 것. 이슬은 없었다. 사흘 말라서. 그리고 그 위에 종이 한 장. 병법 같은 글씨.
「이자요.」
밤에 그 약초를 펴 봤다. 안뜰 마루에서. 등불 아래.
약초가 맞았다. 절반은. 나머지 절반은 —
독초였다. 아니, 독초까지는 아니고, 먹으면 배가 아픈 풀. 약초와 잎이 비슷한. 검객은 약초를 모른다. 검 밖의 세상이니까. 산 셋 너머에서 흑연방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밤에 산에 올라가서, 약초와 비슷한 풀을 절반 섞어서 캐 온 것이다. 이자라고.
나는 웃었다. 안뜰 마루에서. 소리 내서. 본가에 온 지 나흘 만에 처음.
회주가 그 소리를 들었는지 동쪽 채 창이 열렸다. 나는 웃음을 안 멈췄다. 배 아픈 풀 절반을 골라내면서. 골라낸 풀은 버리지 않았다. 헝겊에 도로 쌌다. 장부에 적을 것이 생겼으니까.
「이자요. — 절반은 배 아픈 풀. 안 버림.」
산 셋 너머에서 온 이자가 절반 틀린 것이 좋았다. 틀린 절반이 이 사람이 밤에 산에 올랐다는 증거였으니까.
— 23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