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빚은 검으로 갚지 않는다
2화. 늘어나는 장부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물 새던 지붕이 고쳐져 있었다.
기와가 새로 놓인 자리는 어제의 그 마른 자국 근처였다. 나는 헛간 앞에서 약초를 널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지붕, 그쪽이 고쳤소?"
"빚이 늘었군."
"…고친 건 그쪽인데 왜 빚이 늘어요?"
"지붕을 밟았소. 어젯밤에."
그는 그렇게만 말하고 약초를 마저 널었다. 어젯밤 지붕을 밟은 이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도 묻지 않았다. 마른 자국 이야기를 꺼내면, 왠지 그가 다음 밤부터 지붕에 올라가지 않을 것 같았다.
그게 싫은 이유까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상한 장부의 나날이 시작됐다.
아침마다 약초 바구니가 차 있었다. "이자요." 물독이 차 있었다. "밥값이오." 울타리가 단단해져 있었다. "바람이 세더군."
나는 진짜 장부를 폈다. 밥값과 약값을 아무리 후하게 쳐도, 그가 하는 일들이 더 많았다. 이 셈법대로면 빚은 벌써 갚고도 남았다.
"계산이 안 맞잖소. 이러다간 내가 빚지겠소."
"셈은 내가 하오."
"의원네 셈을 왜 검객이 하오."
"…내 장부는 내 것이오."
그의 장부는 보여 주지 않는 장부였다. 나는 그 장부의 셈법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갚으려는 사람의 셈이 아니라, 갚기를 미루려는 사람의 셈이 아닌가 하고. 물론 입 밖에는 내지 않았다.
소금이 떨어져서 심부름을 보냈다.
그는 장터에서 소금 한 되를 사 왔는데, 값을 듣고 나는 되를 엎을 뻔했다.
"세 배는 줬는데요, 그거."
"부르는 값을 줬소."
"부르는 값을 왜 다 줘요. 깎아야지."
그는 한참 침묵했다. 무언가 아주 어려운 병법 문제를 받은 사람의 침묵이었다.
"…흥정이라는 것은, 병법에 없소."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다섯 해 만에 처음 웃는 사람처럼 웃었던 것 같다. 그날부터 심부름 목록에는 표시가 하나 생겼다 — 흥정 필요 품목: 검객 파견 금지.
마을 사람들은 어느새 그를 '의원네 호위무사'라 불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밤길 왕진을 갈 때면 그는 말없이 세 걸음 뒤를 따라 걸었다. 오지 말라고 해도 왔다. 정확히는, 오지 말라는 말에 "알겠소" 하고는 세 걸음 뒤에서 걸었다.
"'알겠소'는 그렇게 쓰는 말이 아닌데."
"들었다는 뜻이오."
"따르겠다는 뜻이 아니고?"
"…"
나는 그의 하오체를 흉내 냈다. "따라오지 마시오, 했잖소."
그때였다. 등불 빛이라서 잘못 봤을 수도 있다. 그런데 분명히, 그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한 푼어치쯤. 석 달하고도 한 달 만에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한 푼어치 웃음이 그렇게 클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그날 알았다.
장이 서는 날, 큰길로 행렬이 지나갔다.
비단 깃발. 말 탄 무사들. 길을 비키는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 — 만천회다, 강호 제일세가다, 회주가 바뀌고 더 커졌다더라.
나는 옆에 선 그를 봤다.
그는 행렬을 보고 있지 않았다. 행렬의 깃발 하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이, 아주 천천히, 검 자루 위에 얹혔다.
생각보다 손이 먼저 나갔다.
내 소매가 그의 손등을 덮었다.
"환자가 많아지는 건 사양이오, 검객."
행렬이 다 지나갈 때까지 우리는 그렇게 서 있었다. 그의 손등은 차가웠고, 움직이지 않았고, 행렬의 끝이 마을 어귀를 빠져나간 뒤에야 검 자루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내 소매도 그제야 내려왔다. 손이 떨린 것은 소매 속이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 밤, 그는 평상에 오래 앉아 있었다.
나는 약탕기를 핑계로 마당에 나갔고, 핑계가 다 떨어진 뒤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달이 밝았다.
"다섯 해 전."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처음이었다. 묻지 않은 과거를 그가 먼저 꺼낸 것은.
"나만 살았소."
그리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그 밤에는 묻지 않는 것이 예의였다. 대신 약탕기에 물을 더 붓고, 평상 끝에 앉았다. 세 걸음보다는 가까운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