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빚은 검으로 갚지 않는다
18화. 다치니까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베는 장면은 없었다. 방 안이 어두웠으니까. 그리고 나는 벽에 붙어 있었으니까.
소리만 있었다. 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 한 번. 뭔가가 마루를 구르는 소리. 창이 열리는 소리 — 아니, 창이 부서지는 소리. 그리고 안뜰로 뛰어내리는 소리. 하나. 그 뒤를 따라가는 소리가 없었다.
따라가지 않은 것이다.
등이 켜졌다. 그가 켰다. 검을 든 채로. 뽑힌 검. 여덟 달 만에 처음 보는 검날. 달빛이 아니라 등불에. 날에 아무것도 안 묻어 있었다. 피가 없었다. 그는 벤 것이 아니라 막은 것이었다. 검으로 검을. 그리고 놓아준 것이다. 창으로.
"…의원."
"괜찮소."
"괜찮은지 내가 보오."
그가 등을 들고 나한테 왔다. 벽에 붙은 나한테. 얼굴을 봤다. 팔을 봤다. 손을 봤다. 의원이 환자를 보는 방식으로. 반대였다. 여덟 달 동안 내가 이 사람을 그렇게 봤는데.
"다친 데 없소."
"…없소."
그가 검을 검집에 넣었다. 그 소리를 들었다. 검집에 검이 들어가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 뒤에, 그의 오른팔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마루에. 한 방울.
피는 결과로만 있었다. 마루에 한 방울, 그리고 그의 소매에 번진 자국.
"…앉으시오."
내가 말했다. 이번엔 내 차례였다. 소매를 걷었다. 여덟 달 전 폭우의 밤에 그랬듯이. 비명은 피를 멈추지 못한다. 손이 멈춘다. 등을 가까이 댔다. 팔뚝. 길지 않았다. 깊지도 않았다. 검을 막을 때 상대 검끝이 스친 것이다. 막고 놓아주느라. 베었으면 안 다쳤을 것이다.
"베지 그랬소."
"…"
"막기만 하니까 다치지."
"…의원 마당은 그런 마당이라 하셨소."
여기는 마당이 아니라 만천회 본가 서쪽 채인데, 이 사람은 마당 법도를 들고 온 것이었다. 국이 뜨거울 때 먹는 법도처럼. 나는 지혈을 하고, 약을 바르고, 천으로 감았다. 내 손이 떨렸다. 소매를 걷어서 안 보였을 리가 없었다. 이 사람은 내 손을 보고 있었으니까.
"…의원."
"말하지 마시오. 감고 있소."
"묻지 마시오, 라고 했었소. 여덟 달 전에. 옛정 얘기 할 때."
"…기억하오. 다치니까, 라고 했소."
"그때 다친다는 게 —"
그가 말을 잘랐다. 그리고 잘린 자리에서 이었다. 검집이 열리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오늘의 한 번. 뽑힌 검을 넣은 뒤에 여는 검집.
"— 의원이 다치는 것이었소. 내가 아니라. 그대가 다치면 내가 다치오. 그래서 묻지 말라 한 것이오. 묻다가 알게 되면, 알다가 다치니까."
천을 묶던 손이 멈췄다. 나는 다시 묶었다. 매듭을. 여덟 달 동안 이 사람 팔을 이렇게 감은 적이 없었다. 상처가 다 나은 뒤로는.
"…다 감았소."
"…고맙소."
"빚이오?"
"…아니오. 이건 빚이 아니오."
그가 감긴 팔을 봤다. 그리고 나를 봤다.
"이건 장부에 못 적소. 받은 것도 갚은 것도 아니라서."
두 장부에 다 못 적는 항목이 처음 생겼다. 셈이 같다던 두 사람의 셈 밖에.
새벽에 회주가 왔다. 서쪽 채로. 무사들과. 부서진 창을 보고, 마루의 한 방울을 보고, 그의 감긴 팔을 보고, 그리고 나를 봤다.
"…둘째였군."
회주가 말했다.
"의원 말이 맞았다. 하나는 끌려 나갔고, 하나는 남아 있었어. 그자가 오늘 밤 서쪽 채로 왔다."
"…동쪽이 아니라요."
내가 말했다. 회주가 나를 봤다. 그리고 그를 봤다. 그리고 다시 나를.
"흑연방은 표적을 바꿨다."
회주가 말했다. 낮게. 상복 차림으로.
"다섯 해 동안 결이였다. 늦추는 검을 제일 먼저 벤다고 했지. 그런데 결이의 검이 마당에 떨어져 있다는 걸 알았고, 그 마당의 주인이 누군지 알았고, 그 주인이 약을 달여서 자기들을 알아본다는 것도 알았다. 오늘 밤 그자가 온 곳이 서쪽 채다."
회주가 나를 봤다. 강호 제일세가의 주인이 의원에게 하는 말로는 무거운 것이었다.
"이제 표적은 의원이오."
안뜰에 해가 떴다. 나는 서쪽 채 마루에 앉아 있었다. 그는 옆에 앉아 있었다. 감긴 팔로. 세 걸음이 아니라 옆. 안뜰 하나가 사라진 자리.
"…돌아가겠소."
내가 말했다.
"마당으로?"
"마당으로. 환자가 있소. 그리고 묶어 놓은 약장수도. 그자 밥도 줘야 하오."
그가 나를 봤다. 표적이 된 사람이 표적을 묶어 놓은 마당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것을. 병법 문제. 그런데 이 사람은 이제 이 문제를 병법으로 안 풀었다.
"…같이 가오."
"옆이오?"
"옆이오. 그리고 —"
그가 감긴 팔을 봤다.
"— 이번엔 세 걸음 뒤도 아니고 옆도 아니고, 앞이오. 표적이 바뀌었으니."
— 19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