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빚은 검으로 갚지 않는다
17화. 소가주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약 봉지를 내려놓았다. 천천히. 안뜰 돌바닥에.
그가 그 앞에 섰다. 내 앞 반 걸음. 검 자루에 손을 얹은 채로. 안뜰의 무사 열몇이 그를 봤다. 회주가 그를 봤다. 그리고 그 무사들 중 하나가 —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도. 그런데 그의 시선이 한 사람 위에서 멈춰 있었다. 안뜰 왼쪽 끝. 다른 무사들보다 반 걸음 뒤에 선 사람. 검을 찬 손이 아니라 검을 안 찬 손을 옷 속에 넣은 사람.
"…저자요."
그가 말했다. 회주에게.
"어떻게 아느냐."
"약 봉지를 펴는 동안 의원을 안 봤소. 의원 손을 봤소. 손끝의 가루를."
회주가 그쪽을 봤다. 무사가 옷 속에서 손을 뺐다. 빈손으로. 그리고 웃었다. 약장수와 같은 웃음. 얼굴 하나.
베는 장면은 없었다.
회주가 손을 들었고, 무사 여럿이 움직였고, 웃는 얼굴이 안뜰 밖으로 끌려 나갔다. 소리만 있었다. 발소리와, 문 닫히는 소리. 그는 검 자루에서 손을 뗐다. 뽑지 않았다. 이번에도.
"…흑연방이 본가 안에 있었다."
회주가 말했다. 상복 차림으로. 조카가 먹은 독을 넣은 자가 자기 안뜰에 서 있었다는 것을, 이 사람은 지금 알았다.
"둘일 수도 있소."
내가 말했다.
"…둘?"
"하나는 끌려 나갔고, 하나는 모르오. 얼굴을 아는 사람이 하나면 못 아는 사람이 아홉이오. 그자들 문법이 그렇다잖소."
회주가 나를 오래 봤다. 의원에게 강호를 배우는 얼굴로.
본가에서 사흘을 묵었다.
회주가 방을 내줬다. 두 개. 나는 서쪽 채, 그는 동쪽 채. 안뜰을 사이에 두고. 마당의 세 걸음이 여기서는 안뜰 하나였다. 나는 그것이 멀었다. 여덟 달 동안 세 걸음에 익숙해져서.
이상한 일은 둘째 날에 생겼다.
본가 늙은 하인이 그를 보고 무릎을 꿇었다. 안뜰에서. 그가 지나가는데.
"…소가주님."
그가 멈췄다. 하인은 늙었고, 손이 떨렸고, 눈이 젖어 있었다. 서문세가 사람이었다. 다섯 해 전 만천회가 흡수한 세가의 가솔. 그 사람이 소가주를 알아봤다. 다섯 해 만에.
"살아 계셨군요. 살아 계셨군요, 소가주님."
그가 하인을 일으켰다. 말없이. 그리고 아주 낮게 —
"…소가주는 죽었소. 다섯 해 전에."
하인이 울었다.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산 사람의 어깨를 잡았다. 소가주가 죽었다면, 마당에 떨어진 것은 소가주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 — 이 사람은 그 다른 사람으로 살기로 한 것이다. 그는 하인의 어깨를 한 번 잡았다가 놓고, 안뜰을 가로질러 동쪽 채로 들어갔다. 검집이 오늘 열린 것인지 나는 몰랐다. 소가주는 죽었소. 그 문장은 검집에서 나온 것 같기도, 검집 밖에서 나온 것 같기도 했다. 다섯 해 전에 죽은 소가주와, 여덟 달 전에 마당에 떨어진 검객 사이에 이 사람이 있었다.
코믹한 일도 있었다. 이런 데서도.
본가 저녁은 예법이 있었다. 자리가 정해져 있고, 젓가락 놓는 순서가 있고, 회주가 먼저 들어야 든다. 나는 그것을 몰랐다. 의원 마당에서는 국이 뜨거울 때 먹는다. 나는 국이 뜨거울 때 먹었다. 회주가 젓가락을 들기 전에.
안뜰이 조용해졌다. 회주가 나를 봤다. 그리고 —
"…의원 마당 법도로 하지."
회주가 젓가락을 들었다. 다들 들었다. 그가 내 옆에서 아주 작게 말했다. 하오체로.
"…예법이라는 것은, 마당에 없소."
"병법에도 없잖소."
"…그건 있소. 병법서에 예법 장이 있소. 안 읽었을 뿐이오."
나는 국을 먹다가 사레가 들렸다. 회주가 웃었다. 상복을 입고. 사흘 만에 처음.
셋째 날 밤. 서쪽 채.
잠이 안 왔다. 본가는 마당보다 조용했다. 조용해서 시끄러웠다. 지붕에 아무도 없는 밤. 헛간 불도 없는 밤. 안뜰 건너 동쪽 채의 불이 꺼져 있었다.
문 앞에서 소리가 났다.
발소리가 아니었다. 이 사람 발소리는 원래 안 나니까 — 아니, 이 사람 발소리와 다른 것이었다. 안 나려고 애쓰는 발소리. 애쓰는 게 들리는.
나는 등을 켜지 않았다. 대신 벽 쪽으로 몸을 붙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 아주 천천히. 방 안으로 뭔가 들어오는 기척. 밤의 방울 소리 같은 것이 없는, 그냥 기척.
그리고 —
안뜰에서 소리가 났다. 발소리. 이번엔 안 나는 발소리가 아니라 뛰는 발소리. 동쪽 채에서 서쪽 채까지. 안뜰 하나를.
문이 다시 열렸다. 세게.
"의원!"
그의 목소리였다. 검이 뽑히는 소리를, 나는 여덟 달 만에 처음으로 들었다.
— 1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