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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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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빚은 검으로 갚지 않는다

16화. 마지막 첩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약을 다시 달였다.

내가 지은 그 약을. 사흘치 중에 남겨 둔 시약 한 첩이 있었다. 스승님의 습관이었다. 지은 약은 한 첩을 남겨서 열흘을 둔다. 문제가 생기면 그것으로 확인한다. 나는 그 첩을 달였다. 색을 봤다. 맑았다. 냄새를 맡았다. 익숙한 것뿐이었다.

"내 약이 아니오."

내가 말했다. 마당에서. 만천회 무사에게. 그리고 그에게.

"내 약은 이거요. 맑소. 조카분이 드신 마지막 첩은 이게 아니오."

"…같은 봉지였습니다." 무사가 말했다. "의원께서 싸 주신 그 봉지."

"봉지는 같아도 안이 다를 수 있소. 본가에서 누가 첩을 바꿨소. 아니면 첩에 뭔가를 더했소."

무사의 얼굴이 굳었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무사는 의원보다 잘 알 것이다. 만천회 본가 안에 흑연방의 손이 있다는 뜻.

묶인 약장수가 평상 기둥에서 웃었다. 딸랑.

"본가에 가야겠소."

내가 말했다. 그가 나를 봤다. 하얀 얼굴 그대로.

"…안 되오."

"남은 약이 본가에 있을 거요. 조카분이 드신 봉지. 그것을 봐야 내 약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오. 증명 안 하면 이 마당은 만천회 사람을 죽인 마당이 되오."

"흑연방이 본가에 있소."

"압니다. 그러니까 가야 하오. 흑연방 얼굴을 아는 사람은 이 마을에 하나요. 나요."

그가 한참 아무 말도 안 했다. 병법 문제. 다섯 해 동안 안 풀어 본 문제의 다음 장. 그리고 —

"…같이 가오."

"세 걸음 뒤에서요?"

"…옆이오."

코믹한 일은 말에서 생겼다.

만천회 무사가 말을 한 마리 더 끌고 왔다. 본가까지 하루 길. 나는 말을 탈 줄 몰랐다. 의원은 걷는다. 왕진도 걷는다. 스승님이 살아 계실 때도 말은 없었다.

"…못 타오?"

그가 물었다. 말고삐를 쥔 채로. 세가 소가주는 말을 탄다. 검 밖의 세상을 모르는 사람이 말은 아는 것이다.

"의원은 걷소."

"하루 길이오."

"…걸으면 이틀이오."

그가 나를 말에 태웠다. 정확히는, 태우려고 했다. 나는 안장에 앉는 법을 몰랐고, 그는 사람을 말에 태우는 법을 몰랐다. 병법에 없는 모양이었다. 만천회 무사가 보다 못해 도왔다. 세 사람이 의원 하나를 말에 앉히는 데 반 시진이 걸렸다.

"…고삐는 내가 쥐겠소."

그가 말했다. 자기 말에 올라 내 말의 고삐를 자기 쪽으로 당기면서. 두 말이 나란히 갔다. 옆이었다. 세 걸음이 아니라. 고삐 하나 길이.

본가는 컸다.

산 아랫마을 의원의 마당 스무 개는 들어갈 것 같았다. 담이 높고, 문이 여러 겹이고, 무사가 많았다. 나는 말에서 내리는 데 또 반 시진이 걸릴 뻔했는데 그가 먼저 내려서 손을 내밀었다. 내가 잡았다. 여덟 달 만에 처음으로 이 사람 손을 잡았다. 소매로 덮은 것 말고 손으로. 차가웠다. 행렬 때처럼. 그런데 잡은 손이 나를 내려놓고도 반 박자 늦게 떨어졌다. 여덟 달 동안 소매로만 닿던 거리가 손으로 닿은 것은, 말에서 내리는 반 박자뿐이었다.

회주가 안뜰에서 우리를 맞았다. 상복이었다. 조카의.

"의원. 그리고 결아."

"…회주."

"약을 보여 주시오."

내가 말했다. 인사보다 먼저. 의원은 인사보다 약이 먼저다. 회주가 그것을 받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사에게 뭔가를 시켰다. 잠시 뒤 봉지가 왔다. 내가 싼 봉지. 종이를 접는 내 방식. 그 안에 남은 약재.

나는 안뜰 한가운데서 봉지를 폈다. 회주가 보는 앞에서. 무사들이 보는 앞에서. 그가 옆에서 보는 앞에서.

약재는 내 것이었다. 감초, 당귀, 천궁. 그런데 그 사이에 가루가 있었다. 아주 조금. 색이 다른. 내가 넣지 않은 것. 나는 그것을 손끝에 묻혀 냄새를 맡았다. 약장수 봉지 밑에서 맡은 그 냄새. 천천히 죽이는 독. 그런데 양이 달랐다. 천천히가 아니었다.

"이거요."

내가 가루를 회주에게 보였다.

"내 약이 아니오. 누가 넣었소. 이 안뜰에서."

회주가 가루를 봤다. 그리고 무사들을 봤다. 안뜰의 무사 열몇. 그중에 하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열이면 얼굴을 아는 사람은 하나. 나는 그 하나였는데, 여기 얼굴들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가 내 옆에서 검 자루에 손을 얹었다. 처음으로. 내 소매가 닿기 전에. 나는 소매를 들지 않았다. 여기는 의원 마당이 아니었다.

"…의원."

그가 말했다. 검 자루에 손을 얹은 채로. 아주 낮게.

"약 봉지, 내려놓으시오. 천천히."

— 17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