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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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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빚은 검으로 갚지 않는다

15화. 방울 소리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방울 소리가 어귀에서 마을 안쪽으로 왔다. 딸랑. 딸랑. 천천히. 밤에 약장수가 걸을 이유는 없다. 약을 팔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데 걸었다. 이 마당 쪽으로.

그가 일어났다. 평상에서. 검을 집지 않았다. 검은 평상에 그대로 두고, 빈손으로 마당 한가운데 섰다. 문을 향해서. 내 앞 반 걸음.

"…검은요."

"마당 것이오."

방울 소리가 문 앞에서 멈췄다.

"의원님 계십니까!" 약장수의 목소리. 웃는 목소리. "밤늦게 죄송합니다. 배앓이가 나서요. 제 약은 제가 못 먹지요, 하하."

환자다. 배앓이. 밤에 의원 문을 두드리는 것은 아픈 사람이 하는 일이고, 의원 문은 밤에도 두드려지라고 있다. 나는 일어났다. 그가 돌아봤다. 하얀 얼굴로.

"환자요."

내가 말했다.

"…독을 판 자요."

"환자요. 문 앞에서는."

나는 문을 열었다.

약장수가 마당에 들어왔다. 등짐은 없었다. 방울만 허리에. 웃는 얼굴. 배를 움켜쥔 손. 그리고 그 눈이 마당 한가운데의 그를 봤다. 반 박자. 약장수의 웃음이 안 변했다. 그게 제일 이상했다.

"호위무사님도 계시네요. 소문 들었습니다. 의원네 호위무사."

"…앉으시오."

내가 말했다. 평상을 가리켰다. 검이 놓여 있는 평상. 약장수가 그것을 봤다. 검을. 그리고 그 옆에 앉았다. 검 옆에. 웃으면서.

나는 맥을 짚었다. 손목. 맥이 고르지 않았다. 배앓이의 맥이 아니었다. 뛰는 맥이었다. 무서운 사람의 맥. 아니 — 무섭게 하려는 사람의 맥.

"배는 안 아프시오."

"…아, 들켰습니까."

약장수가 웃었다. 그리고 웃음이 멈췄다. 처음으로. 방울이 허리에서 딸랑, 한 번 울렸다. 손이 아니라 몸이 움직여서.

"의원님 약이 제 약보다 낫다고 하더군요. 마을 사람들이. 그래서 제 약을 의원님이 달여 보셨다고. 색을 보셨다고."

"…누가 그럽디까."

"약 산 사람이 열이면 말 옮기는 사람이 하나는 있지요."

약장수의 손이 허리로 갔다. 방울 쪽으로. 방울 뒤에 뭔가 있는 손놀림이었다. 나는 그것을 의원이라 봤다. 손이 가는 방향을.

그가 움직였다.

베는 장면은 없었다. 이 마당에서 검이 뽑힌 적은 없으니까. 검은 평상에 있었다.

소리만 있었다. 방울이 크게 한 번. 약장수의 숨이 끊어지는 소리 — 아니, 끊기는 게 아니라 막히는 소리. 마당 흙이 밟히는 소리 두 번. 그리고 조용.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약장수는 마당에 엎어져 있었다. 팔이 뒤로 꺾인 채로. 숨은 쉬었다. 그가 그 위에 한쪽 무릎을 짚고 있었다. 빈손으로. 약장수 손에서 떨어진 것이 흙 위에 있었다. 작고 검은 것. 침 같은. 방울 뒤에 있던 것.

"…의원."

그가 말했다. 숨이 고르지 않았다.

"물러서시오. 그거 만지지 마시오."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대신 흙 위의 검은 것을 봤다. 침. 끝에 뭔가 발라진. 의원은 그것이 뭔지 안다. 천천히 죽이는 독이 아니라 빨리 죽이는 것.

"…나한테 오는 거였소?"

"…"

"그쪽한테 못 오니까. 검을 늦추게 한 사람한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약장수를 일으켜 평상 기둥에 묶었다. 약초 시렁 끈으로. 그리고 마당 흙 위의 침을 검집 끝으로 — 검은 안 뽑고 검집째로 — 밀어서 헛간 앞 돌 밑에 넣었다.

약장수는 말을 안 했다. 묶인 채로 웃기만 했다. 웃음이 돌아와 있었다. 웃는 얼굴 하나. 그것이 흑연방의 얼굴이었다.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열이면 얼굴을 아는 사람은 하나. 나는 그 하나가 됐다.

새벽에 그가 말했다. 마당에서. 묶인 약장수 옆이 아니라 헛간 앞에서. 나한테.

"…의원."

"네."

"흑연방이 이 마을에 왔소."

"압니다."

"나 때문이오."

검집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오늘의 한 번. 다섯 글자였다. 나 때문이오. 여덟 달 동안 이 사람은 빚이 늘었군, 이자요, 밥값이오, 라고만 했다. 자기 때문이라고 한 적이 없었다. 지붕에서 밤을 지키는 것도, 세 걸음 뒤를 따르는 것도, 자기 때문에 생긴 위험을 자기가 막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말로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어쩌실 거요."

"떠나야 —"

"떠나면 흑연방이 이 마을을 떠나오?"

그가 멈췄다.

"약장수는 마을 전체에 독을 풀었소. 그쪽이 떠나도 그 독은 남소. 그쪽이 떠나면 이 마을에 의원 하나만 남소. 흑연방 얼굴을 아는 의원이."

그가 나를 봤다. 하얀 얼굴로. 새벽빛에.

"떠나는 건 그쪽 셈이고, 남는 건 내 셈이오. 셈이 같다면서요. 어젯밤에."

해가 뜨자 마을 어귀에서 말발굽 소리가 났다. 한 마리. 급했다.

만천회 무사였다. 이마에 노란 멍이 남은 그 무사. 말에서 내려 문 앞에서 숨을 골랐다. 마당의 묶인 약장수를 봤다. 그리고 그를 봤다. 그리고 나를 봤다.

"의원. 회주께서 —"

숨이 모자랐다.

"— 회주 조카분이 어젯밤 돌아가셨습니다. 다리 부상은 다 나았는데. 갑자기. 의원께서 지어 주신 약 마지막 첩을 드시고."

마당이 조용했다.

내가 지은 약. 사흘치. 낙마한 조카에게. 만천회 사람에게 처음으로 지어 준 약. 그 마지막 첩을 먹고 죽었다.

묶인 약장수가 웃었다. 딸랑. 방울이 울렸다.

내가 살린 손으로 내가 지은 약이 사람을 죽였다는 말을, 나는 마당에서 들었다. 의원은 누구든 살린다 — 그 원칙이 처음으로 나를 베었다.

— 16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