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빚은 검으로 갚지 않는다
13화. 흑연방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흑연방.
나는 그 이름을 몰랐다. 의원은 강호를 모른다. 알아야 할 것은 맥과 약이지 세력 이름이 아니다. 그런데 그 세 글자가 마당에 떨어졌을 때 그의 얼굴이 어떻게 됐는지는 봤다. 아무것도 안 됐다. 검집이 오늘 한 번 열렸으니 두 번은 안 열린다. 그런데 그 아무것도 안 된 얼굴이, 여덟 달 동안 본 어떤 얼굴보다 —
"흑도요."
회주가 말했다. 약 그릇을 내려놓은 채로.
"표적을 받고 움직이는 자들이다. 문파도 세가도 아니야.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열이면 얼굴을 아는 사람은 하나다. 다섯 해 전 서문세가에 든 것이 그들이다. 불을 지른 것도. 청부한 자는 — 모른다. 다섯 해 동안 찾았는데 모른다."
"…만천회가 찾았소?"
그가 물었다. 처음으로 회주를 똑바로 보면서.
"찾았다. 서문세가를 흡수한 것도 그래서다. 세가의 사람과 땅을 내가 거두지 않으면 흑연방이 거둘 것이었다. 그들이 강호 제일 자리를 노렸고, 서문세가는 그 길에 있었고, 그다음은 만천회였다. 나는 방패를 세웠다. 네 세가의 이름으로. 그걸 네가 원수로 알았고."
그는 아무 말도 안 했다. 회주도 더 말하지 않았다. 마당에 바람이 지나갔다. 약초 시렁. 반 걸음 옮겨진.
코믹한 일은 이번에도 생겼다. 무거운 날일수록.
회주가 약값을 물었다. 나는 값을 말했다. 회주가 무사를 불러 은자를 가져오게 했다. 은자가 마당에 놓였다. 약값의 열 배쯤이었다.
"많소. 약값은 엽전 닷 냥이오."
"의원에게 진 빚이 있소. 조카와 무사."
"환자였소. 빚은 없소. 닷 냥이오."
회주가 나를 봤다. 강호 제일세가의 주인이 의원 마당에서 약값을 깎이고 있었다. 정확히는 깎이는 게 아니라 올리려다 막히고 있었다.
"…의원, 흥정을 거꾸로 하시는군."
"의원은 흥정을 안 하오. 값이 있으면 값이오."
그때 그가 말했다. 다섯 걸음에서. 회주 쪽을 안 보고.
"…흥정이라는 것은 병법에 없소."
회주가 그를 봤다. 그리고 웃었다. 이번엔 길게. 다섯 해 만에 의형제의 아들이 한 첫 농담 — 농담이 아니었지만 — 을 들은 사람의 웃음이었다.
"네 아버지도 그랬다. 장터에서 부르는 값을 다 줬어."
그의 얼굴에서 아주 잠깐 무언가가 지나갔다. 검집이 아니었다. 그냥 얼굴이었다.
회주가 일어난 것은 해가 기울 때였다.
"결아. 만천회로 오너라."
그가 대답하지 않았다.
"흑연방을 찾는 데 다섯 해가 걸렸다. 청부한 자를 찾는 데는 더 걸릴 것이다. 혼자는 못 한다. 네 검이 필요하고, 네 세가의 이름이 필요하다. 네가 오면 서문세가는 만천회 안에서 다시 선다."
옛정으로 대접하리다, 는 이거였다. 초대장의 셋째 줄. 낯익은 검과 함께 오시면.
그가 검 자루를 봤다. 손은 안 갔다. 그리고 회주를 봤다. 그리고 —
나를 봤다. 문 앞의.
"…빚부터 갚고."
회주가 그 말을 들었다. 문 앞의 나를 봤다. 그리고 가마에 올랐다. 떠나기 전에 한 마디를 남겼다. 마당에. 그에게가 아니라 마당 전체에.
"흑연방은 네가 살아 있는 걸 안다. 감시 이마의 멍이 소문이 났어. 검을 늦추는 자가 산 아랫마을에 있다고. 그자들은 늦추는 검을 제일 먼저 벤다."
말발굽 소리가 어귀로 사라졌다. 감시 둘도 함께 갔다. 맞은편 창문이 비었다. 보름 만에. 마당에 그와 나만 남았다.
"빚부터 갚고, 가 뭐요."
내가 물었다. 회주가 앉았던 평상에 앉으며.
"…말 그대로요."
"그 장부는 못 갚는 장부잖소. 그쪽이 그랬소. 셈이 안 맞는다고."
"…그렇소."
"그러면 빚부터 갚고, 는 평생 안 간다는 말이오."
그가 대답하지 않았다. 검을 풀었다. 허리에서. 평상에 놓았다. 회주 앞에서 차고 있던 검을. 그리고 헛간 쪽을 봤다. 보름 동안 비어 있던 헛간.
"…돌아가도 되오?"
"어디로요."
"헛간."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감시가 갔다. 산에 있을 이유가 없다. 지붕에서 젖은 채로 밤을 보낼 이유도. 돌아가도 되오, 는 허락을 구하는 말이었다. 여덟 달 동안 이 사람이 나한테 허락을 구한 적이 없었다. 목숨빚이오, 못 가오. 통보만 했다.
"헛간은 그쪽 거잖소. 여덟 달째."
"…"
"이자 밀렸소. 보름 치."
그가 나를 봤다. 그리고 한 푼어치가 아니라 — 두 푼어치쯤 입꼬리가 올라갔다. 회주가 간 마당에서. 검을 평상에 놓은 채로.
"…갚겠소. 보름 치."
회주가 만천회로 오라 한 날, 이 사람이 돌아간 곳은 헛간이었다. 빚부터 갚고, 가 어느 쪽을 고른 말인지 그 두 푼어치가 말해 줬다.
그날 밤 지붕에는 아무도 없었다. 헛간에 불이 켜져 있었다. 나는 평상 끝에 앉아서 그 불을 봤다. 여덟 달 만에 처음으로 지붕이 아니라 헛간을 보는 밤이었다.
마을 어귀에서 방울 소리가 났다. 딸랑. 딸랑. 밤늦게 마을에 들어오는 방울 소리는 하나다. 약장수. 등짐에 방울을 단.
이 마을에 약장수가 온 적은 없었다. 의원이 있으니까.
헛간 불이 꺼졌다.
— 14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