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빚은 검으로 갚지 않는다
1화. 마당에 쓰러진 검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비가 지붕을 두드리는 밤이었다.
문 두드리는 소리였다면 오히려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아픈 사람은 밤을 가리지 않고, 의원의 문은 밤에도 두드려지라고 있는 것이니까.
들린 것은 마당에서 나는 둔탁한 소리였다.
등을 들고 나갔다. 빗줄기 너머, 마당 한가운데 사람이 엎어져 있었다. 검은 옷, 검은 머리, 그리고 손에 쥔 — 검.
등을 가까이 대자 빗물에 번지는 것이 보였다. 피였다. 많았다.
"죽을 거면 내 마당 밖에서 죽지 그랬소."
나는 중얼거리며 소매부터 걷었다. 스승님이 살아 계셨다면 칭찬하셨을 것이다. 비명은 피를 멈추지 못한다고, 손이 멈춘다고 늘 말씀하셨으니까.
남자는 무거웠고, 상처는 세 군데였고, 그날 밤 나는 잠을 자지 못했다.
환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름을 물었다. 침묵. 사연을 물었다. 침묵. 어느 문파냐고, 쫓기는 몸이냐고, 저 검은 뭐냐고 — 침묵, 침묵, 침묵.
사흘째에 나는 캐묻기를 그만두고 그를 '검객'이라 부르기로 했다.
석 달이 걸렸다. 깊은 상처였다. 그동안 알게 된 것은 세 가지뿐이다. 밥을 남기지 않는다. 아무리 쓴 약도 군말 없이 마신다. 그리고 잘 때조차 시선이 문 쪽을 향해 있다.
말 없는 환자는 처음이 아니다. 그런데 석 달 내내 말이 없는 환자는 처음이었고, 더 이상한 것은 그 침묵에 내가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침묵에도 결이 있다. 그의 침묵은 차갑다기보다는, 아주 오래 접어 둔 것에 가까웠다.
상처가 아물던 날 아침, 나는 엽전 몇 닢을 헝겊에 쌌다.
"노자요.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굶고 걷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그가 헝겊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석 달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목숨빚이오."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낮고, 쓰지 않아 녹슨 듯한.
"…뭐요?"
"갚기 전에는 못 가오."
석 달의 침묵 끝에 나온 첫 대화가 빚 선언이었다. 나는 잠깐 할 말을 잃었고, 그 사이 그는 엽전 헝겊을 도로 내 손에 쥐여 주었다.
그는 헛간을 빌려 달라고 했다.
"빚을 갚는 동안만이오."
셈이 이상했다. 밥값과 약값을 치면 머무는 날마다 빚이 오히려 느는 구조다. 나는 그렇게 지적했고, 그는 그 지적을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밥값도 갚겠소."
다음 날 아침, 장작이 패어 있었다. 도끼가 아니라 검으로 팬 모양인지, 단면이 대패질한 것처럼 고왔다. 장작을 그렇게 곱게 쪼개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나. 나는 웃음을 참으며 아궁이에 그 예술품들을 밀어 넣었다.
닷새째 저녁, 마을에 낯선 무사 셋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담을 넘어왔다.
검은 옷의 검객을 찾는다고 했다. 행방을 묻고 다닌다고 했다.
나는 헛간을 돌아봤다. 그는 태연히 약초를 다듬고 있었다. 소문이 들리지 않았을 리 없는데.
"일찍 주무시오, 의원."
평소와 같은 하오체였다. 평소와 다른 무게였다.
그날 밤 나는 문소리를 세며 누워 있었다.
하나도 나지 않았다. 개도 짖지 않았다. 새벽녘에 잠깐, 지붕에서 기와 밟는 소리 같은 것을 들은 듯도 했지만, 빗소리였는지도 모른다. 비는 자정부터 다시 내리고 있었다.
아침이 왔다. 무사들은 마을에서 사라져 있었다. 언제 왔었냐는 듯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낮에 안방 천장에서 물이 샜다.
사다리를 놓고 지붕에 올라갔다. 밤새 비를 맞은 기와들이 아직 젖은 채 반들거렸다.
그 가운데 한 자리만 말라 있었다.
사람 하나가 앉아 있던 모양의 자리. 아니 — 나는 그 앞에 쪼그려 앉아 한참을 봤다 — 마른 것이 아니었다. 밤새 그 위에 앉아 있던 무언가가 비를 대신 맞아서, 빗물이 고이지 못한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는 마을 입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나는 지붕 위에 앉아, 물이 새는 곳을 찾는 것도 잊고, 그 마른 자국을 오래 내려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