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적으로 이상한 날들
5화. 설계 없는 토요일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토요일 11시, 역 앞.
이서는 10분 먼저 와 있었다. 그것까지는 예상 범위였다. 예상 밖은 그다음이었다.
"어디로 갈까요."
이서가 물었다. 나한테. 정말로 몰라서.
"…안 정하고 왔어요?"
"같이 정하자고 하셨으니까요."
나는 4년 동안 내 일정을 나보다 잘 알던 사람을 봤다. 그 사람이 지금 역 앞에서 지도 앱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열면 설계가 되니까. 설계하면 우연이 되니까.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기로 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럼 일단 걸어요."
"…네."
걸으면서 알게 된 것들을 나는 표본으로 적었다. 직업병이다.
하나. 신이서는 방향치다. 세 번째 골목에서 왼쪽으로 가자고 했는데 그쪽은 우리가 온 길이었다. 4년 동안 내 동선을 완벽하게 계산하던 사람이 자기 동선은 못 잡는다.
둘. 신이서는 점심을 고르지 못한다. "아무거나요"를 세 번 했다. 4년 동안 내 당 떨어지는 날을 맞히던 사람이.
셋. 신이서는 우산이 없다. 오후 2시에 비가 왔고, 이서는 하늘을 보고, 나를 보고, "…비 올 줄, 알았는데요"라고 했다. 알았는데 안 챙긴 것이다. 챙기면 설계가 되니까.
"이서 씨."
"네."
"설계 안 하면 이렇게 돼요?"
"…네."
비를 맞으면서 이서가 말했다. 변명이 아니었다. 이 사람은 변명을 안 한다.
"저는 민규 씨 쪽만 보고 살아서요. 제 쪽은 한 번도 안 봤어요."
편의점 처마 밑에서 비를 피했다. 나는 안에 들어가서 우산 하나와 핫도그 두 개를 샀다.
우산은 이서한테 주고, 핫도그 하나를 내밀었다.
이서가 그것을 봤다. 나는 초를 셌다. 목요일 커피 때는 10초였다. 받는 쪽이 처음이라서.
3초.
이서가 핫도그를 받았다. 3초 만에. 그리고 한 입 먹고, 아주 작게 말했다.
"…맛있네요."
나는 그 3초를 기록했다. 10초에서 3초. 표본이 두 개뿐이라 유의미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방향은 있었다. 이 사람이 받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서 씨. 오늘 최악이었죠."
"…네."
"저는 괜찮았어요."
이서가 핫도그를 든 채로 나를 봤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굳은 것이 아니고, 놀란 것도 아니고 —
"길 잃고 비 맞고 아무거나 세 번 듣고. 4년 동안 이런 하루 없었어요. 전부 풀려 있었으니까."
"…그게 괜찮은 거예요?"
"통계적으로 정상이잖아요."
이서가 웃었다. 소리는 안 났다. 이 사람은 웃음도 조용하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봤고, 우산을 든 손이 조금 흔들리는 것도 봤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이서는 창밖을 봤다. 나는 옆에 서 있었다. 회사 옆자리와 같은 거리였다. 다만 파티션이 없었다.
"민규 씨."
"네."
"다음 토요일도, 물어봐도 돼요?"
"물어봐요."
"…다음 토요일에, 시간 있으세요?"
"있어요."
이서가 창밖을 보면서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것도 봤다. 4년 동안 안 보이던 사람이 요즘은 너무 잘 보였다. 이것도 표본에 넣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월요일 아침, 팀 회의에서 오 팀장이 공지를 읽었다.
"경영지원팀에서 이번 주에 우리 팀 조사 나온대. 업무효율 사례라고. 뭐, 우리 팀이 운이 좋긴 하지. 이슈 해결 속도가 전사 평균의 3배라나."
팀원들이 웃었다. 성우 선배가 "그거 다 제 덕이죠" 했다.
나는 웃지 않았다. 옆자리에서 이서의 손이 멈춘 것을 봤기 때문이다.
3배. 그 숫자에는 이름이 있었다. 4년 동안 아무도 몰랐던 이름이.
— 6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