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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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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적으로 이상한 날들

23화. 명함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강 부장의 명함은 이서의 서랍 두 번째 칸에 들어갔다. 초콜릿 옆에. 7층 서랍.

"…안 갈 거예요."

이서가 명함을 넣으면서 말했다. 나는 7층에 서류를 갖다주러 간 김에 서 있었다. 유진이 옆자리에서 듣고 있었다. 듣는 척을 안 하는 방식으로.

"왜 안 가요. 조건은 들었어요?"

"들었어요. 좋았어요. 7층보다도요."

"그런데요."

"…옆자리가 있어서요."

이서가 서랍을 닫았다. 유진이 옆에서 아주 작게 웃었다. 이서가 "유진 씨" 했다. 유진이 "네, 죄송합니다" 했다. 이 둘의 리듬이 생겨 있었다.

강 부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리셋맨은 스카웃도 리셋하는 사람이었다.

다음 미팅에서 강 부장은 8페이지 얘기를 5분 하고 이서 얘기를 15분 했다. "저희 쪽 기획팀에 딱 맞는 분이에요." "연봉은 맞춰 드릴 수 있어요." "생각해 보셨어요?" 이서는 그때마다 "…아니요"라고 했다. 작게. 세 번.

세 번째에 강 부장이 나를 봤다.

"김민규 씨. 옆자리 분한테 말 좀 해 주세요. 이건 기회예요."

"…제가 말할 게 아니에요. 이서 씨 선택이라서요."

"동료로서 조언 정도는 —"

"안 해요. 이서 씨 선택은 안 건드려요."

강 부장이 나를 이상하게 봤다. 이서가 옆에서 자료를 두 손으로 쥐었다. 나는 그 손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봤다. 그리고 그 손이 자료 아래에서, 테이블 밑에서, 아주 잠깐 내 소매 끝을 잡았다 놓는 것을 봤다. 1초. 아무도 못 봤다. 나만.

회의실에서 나와서 이서가 말했다.

"…아까 그거요. 소매요."

"봤어요."

"손이 갔어요. 죄송해요. 또 했어요."

"그건 설계 아니잖아요."

"…네. 그냥 갔어요. 처음이에요. 설계 없이 손이 간 거."

나는 그것을 표본에 넣었다. 설계 없이 손이 간 횟수. 1회. 그리고 그 표본은 다른 표본들과 달랐다. 세고 싶지 않은 종류의 것이었다. 숫자 하는 사람이 세고 싶지 않은 것이 생기면, 그건 숫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토요일, 벤치.

"명함, 진짜 안 가요?"

내가 물었다. 정면으로. 이서 선택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묻는 것.

"안 가요."

"옆자리 때문에요?"

"…그것도 있는데요."

이서가 강을 보면서 말했다.

"저 회사에 민규 씨 때문에 왔잖아요. 4년 전에. 그건 제 선택인데 제 이유는 아니었어요. 민규 씨가 이유였어요. 그런데 이번엔요. 대한물산 안 가는 거요. 그건 제 이유예요. 7층이 좋아요. 유진 씨가 있고, 강지 팀장님이 있고, 4층이 네 층 아래 있어요. 그 전부가 제 이유예요. 민규 씨는 그중 하나예요."

그중 하나.

나는 그 문장을 받았다. 4년 동안 이 사람의 유일한 이유였던 것이 이제 그중 하나가 됐다. 값이 줄어든 것이 아니었다. 분모가 커진 것이었다. 이 사람에게 이유가 여러 개 생겼다.

"…서운해요?"

이서가 물었다. 내 표정을 읽은 것이다.

"아니요. 반대예요."

"반대요?"

"이서 씨 쪽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잖아요. 두 달 전에. 이제 있네요. 여러 개."

이서가 웃었다. 그리고 벤치에서 아주 조금, 내 쪽으로 기울었다. 5도쯤. 이번엔 바람이 없었다.

월요일 아침, 내 메일함에 모르는 주소가 있었다.

경쟁사였다. 작년 봄에 연락 왔던 그 회사. 이번엔 제안이 구체적이었다. 직급, 연봉, 그리고 시작일. 답은 2주 안에.

나는 그 메일을 읽고, 옆자리를 봤다. 비어 있었다. 5도.

그리고 나는 그 메일을 아무한테도 안 보냈다. 옆자리에 들리게 혼잣말도 안 했다. 옆자리가 없었으니까.

— 24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