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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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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적으로 이상한 날들

22화. 회의실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두 번째 미팅은 다음 주 목요일이었다. 대한물산 회의실. 강 부장, 실무자 둘, 나, 그리고 이서.

이서는 내 왼쪽에 앉았다. 회사 옆자리 거리로. 자료를 두 손으로 쥐고 있었다. 중요한 것을 쥘 때.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확인했다. 단상 때와 달랐다.

"지난주 자료를 다시 봤는데요."

강 부장이 시작했다.

"3페이지 원가 산정이요. 근거가 약해요. 이건 처음부터 —"

"근거는 4페이지에 있습니다."

이서였다.

작은 목소리였다. 그런데 회의실이 조용해서 전부 들렸다. 강 부장이 고개를 들었다. 4년 동안 이 사람은 회의실에서 한 마디도 안 했다. 회의록에 이름이 안 올라간 사람. 강 부장은 이서를 처음 보는 눈으로 봤다. 실제로 처음 보는 것이었다. 4년 동안 같은 회의실에 여섯 번 있었는데.

"4페이지 하단 표요. 지난 3년 단가 추이랑 물량 가중 평균이요. 3페이지 숫자는 그 표에서 나온 거예요. 처음부터 안 봐도 돼요. 4페이지만 보시면 돼요."

강 부장이 4페이지를 봤다. 시간이 걸렸다. 나는 그 시간 동안 이서를 봤다. 이서는 강 부장을 보고 있었다. 정면으로. 굳지 않고. 5도가 아니라 0도로.

"…이 표, 누가 만든 거예요."

"제가요."

"김민규 씨 자료 아니에요?"

"김민규 씨 자료예요. 표는 제가 4년 동안 옆에서 봤어요. 오타도 제가 잡았고요."

이서가 그것을 말했다. 자기가 한 것을. 회의실에서. 거래처 앞에서. 생색이 아니었다. 사실이었다. 이 사람은 생색은 안 내는데 사실은 말한다. 이제는.

강 부장이 페이지를 넘겼다. 5페이지. 6페이지. 리셋이 안 됐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대신 앞으로 갔다.

"…7페이지 일정은 좀 빡빡한데."

"빡빡해요. 그래서 8페이지에 대안이 있어요."

강 부장이 8페이지를 봤다. 그리고 웃었다. 4년 만에 처음 보는 웃음이었다. 이 사람이 웃을 줄 아는 사람인지 나는 몰랐다.

"…알겠어요. 8페이지로 갑시다."

회의실에서 나와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서가 자료를 내려놨다. 손이 그제야 흔들렸다. 회의실 안에서 안 흔들린 만큼.

"…했어요."

"했어요."

"저 회의실에서 말했어요. 4년 만에요. 아니, 처음이에요. 회의실은."

"들었어요. 전부."

이서가 벽에 기댔다. 엘리베이터가 오는 것을 기다리며.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정면이 더 빨라요. 메일 세 통보다."

"네."

"4년 동안 몰랐어요. 그거."

나는 그 사람을 봤다. 4년 동안 우연으로 내 하루를 치우던 사람이 오늘은 회의실에서 40분 만에 여섯 번의 리셋을 끝냈다. 정면으로. 자기 이름으로.

우연은 거절이 안 된다고 했다. 정면은 거절될 수 있다. 그런데 정면은 — 되면 남는다. 회의록에 이름이 남는다. 오늘 회의록에 처음으로 신이서라는 이름이 올라갈 것이다.

회사로 돌아오니 팀장이 물었다. "어떻게 됐어?" 나는 "8페이지로 갑니다" 했다. 팀장이 "8페이지가 뭔데" 했다. 성우 선배가 "리셋 안 됐어?" 했다.

"안 됐어요. 이서 씨가 막았어요."

"이서 씨가?"

선배가 빈자리를 봤다. 5도 기운 모니터를. 그리고 4년 만에 처음으로 그 자리에 대해 맞는 말을 했다.

"…저 자리, 생각보다 중요한 자리였네."

그날 저녁 7층에서 이서가 내려왔다. 자백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다른 얼굴이었다.

"민규 씨. 강 부장님이요."

"네."

"저한테 명함 주셨어요. 회의 끝나고. 대한물산에서 일해 볼 생각 없냐고."

이서가 명함을 두 손으로 쥐고 있었다. 중요한 것을 쥘 때.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제일 이상했다.

— 23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