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적으로 이상한 날들
20화. 자리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세 번째 토요일 — 아니, 이제는 세지 않을 만큼 많은 토요일 중 하나에, 이서가 자기 얘기를 했다. 내가 묻지 않았는데. 처음이었다.
한강 공원 벤치였다. 이서가 정한 장소. 예약이 필요 없는 곳으로만 고르는 사람이라 벤치가 많았다.
"저 어릴 때 이사를 많이 다녔어요. 초등학교를 네 군데 다녔어요."
이서가 강을 보면서 말했다. 나는 옆에 앉아 있었다. 회사 옆자리 거리로.
"네 군데면, 자리를 네 번 만들었어야 하는데요. 세 번째부터 안 만들었어요. 만들면 없어질 때 티가 나니까요. 안 만들면 —"
"없어져도 아무도 모른다."
"…네. 워크숍 때 말한 거요. 그거 나머지 반이에요."
나는 그 반쪽을 받았다. 존재감을 지운 사람의 이유. 무서운 이유가 아니었다. 그냥 어린 사람이 네 번째 전학 전에 세운 계산이었다. 없으면 잃지 않는다. 숫자로는 맞았다. 숫자로만 맞았다. 사람으로는 틀렸다. 그것을 이 사람은 7년 전 30초에 알았고, 나는 지금 벤치에서 알았다.
"그런데 7년 전에요."
이서가 계속했다.
"안 보이는 데 익숙한 사람이 발표를 하려니까 안 됐던 거예요. 30초 동안. 그때 옆 조에서 손을 든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은 저를 봤어요. 30초 동안. 안 보이는 사람을요."
"…"
"그게 처음이었어요. 자리 없이 살던 사람한테 누가 자리를 만들어 준 거요. 그래서 그 사람 옆에 자리를 만들었어요. 안 보이게. 없어져도 아무도 모르게. 4년 동안."
나는 강을 봤다. 이서가 강을 봤다. 같은 방향.
"이서 씨."
"네."
"이제 자리 있어요."
이서가 나를 봤다.
"4층에 5도 기운 자리 있고요. 7층에 창가에서 두 번째 자리 있고요. 회사 사람 200명이 이서 씨 이름 알고요. 그리고 여기, 벤치 왼쪽이요. 전부 이서 씨 자리예요. 없어지면 티 나요. 이제는."
"…티 나면, 어떻게 돼요."
"제가 찾으러 가요. 비상계단이든 7층이든."
이서가 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귀가 빨갰다. 강바람 때문이라고 하면 믿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거…"
이서가 아주 작게 말했다.
"…그거 무서운 말인데요. 저한테는요."
"네. 무서울 거예요."
이서가 웃었다. 이제 이 문장은 우리 둘의 것이었다. 무섭다고 인정하는 쪽과, 무서울 거라고 받아 주는 쪽. 처음엔 이서가 말하고 내가 받았는데, 이제는 번갈아 했다.
월요일, 유진이 4층에 내려왔다. 서류를 들고. 7층 심부름이었다.
"김민규 님, 이서 님이 이거 전해 드리래요."
서류를 받았다. 유진은 안 갔다. 내 책상을 보고 있었다. 이서가 그랬던 것처럼. 서랍, 모니터, 그리고 옆의 빈자리.
"…저 자리, 이서 님 자리였죠?"
"네."
"모니터가 기울어 있네요. 5도쯤."
나는 유진을 봤다. 이 사람은 각도를 눈으로 잰다. 나는 4년 걸려서 알았고, 배치도에 적어서 알았다. 유진은 서서 3초 만에 알았다.
"이서 님이 그러셨어요. 4층에 있을 때 옆자리 분이 자기 곤란을 다 치워 줬다고. 그래서 자기도 7층에서 그렇게 하는 거라고."
"…이서 씨가 그렇게 말했어요?"
"네. 반대 아니에요? 이서 님이 치워 준 거 아닌가요?"
유진이 웃었다. 그리고 갔다. 7층으로.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봤다. 이서는 유진한테 내가 치웠다고 말했다. 자기가 한 4년을 나한테 돌린 것이다. 생색 0. 그 사람은 존재감이 생겨도 생색은 안 생겼다.
그리고 유진은 그것을 안 믿었다. "반대 아니에요?" 하루 만에 서랍을 알아낸 사람이, 일주일 만에 4년의 방향을 알아냈다.
화요일 아침, 팀장이 공지를 읽었다. 이번엔 웃지 않았다.
"대한물산 담당자가 다시 바뀐다. 차장님 승진해서 딴 데 가시고, 후임이 —"
팀장이 종이를 봤다. 그리고 나를 봤다.
"강 부장이 돌아온단다. 그 리셋맨."
— 21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