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적으로 이상한 날들
2화. 아마,라는 말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가설이 생겼으면 검증을 해야 한다. 그게 숫자 하는 사람의 예의다.
실험 1호는 당직표였다.
"다음 주 화요일 반차 쓰고 싶은데, 당직표가 꼬였네."
퇴근 무렵, 들으라는 사람 없이, 그러나 옆자리에는 들리게 흘린 혼잣말이었다.
이틀 뒤 당직표가 바뀌어 있었다. 화요일 당직이던 동료가 나와 바꿔 달라고 먼저 왔다. 이유를 물으니 "어쩌다 보니 그날이 더 편해져서"라고 했다. 어쩌다 보니. 요즘 내 인생에 제일 자주 등장하는 부사구였다.
실험 2호, 잃어버린 척한 USB는 사흘 만에 "복도에서 주웠다"며 총무팀을 통해 돌아왔다. 실험 3호, 어렵다고 흘린 엑셀 함수는 다음 날 아침 사내 메신저의 익명 팁 계정이 정확히 그 함수의 사용법을 올렸다.
세 번의 실험, 세 번의 해결. 우연이라는 귀무가설은 기각됐다.
이번에는 내가 관찰할 차례였다.
신이서는 관찰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시야에 잘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잡히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데이터였다. 4년을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이렇게까지 안 보이려면, 그건 재능이 아니라 기술이다.
관찰 사흘째에 세 가지를 알았다.
하나. 이서는 회식에서 내가 "먼저 가 보겠습니다" 하고 일어선 직후에 사라진다. 매번.
둘. 이서의 모니터는 파티션 각도상 정면이 맞는데, 아주 미세하게 — 한 5도쯤 — 이쪽으로 기울어 있다.
셋. 이서의 책상 서랍 두 번째 칸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초콜릿이 있다. 내가 당 떨어진다고 중얼거리는 날, 다음 날 탕비실 내 자리 앞에 같은 초콜릿이 놓여 있곤 했다.
금요일에 팀 회식이 있었다.
이서는 여느 때처럼 어느 순간 사라져 있었다. 나는 이번엔 시간을 확인했다. 내가 "먼저 가 보겠습니다" 하고 일어선 것이 11시 20분. 신발을 신고 나온 것이 11시 24분.
회식집 앞에 택시가 서 있었다.
"민규 님 맞으시죠? 호출 들어와 있어요."
앱 호출이었다. 호출자명은 기사님 화면에도 뜨지 않는 방식이었다. 목적지는 이미 입력되어 있었다.
우리 집이었다.
택시 안에서 나는 무서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이 내 주소를 안다면 무서운 일이다. 그런데 아는 사람이라면 — 4년을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라면 — 그건 어느 쪽인가.
나는 창밖을 보며 우연의 총량을 세어 봤다. 당직표, USB, 함수, 우산, 회의실, 프린터, 이어폰, 담당자, 그리고 이 택시. 소급하면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는 4년.
4년 동안, 아무 대가 없이, 생색 한 번 없이, 들키지도 않게.
무섭다는 결론이 나와야 하는 계산에서 자꾸 다른 값이 나왔다. 나는 그 값을 소수점 아래로 내려 두고 잠들었다.
다음 날 오후, 탕비실에 단둘이 남는 순간이 왔다.
이서는 티백을 우리고 있었다. 나는 문을 등지고 서서, 준비한 문장을 꺼냈다.
"이서 씨죠."
티백이 잠깐 멈췄다.
"전부. 우연이 아니라."
이서는 놀라지 않았다. 그게 제일 이상했다. 변명을 준비한 사람도, 도망칠 사람도 아닌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우연이에요."
그리고 아주 작게, 덧붙였다.
"…라고 하면, 믿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