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적으로 이상한 날들
17화. 또 했어요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또 했어요."
수요일 아침, 7층에서 내려온 이서가 내 자리 옆에 서서 말했다. 자백하는 사람의 얼굴로.
"뭘요."
"민규 씨 다음 주 출장이요. 기차표. 창가로 바꿔 놨어요. 민규 씨 창가 좋아하시니까. 예약 시스템에서 제가 —"
"…"
"습관이에요. 손이 먼저 갔어요. 죄송해요."
나는 그 사람을 봤다. 4년 치 설계를 한 손이 이틀 만에 또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자기 입으로 말하러 7층에서 내려왔다. 자백하러. 이 사람은 이제 우연을 못 한다. 우연을 하면 와서 말한다. 그러면 우연이 아니게 된다.
"창가 고마워요."
"…화 안 나세요?"
"화날 일이 아니에요. 말했잖아요. 말하면 우연이 아니라 그냥 한 거예요. 그냥 한 건 받으면 돼요."
이서가 그 논리를 받아들이는 데 3초 걸렸다. 그리고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7층으로 올라갔다.
그 뒤로 자백이 늘었다.
목요일. "또 했어요. 민규 씨 거래처 미팅 회의실, 창문 있는 데로 바꿨어요." 금요일. "또 했어요. 탕비실에 민규 씨 좋아하는 티백 채워 놨어요." 다음 주 월요일. "또 했어요. 민규 씨 우산이 없어서 — 아니, 그건 제 거 놓고 온 거예요. 우연이에요. 진짜로."
진짜 우연도 있었다. 이서가 자기 우산을 놓고 간 것. 나는 그것을 돌려주러 7층에 올라갔다. 처음이었다. 근무 시간에 7층에 간 것.
7층 신규 사업팀 다섯 명이 나를 봤다. 강지 팀장이 "4층 분이시죠? 이서 씨 —" 하고 이서를 찾았다. 그런데 못 찾았다. 자기 팀에서도.
"…이서 씨가 어디 앉지?"
"창가에서 두 번째요. 모니터 기운 자리."
내가 말했다. 7층에 온 것은 처음인데 알았다. 그 사람은 어디서든 그 자리를 만든다. 강지 팀장이 나를 이상하게 봤다.
자백 시스템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서가 말하는 것은 자기가 한 것뿐이었다. 자기한테 일어난 것은 말하지 않았다.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수요일이었다. 7층 강지 팀장이 우리 팀장에게 지나가듯 한 말을 팀장이 나한테 지나가듯 했다.
"이서 씨 요즘 매일 야근한대. 신규 사업이 급해서. 새벽 1시까지 한다던데."
새벽 1시. 막차가 11시 52분이다. 이 사람은 11시 30분에 정리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새벽 1시까지 하면 정리고 뭐고 없다.
그날 밤 11시 40분, 나는 7층에 올라갔다.
이서가 있었다. 혼자. 모니터 앞에. 나를 보고 놀랐다. 이번엔 진짜로.
"…민규 씨?"
"막차요. 11시 52분."
"아, 오늘은 — 일이 좀 —"
"이서 씨. 또 했어요, 는 왜 이건 안 해요?"
이서가 입을 다물었다.
"이서 씨한테 일어난 곤란은 왜 자백 안 해요. 새벽 1시까지 하는 거. 그것도 말해야죠."
"…그건 곤란이 아니라 그냥 일이라서요."
"곤란이에요. 제 기준으로는."
나는 이서의 노트북을 닫았다. 4년 동안 이 사람이 내 곤란을 치워 온 것과 같은 일을, 다른 방식으로. 정면으로.
"막차 타요. 남은 건 내일 제가 반 할게요."
"…민규 씨 일 아니잖아요."
"이서 씨가 4년 동안 한 것도 이서 씨 일 아니었어요."
11시 50분, 플랫폼.
이서가 열차를 기다리며 말했다. 작게. 자백하는 얼굴로.
"…또 했어요."
"이번엔 뭐요."
"오늘, 민규 씨 올라올 줄 알고 있었어요. 팀장님들이 얘기하는 거 들었거든요. 그래서 — 일부러 안 갔어요. 11시 30분에."
나는 그 사람을 봤다.
"그건 설계잖아요."
"…네. 그런데 저한테 좋은 거였어요. 처음으로 저한테 좋은 걸 설계했어요. 민규 씨가 온다는 거."
열차가 들어왔다. 나는 그 문장을 받았다. 이 사람이 처음으로 자기 쪽을 본 것이다. 자기 쪽에 뭐가 있는지 몰랐던 사람이, 하나를 찾았다. 그것이 나였다.
"타요."
"…네. 다음 주 창립기념일이요. 저 상 받는대요. 강지 팀장님이 올리셨대요. 단상에서 받는 거요."
문이 닫히기 직전에 이서가 말했다.
"…저 단상에 못 서요. 7년 전부터요."
— 1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