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적으로 이상한 날들
11화. 없는 것의 표본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없는 것의 목록.
하나. 2년 전 가을, 소개팅이 있었다. 팀장 소개였다. 사무실에서 공개적으로 일정이 잡혔다. 옆자리에 다 들렸다. 그 주에 아무 일도 없었다. 소개팅은 그냥 진행됐고, 그냥 안 됐다. 내 쪽 이유로. 우연은 없었다.
둘. 작년 봄, 경쟁사에서 연락이 왔다. 이직 제안. 나는 그것을 탕비실에서 통화했다. 옆자리에 들렸을 것이다. 그 뒤 3주 동안 고민했고, 결국 안 갔다. 내 쪽 이유로. 그 3주 동안 회사에서 이상하게 좋은 일이 생기지도, 경쟁사에 이상하게 나쁜 일이 생기지도 않았다. 우연은 없었다.
셋. 재작년 여름휴가. 혼자 갔다. 항공권을 옆자리에서 예약했다. 그 여행에서 우연은 없었다. 아무도 같은 비행기에 없었다. 아무것도 미리 치워져 있지 않았다. 다만 그 여행은 내가 짠 계획대로 굴러갔고, 계획은 내가 짠 것이었다. 보통의 여행이었다.
넷. 4년 동안,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두 번 있었다. 회식에서. 술김에. 두 번 다 이서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 아니, 하나는 사라지기 전이었다. 그 사람 이름을 내가 말할 때 옆자리에 이서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아무 일도 없었다.
나는 목록을 보고 있었다.
4년 동안 이서는 내 곤란만 치웠다. 내 선택은 한 번도 안 건드렸다. 소개팅도, 이직도, 여행도, 좋아한다고 말한 사람도. 그것들은 전부 곤란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이 사람은 그 둘을 구분하고 있었다. 4년 동안. 매일.
무서운 사람은 선택을 건드린다. 정보를 숨겨서 유도하고, 경쟁자를 치우고, 길을 하나만 남긴다. 나는 그런 것을 무섭다고 부른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 반대를 했다. 길을 전부 남겨 놓고, 길 위의 돌만 치웠다.
표본이 뒤집혔다.
있는 것만 셌을 때는 이 사람이 내 인생을 설계한 사람이었다. 없는 것을 세니까 이 사람은 내 인생을 한 번도 설계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설계한 것은 내 하루였고, 내 인생은 손대지 않았다.
7년 전 30초. 게시판. 지원서. 옆자리. 그 순서는 여전히 한 사람의 의도였다. 그런데 그 의도가 향한 곳은 '내 옆에 있는 것'까지였다. '내가 자기를 고르게 하는 것'은 한 번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 사람은 4년 동안 안 보였던 것이다. 보이면 내가 고르게 되니까. 고르게 하는 것은 선택을 건드리는 것이니까.
금요일 아침, 나는 이서보다 먼저 출근했다.
이서 자리로 갔다. 모니터가 정면이었다. 나는 그것을 잡고 5도 기울였다. 이쪽으로.
그리고 내 자리에 앉았다.
이서가 출근했다. 자리에 앉았다. 모니터를 봤다. 그리고 굳었다. 나는 초를 세지 않았다.
"…민규 씨."
"네."
"이거."
"네. 제가 했어요. 우연 아니에요."
이서가 모니터를 든 채로 — 아니, 모니터는 못 든다. 모니터 테두리를 잡은 채로 나를 봤다.
"시간 달라고 한 거요. 계산 끝났어요."
"…"
"이서 씨는 4년 동안 내 선택을 한 번도 안 건드렸어요. 없는 것을 셌더니 그게 나왔어요. 그러니까 —"
나는 다음 문장을 정면으로 했다. 이 사람 앞에서 우연으로 하면 반칙이니까.
"— 무섭지 않아요. 이제."
이서가 모니터 테두리에서 손을 뗐다. 그 손이 흔들렸다. 나는 그것을 봤고, 세지 않았다.
점심에 팀장이 나를 불렀다. 회의실이었다. 팀장은 서류를 하나 들고 있었다.
"민규야. 너 혹시 이서 씨랑 뭐 있었냐."
"…네?"
"이서 씨가 팀 이동 신청을 냈어. 어제 날짜로. 사유가 '개인 사정'인데, 인사팀에서 나한테 확인 전화가 왔거든. 4년 동안 한 번도 이동 신청 안 한 사람이라."
어제 날짜.
내가 없는 것을 세고 있던 목요일 밤에, 이 사람은 자기를 없는 것으로 만드는 서류를 썼던 것이다.
— 12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