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적으로 이상한 날들
1화. 통계적으로 이상한 날들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나는 오늘의 재앙을 셌다.
하나. 오후 2시 미팅이 두 개다. 같은 시간, 다른 층. 몸이 하나라는 물리적 한계는 어제 밤 11시에 발견됐다.
둘. 그중 하나는 대한물산 강 부장이다. 업계에서 '리셋맨'이라 불리는 사람. 다 된 합의를 미팅마다 리셋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셋. 발표용 이어폰은 3주 전에 잃어버렸다. 오늘 같은 날 사러 갈 짬은 없다.
하나만 터져도 긴 하루가 되는 목록이었다. 나는 세 개를 안고 회사 문을 열었다.
9시 10분, 메일이 왔다. 대한물산 측 사정으로 오후 미팅 연기 요청.
9시 40분, 팀 공지가 떴다. 대한물산 담당자 인사이동 — 강 부장 후임은 온화하기로 소문난 차장님이었다.
10시 5분, 볼펜을 찾으려고 연 서랍 안에, 이어폰이 있었다.
3주 전에 잃어버린 그 이어폰이었다. 케이스의 흠집까지 그대로였다. 나는 서랍을 연 채로 한참 서 있었다.
세 개의 재앙이, 반나절 만에, 전부 풀렸다.
숫자를 만지는 사람에게는 직업병이 있다. 좋은 일도 세 번 겹치면 우연이 아니라 표본으로 보인다.
그리고 표본을 세기 시작하면, 과거의 데이터가 소급된다.
지난달, 겹부킹된 회의실이 저절로 정리돼 있던 것. 지지난주, 마감 직전에 프린터가 고장 났는데 어느새 총무팀이 와 있던 것. 장마 첫날, 부탁한 적 없는 우산이 내 책상에 걸려 있던 것.
하나씩 보면 전부 사소했다. 모아 놓으니 방향이 생겼다.
전부, 나였다. 내 곤란만, 저절로, 풀려 왔다.
옆자리에는 신이서가 앉는다.
입사 동기다. 4년을 같은 팀에서 일했다. 그런데 이서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을 적어 보면 반 줄이 안 된다. 목소리가 작다. 회식에서 언제 사라지는지 아무도 모른다. 언젠가 다른 팀 사람이 이서 자리를 물었을 때 우리 팀원 셋이 다 다르게 대답했다. 창가 쪽 아니었나. 안쪽이었던 것 같은데. 어… 누구?
존재감이 옅은 사람. 그게 4년 치 요약이었다.
그런데 오늘, 표본을 세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지난주 내 보고서의 오타를 짚어 준 사람이 이서였다. "…3페이지에, 숫자가. 바뀐 것 같아서요." 우산이 걸려 있던 날 제일 먼저 출근해 있던 사람도 이서였다. 겹부킹이 풀린 날 회의실 예약 시스템에 마지막으로 접속한 계정을, 나는 확인해 본 적이 없다.
존재감이 옅은 게 아니라.
나한테만, 존재감이 있었나.
퇴근 준비를 하며 나는 무심코 혼잣말을 했다.
"오늘 이상하게 운이 좋네. 꼬였던 게 다 풀렸어."
옆자리에서 이어폰 줄을 정리하던 이서의 손이, 멈췄다.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아주 작게, 이서가 말했다.
"…그거, 해결됐을 거예요. 아마."
아마.
나는 가방을 든 채로 그 부사를 들여다봤다. 해결됐을 거예요, 까지는 덕담이다. 아마, 는 다른 것이었다. 아마는 — 확인해 본 사람이 확인 안 한 척할 때 쓰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