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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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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9화. 25미터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대회는 교내 수영장에서 열렸다. 관중석이 찼다. 동아리 대항이라 응원이 시끄러웠다. '물살' 자리에는 열두 명이 아이스크림 내기를 건 채 앉아 있었고, 그 중 아홉 명이 내가 못 간다에 걸었다.

25미터 신입부. 4번 레인.

출발대에 섰다. 발 안 닿는 물이 아래 있었다. 두 달 반 전 발목만 담그던 사람이 출발대에 서 있다는 게, 나 스스로도 이상했다. 옆 레인, 그 옆 레인. 관중석. 그리고 —

풀 옆, 코치 자리. 지유 선배가 서 있었다. 트레이닝복. 팔짱. 웃고 있었다. 평소의 웃음으로.

그런데 입 모양이 보였다. 소리는 안 들렸다. 관중석 함성 때문에. 입 모양만.

'발. 닿는. 데.'

규칙 둘. 발 닿는 데까지만. 25미터 레인은 발이 안 닿는다. 그러니까 저 말은 규칙이 아니라 — 내가 그 뜻을 이해하기 전에 출발 신호가 울렸다.

물에 들어갔다.

조용했다. 물속은 조용하다. 관중석 소리가 안 들렸다. 아홉 명의 내기도, 열두 명의 아이스크림도. 팔을 저었다. 고친 각도로. 어깨 힘을 빼고. 앞에 아무도 없었다. 뒷걸음질로 물러나 주는 사람도, 20미터 지점에서 서 있는 사람도. 대신 5미터마다 뭔가가 있었다. 5미터 — 새벽 바다. 10미터 — 6번 레인. 15미터 — 회색 수영장에서 잡은 왼팔. 20미터 — 반 박자 늦게 놓은 손.

25미터. 벽.

손이 벽을 짚었다. 고개를 들었다. 소리가 돌아왔다.

"5미터!!!"

선배 목소리였다. 관중석 전체보다 컸다. MT 새벽 바다에서 아무도 없는 데다 질렀던 그 함성이, 이번엔 사람 가득한 수영장에서 터졌다. "야! 야! 봤냐! 25미터! 얘 25미터 갔다고!" 열두 명이 웃었고, 아홉 명이 아이스크림을 잃었고, 회장이 "지유 좀 앉혀"라고 했다.

나는 벽을 잡고 숨을 뱉었다. 기록은 몰랐다. 상관없었다. 물 무서운 사람의 별명이 5미터였는데, 이제 그 별명이 틀렸다.

25미터 일반부는 30분 뒤였다.

3번 레인. 김지유. 출발대에 선 선배를 나는 풀 옆 코치 자리에서 봤다. 선배가 30분 전에 서 있던 자리. 팔짱은 안 꼈다. 낄 수가 없었다. 손이 떨려서.

관중석에서 서윤 씨가 보였다. 앉지 않고 서 있었다. 팔짱을 낀 채로. 선배의 오른쪽 어깨를 보고 있었다.

출발 신호.

선배가 물에 들어갔다. 소리 없이. 물이 선배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여전히 나와 달랐다. 5미터, 10미터. 빨랐다. 옆 레인들이 뒤로 밀렸다. 15미터 —

느려졌다.

오른팔이었다. 각도가 흔들렸다. 15미터에서 굳었던 그 각도. 나는 풀 옆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뛰어들 수 없었다. 대회였다. 규칙이었다. 선배가 제일 진심으로 지키는 영역.

그래서 대신 소리를 질렀다.

"선배!!! 발 닿는 데까지!!!"

말이 안 되는 말이었다. 발 안 닿는 레인에서. 그런데 그게 내가 가진 규칙의 전부였고, 선배가 나한테 준 문장의 전부였다. 관중석 소리에 묻혔을 것이다. 물속에서는 안 들린다. 조용하니까.

20미터. 오른팔이 한 번 더 흔들리고 —

25미터. 벽.

선배가 벽을 짚었다. 3위였다. 기록은 4년 전 고교 기록보다 4초 느렸다. 옆 레인 2학년이 1위였다. 관중석이 환호했고, 물살 자리에서 회장이 일어났고, 나는 —

풀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갔다.

선배가 물 밖으로 나왔다. 오른팔을 늘어뜨린 채로. 자연스럽게 보이려는 노력을 안 했다. 못 했을 것이다. 수건을 받았다. 서윤 씨가 던진 거였다. 정확한 높이로.

그리고 선배가 내 앞에 왔다. 젖은 채로. 나는 쭈그리고 앉아 있었고, 선배는 서 있었다. 올려다봤다.

"너 25미터 갔으니까."

선배가 말했다. 숨이 고르지 않았다.

"내기는 네가 이긴 거야. 아이스크림 두 달. 내가 사."

"…네."

"근데."

선배가 숨을 한 번 골랐다. 그리고 짧게, 조용하게, 딴청 없이.

"— 나도 갔어. 4년 만에. 끝까지."

관중석 소리가 멀어졌다. 물속처럼. 선배는 나를 보고 있었다. 웃지 않는 얼굴로. 안 웃어도 되는 자리에서. 그 얼굴에 물이 흘러내렸고, 그게 수영장 물인지 아닌지 나는 판별하지 않기로 했다.

"…3위였는데요."

"응. 3위."

"기록도 4초 느렸고요."

"응. 4초."

"근데 왜 그렇게 —"

"끝까지 갔잖아."

선배가 나를 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놀림이 아니라, 내기가 아니라, 민폐 프레임이 아니라, 그냥 말했다.

"네가 발 닿는 데까지라고 소리쳐서. 들렸어. 물속에서. 안 들려야 되는데."

물속은 조용하다던 사람이, 물속에서 처음으로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게 진짜 25미터였다.

관중석에서 서윤 씨가 내려왔다. 선배 앞에 섰다. 수건을 어깨에 걸쳐 주면서, 낮게.

"지유야. 그 어깨로 또 나가면 다음엔 안 올라와."

선배가 대답하지 않았다.

"재검진 받아. 다음 주. 내가 잡아 줄게."

선배가 나를 봤다. 반 박자. 그리고 서윤 씨를 봤다. 그리고 —

"…아, 덥다."

9월 셋째 토요일, 실내 수영장, 젖은 채로. 이번엔 진짜로 더웠을지도 모른다. 25미터를 두 사람이 갔으니까.

— 10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