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담
홈

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10화. 영상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영상은 서윤 씨가 보냈다. 대회 다음 날 밤, 메시지 하나 없이 링크만.

4년 전 고교 전국대회. 여자 50미터 자유형 결승. 화질이 나빴고 관중석 소리가 컸다. 4번 레인, 김지유. 출발대에 선 열여덟 살의 선배는 지금보다 말랐고, 웃지 않았다. 웃을 이유가 없는 얼굴이었다. 출발 신호. 물에 들어가는 방식은 지금과 같았다. 저항 없이.

빨랐다. 25미터 턴까지 1위. 관중석에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지유야, 지유야. 여러 명이었다. 부모 같은 목소리, 코치 같은 목소리, 팀 같은 목소리. 그 소리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40미터 지점. 오른팔이 흔들렸다.

대회에서 내가 본 그 각도였다. 15미터에서 굳었던 각도. 4년 전 영상 속에서 그 각도는 더 심했다. 선배는 그래도 저었다. 45미터, 48미터. 1위로 터치. 기록이 화면에 떴다. 관중석이 터졌다. 지유야! 그런데 물속에서 올라온 선배는 웃지 않았다. 오른어깨를 왼손으로 감싸고, 레인 로프를 잡고, 그대로 있었다. 화면이 거기서 끝났다.

나는 영상을 세 번 봤다. 세 번 다 40미터에서 멈췄다.

월요일 훈련. 6번 레인.

선배는 평소였다. 놀렸고, 내기했고, 됐네를 했다. 25미터 수료생이니까 이제 30미터라고 했다. "30미터면 아이스크림 세 달." 어깨는 여전히 왼쪽보다 낮았고, 재검진 얘기는 안 나왔다.

훈련 끝나고 자판기 앞. 내 폰이 벤치에 있었고, 화면이 켜져 있었다. 영상 링크가 떠 있었다. 끄는 걸 잊었다.

선배가 그걸 봤다.

나는 이온음료를 뽑다가 돌아봤다. 선배가 벤치 앞에 서서 내 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 썸네일. 4년 전 4번 레인. 웃지 않는 열여덟.

정색이 나올 차례였다. 남이 자기를 놀리면 정색하는 사람이니까. 남이 자기 과거를 보면 —

정색이 안 나왔다.

"…봤어?"

짧았다. 조용했다. 그게 다였다. 선배는 폰을 집어서 화면을 끄고, 나한테 건넸다. 정확한 높이로.

"서윤 언니지."

"…네."

"그 언니 진짜 말 많네."

딴청이 나올 차례였다. 아 덥다. 안 나왔다. 선배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았다. 왼손으로. 그리고 나를 안 보고 말했다.

"소리 끄고 봐."

"…네?"

"그 영상. 소리 끄고 다시 봐. 그러면 내가 왜 물속이 좋았는지 알 거야."

집. 소리를 껐다.

같은 영상. 출발대. 웃지 않는 얼굴. 출발. 25미터 턴. 1위. 이번엔 관중석 소리가 없었다. 지유야, 지유야, 가 없었다. 화면에는 물과 선배만 있었다. 물속에서 팔을 젓는 열여덟 살. 조용했다.

40미터. 오른팔이 흔들렸다. 소리 없이 보니까 더 잘 보였다. 흔들리는 팔로 45미터, 48미터, 터치. 1위. 기록.

그리고 소리 없이 보니까 보이는 게 하나 더 있었다.

물 밖으로 나온 선배가 어깨를 감싸고 있을 때, 관중석 쪽에서 누군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른이었다. 큰 동작으로. 이리 오라는 것 같기도, 잘했다는 것 같기도 한 동작. 선배는 그쪽을 보지 않았다. 레인 로프를 잡고, 물을 보고 있었다. 소리를 켰을 때는 지유야, 지유야에 묻혀서 안 보였던 것.

물속은 조용하다. 응원 소리도, 기록 부르는 소리도, 코치 소리도 안 들린다. 그게 좋았다고 했다. 그때는.

나는 그 '그때는'이 무슨 뜻인지 소리 끈 화면 앞에서 알았다. 지유야, 지유야. 그 소리들이 전부 저 사람을 40미터에서 흔들리는 팔로 48미터까지 밀어냈다는 것. 물속에서는 그 소리가 안 들려서 좋았다는 것. 그리고 그 뒤에 만들어 낸 밝음이 — 지금의 야아, 그걸 그렇게 한다고?, 지는 사람이 아이스크림, 아 덥다 — 물 밖에서 소리를 안 듣는 방법이었다는 것.

화요일, 훈련 끝. 수영장 바닥. 회색 조명.

"소리 끄고 봤어요."

"…응."

"관중석에 누가 손 흔들던데요."

선배가 물을 봤다. 오래. 딴청은 안 나왔다. 대신 짧은 문장 하나.

"아빠."

한 박자. 두 박자.

"…물속에선 안 들렸어. 그 소리."

그게 전부였다. 선배는 더 잘라 내지도, 덧붙이지도 않았다. 잘라 낸 것 중에 제일 큰 조각을 준 것이었다. 나는 그걸 받았다. 어디 둬야 할지 몰라서 그냥 들고 있었다.

"재검진 잡혔어요?"

"…목요일. 서윤 언니가 잡았어."

"혼자 가요?"

선배가 나를 봤다. 반 박자. 그리고 —

"내기하자. 지는 사람이 병원비."

"…병원비를 왜 걸어요."

"몰라. 걸 게 그것밖에 없어서."

그건 내기가 아니었다. 같이 가자는 말을 내기로 포장한 거였다. 포장이 너무 얇아서 안이 다 비쳤다. 나는 그 포장을 뜯지 않았다. 선배 방식대로 받았다.

"저 이길 자신 없는데요."

"…그럼 내가 사야겠네."

— 11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