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11화. 대기실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정형외과 대기실은 조용했다. 물속처럼.
목요일 오후 2시. 서윤 씨가 잡아 준 병원이었고, 서윤 씨는 오지 않았다. "둘이 가. 나는 말 많아서." 그 사람다운 배려였다. 대기실 의자에 선배와 나란히 앉았다. 선배는 트레이닝복이었다. 수영장 밖에서 선배를 본 건 편의점 앞이 전부였는데, 병원 대기실의 선배는 편의점보다 작아 보였다.
"내기 유효하다." 선배가 번호표를 보며 말했다. "지는 사람이 병원비."
"뭘로 지는데요."
"…몰라. 정해야지. 진료 시간 맞히기. 나는 15분."
"저는 20분."
"오, 5미터가 길게 걸었네. 왜."
"오래 볼 것 같아서요. 3년 만이잖아요."
선배가 나를 봤다. 반 박자. 그리고 번호표로 돌아갔다. 놀림이 안 나왔다. 대기실에서 선배는 딴청을 안 했다. 못 한 건지 안 한 건지. 대기실은 덥지 않았고, 아이스크림도 없었고, 라면도 없었다. 딴청의 재료가 하나도 없는 공간에서 선배는 그냥 앉아 있었다. 번호표를 든 채로. 오른어깨가 왼쪽보다 낮은 채로.
나는 옆에 있었다. 안 웃어도 되는 자리에.
진료는 25분 걸렸다.
"둘 다 틀렸네." 선배가 나오면서 말했다. "무효. 병원비는 내가 내."
"무효면 안 내는 거 아니에요?"
"내 어깨잖아."
선배 손에 종이가 있었다. 진단서 비슷한 것. 나는 안 봤다. 보여 주면 볼 생각이었다. 선배는 병원 복도를 걸으면서 그 종이를 반으로 접고, 또 반으로 접었다. 왼손으로. 네 번 접힌 종이가 트레이닝복 주머니로 들어갔다.
병원 앞. 가을 오후. 은행나무.
"수술."
선배가 말했다. 앞을 본 채로.
"하래. 4년 전이랑 같은 말이야. 그때는 6개월 못 뛴다고 안 했고."
"지금은요?"
"지금도 6개월. 하면 겨울 MT 못 가고, 봄 대회 못 나가고, 그러면 —" 선배가 말을 잘랐다. 3년 전이랑 같은 자리에서 자르는 것 같았다. "— 안 하면 일상에도 온다고. 킥판 못 들고, 머리 못 감고. 그런 얘기."
"하세요."
"…뭐?"
"수술. 하세요."
선배가 걸음을 멈췄다. 은행나무 아래서. 나를 봤다. 정색인지 아닌지 판별이 안 되는 얼굴로.
"억지로 시키는 거."
"아니에요. 규칙 넷이에요."
"…규칙 넷?"
"나한테도 말로 해. 힘들면. 선배가 만든 거잖아요. 선배 지금 힘들잖아요. 4년째. 말로 안 하고 왼손으로 킥판 들잖아요. 그거 규칙 위반이에요. 지각비 —"
4년째 말로 안 한 사람한테 규칙 넷을 되돌려 주는 건, 억지로 시키는 것과 종이 한 장 차이였다. 그 종이 한 장이 '선배가 만든 규칙'이라는 것뿐이었다.
"지각비가 왜 나와."
"…걸 게 그것밖에 없어서요."
선배가 3초 동안 나를 봤다. 그리고 웃었다. 늦은 웃음도, 평소 웃음도 아니었다. 처음 보는 종류였다. 웃으면서 눈이 붉어지는 웃음.
"…너 진짜 내 문법 다 빌렸네."
"돌려드릴게요. 수술하면."
토요일, 동아리 훈련이 없는 날. 선배가 수영장에 있었다. 나도 있었다. 약속은 안 했다. 6시에 문이 열렸고 6시에 선배가 있었고 6시 3분에 내가 있었다. 지각비도 없었다.
선배는 물에 안 들어갔다. 6번 레인 벽에 앉아서 발만 담그고 있었다. MT 첫날의 나처럼. 발목까지.
"안 들어가요?"
"수술 전엔 무리하지 말래."
"발목만 담그고 3시간 버티면 그건 적응이 아니라 정착이래요."
선배가 웃었다. 진짜로. 오래. 자기가 한 말을 자기가 듣는 사람의 웃음이었다.
"…그 말 누가 했냐."
"MT 때 어떤 선배가요."
나는 6번 레인에 들어갔다. 발 닿는 곳. 선배가 벽에 앉아서 나를 봤다. 코치 자리. 물 밖. 30미터를 갔다. 아무도 앞에서 물러나 주지 않았는데. 벽을 잡고 돌아보니 선배가 발을 담근 채로 손뼉을 치고 있었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치는 손뼉. 소리가 작았다.
"됐네."
"30미터예요."
"됐다고."
물 밖. 선배 옆에 앉았다. 발을 담근 채로 나란히. 선배의 발이 물속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그 발은 3년 전 40미터에서 흔들리는 팔을 밀어냈던 발이다. 지금은 발목만 담그고 있다.
"수술 날짜 잡았어."
"…언제요."
"11월 첫째 주. 서윤 언니가 병원 소개해 줬어. 6개월."
"겨울 MT는요."
"못 가지." 선배가 물을 봤다. "투표 몰 수도 없고."
내가 웃었다. 선배도 웃었다. 그런데 웃음이 끝나고 나서 선배가 물을 본 채로, 딴청 없이, 아주 작게 말했다.
"…무서워."
세 글자였다. 물 무서운 사람한테 5미터를 가르친 사람이, 물 옆에 발을 담근 채로, 무섭다고 했다. 수술이 무서운 건지, 6개월이 무서운 건지, 아니면 —
"규칙 넷이요." 내가 말했다. "말로 했네요."
"…응."
"접수."
선배가 나를 봤다. 그리고 물을 봤다. 그리고 다시 나를 봤다.
"수술하면."
"네."
"옆에 있어. 내기 아니고."
— 12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