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12화. 내기 아니고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옆에 있어. 내기 아니고.
나는 그 여섯 글자를 6번 레인 벽에서 받았다. 선배는 그 말을 하고 물을 봤다. 아 덥다도, 아이스크림도, 지는 사람도 없었다. 포장이 아예 없는 문장. 두 달 반 동안 이 사람한테 받은 것 중에 처음으로 포장이 없는 것.
"…내기 아니면 뭐예요."
"부탁."
선배가 그 두 글자를 하는 데 3초가 걸렸다. 부탁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의 3초였다. 이 사람은 부탁을 전부 내기로 바꿔서 살아왔다. 너 쓰러지면 내가 업어야 되잖아. 지는 사람이 아이스크림. 그렇게 하면 부탁이 아니라 규칙이 되니까. 규칙은 거절당해도 안 아프니까.
"접수."
"…네 문법 그거 이제 지겹다."
"선배 거예요."
선배가 웃었다. 그리고 발을 물에서 뺐다. 젖은 발이 수영장 바닥에 자국을 남겼다. 나도 뺐다. 자국이 두 개였다.
수술까지 3주. 동아리에는 선배가 직접 말했다. 회장한테, 그다음 전체한테. 동아리방에서.
"어깨 수술. 다음 달. 6개월 못 뛴다. 훈련부장은 회장이 임시로 맡고, 겨울 MT는 못 가. 투표는 알아서들 해."
동아리방이 조용해졌다. 반 박자. 선배는 그 조용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견디지 못해서 웃고, 놀리고, 내기를 만드는 사람. 나는 옆에서 기다렸다. 딴청이 나올지.
"…그리고 5미터."
선배가 나를 봤다.
"쟤 30미터 갔어. 지난주에. 내기 걸 사람 접수. 다음 목표 50미터."
동아리방이 웃음으로 돌아왔다. 열 명이 손을 들었다. 선배는 그 웃음 속에서 자기 자리를 되찾았고, 나는 알았다. 저 사람이 딴청을 친 게 아니라 나를 딴청으로 썼다는 걸. 자기 얘기가 무거워지면 내 얘기로 방을 가볍게 만드는 것. 두 달 반 동안 저 사람이 나한테 쓴 방법이 그거였다. 챙김을 장난으로 포장하는 게 아니라, 자기를 장난으로 포장하려고 나를 챙기는 것.
수술 전 마지막 주말, 선배가 말했다.
"바다 가자."
"…지금 10월인데요."
"10월 바다도 바다야. 물에 안 들어가. 사진 찍으러."
"사진이요?"
"네 카메라. 취미란에 썼잖아. 바다 사진 찍기." 선배가 편의점 앞 벤치에서 아이스크림을 뜯으며 말했다. 10월이라 아이스크림은 차가웠고, 선배는 그래도 먹었다. "MT 때 못 찍었잖아. 발목만 담그느라."
"찍었어요. 방파제에서."
"멀리서 찍었지. 가까이서 찍게 해 준다고 했잖아. 그거 아직 안 했어."
투표를 몬 이유. 버스에서 반 톤 낮은 목소리로 한 말. 바다 사진 찍는 애가 물을 무서워하면 멀리서 찍잖아. 가까이서 찍게 해 주려고. 나는 그 문장이 MT 3일로 끝난 줄 알았다. 선배한테는 안 끝난 거였다. 특훈은 안 끝났어, 처럼.
"선배는 바다 싫어하잖아요."
"…싫어했지."
"지금도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요."
선배가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시간을 버는 동작. 그리고 이번엔 시간을 다 벌고 나서도 딴청을 안 했다.
"수술하면 6개월 물에 못 들어가. 그 전에 바다 한 번 보고 싶어. 싫어하는 채로. 네가 찍는 거 옆에서."
한 박자.
"…이것도 부탁이야. 내기 아니고."
두 번째였다. 포장 없는 문장. 3주 사이에 두 번. 이 사람이 4년 동안 안 하던 걸 3주에 두 번 했다.
"카메라 챙길게요."
"응."
"근데 선배."
"왜."
"사진에 선배도 들어가요. 바다만 찍는 거 아니에요."
선배가 나를 봤다. 반 박자. 한 박자. 그리고 —
"…아, 덥다."
10월 말이었다. 벤치였다. 아이스크림이 차가웠다. 하나도 안 더웠다. 그런데 이 사람의 덥다는 온도가 아니라 거리라는 걸 이제 아니까, 나는 그 거리가 얼마인지 재 봤다.
벤치 한 칸이었다. 두 달 반 전에는 버스 통로였다.
토요일 아침 8시 40분. 고속버스 터미널.
선배는 표 두 장을 들고 있었다. 동해. 그 해변 마을. 민박집이 아니라 당일 왕복.
"내기하자." 선배가 표를 내밀며 말했다. "바다가 먼저 보이나, 터널이 먼저 나오나."
"그거 MT 때 했잖아요. 터널이 먼저였어요."
"알아. 아는 거 걸면 사기지." 선배가 웃었다. "그러니까 이번엔 사기야. 나는 터널."
"…그럼 저는 뭘 걸어요."
"바다."
버스가 출발했다. 창측이 선배, 통로측이 나. MT 때와 반대였다. 선배가 창문에 머리를 기댔다. 오른어깨가 창에 닿았고, 선배는 그걸 피하지 않았다.
3분 뒤에 터널이 나왔다. 선배가 이겼다. 사기로.
"지는 사람이 —"
"호두과자요. 알아요."
"아니." 선배가 창밖을 보며 말했다. 터널 속 어둠에서. "지는 사람이 사진 찍어. 오늘 하루 종일. 이기는 사람은 찍히고."
사기로 이긴 사람이 고른 상이 '찍히는 것'이었다. 바다를 싫어하는 사람이 바다 앞에서 찍히겠다는 것. 나는 그 내기의 규칙이 이번엔 하나도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 13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