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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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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8화. 규칙 넷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괜찮아요."

선배가 말했다. 웃으면서. 서윤이라는 사람은 3초쯤 그 웃음을 보다가, "그래" 하고 관중석으로 돌아갔다. 더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방식으로 뭔가를 아는 사람의 뒷모습이었다.

훈련은 평소대로였다. 6번 레인, 18미터, 됐네. 그런데 선배가 물 밖으로 나가는 걸음이 평소보다 빨랐고, 관중석 쪽을 한 번도 안 봤다.

서윤 씨와 얘기한 건 그 주 수요일이었다. 우연이었다. 우연이라고 해 두자.

훈련 끝나고 자판기 앞. 서윤 씨가 커피를 뽑고 있었고, 나는 이온음료를 뽑으러 갔다. 서윤 씨가 먼저 말을 걸었다.

"네가 5미터구나."

"…네. 박도하예요."

"지유가 25미터 만든다는 애. 훈련 보니까 20은 가겠던데."

"선배가 잘 가르쳐서요."

서윤 씨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물을 봤다. 지유 선배가 그러는 것처럼.

"걔 고등학교 때 전국 순위권이었어. 25미터, 50미터 둘 다. 나랑 같은 팀이었고, 나보다 빨랐어."

"…들었어요. 조금."

"어깨는? 얘기해?"

"조금이요. 접었다고."

서윤 씨가 나를 봤다. 반 박자.

"수술 권유받았어. 2학년 때. 안 했어. 수술하면 6개월 못 뛰니까. 6개월 못 뛰면 그해 대회 못 나가니까. 대회 나가려고 수술 안 하고 뛰다가 —" 서윤 씨가 말을 잘랐다. 선배가 잘라 내는 방식과 비슷했다. "— 그 뒤로 접은 거야. 수술은 아직도 안 했을걸."

나는 이온음료 캔을 든 채로 서 있었다. 4년. 수술을 안 한 어깨로 4년. 그 어깨로 매일 아침 6번 레인에 들어와서, 내가 팔을 젓기 시작하면 25미터를 건너오고, 킥판을 왼손으로 들고.

"왜 저한테 말해 줘요?"

"네가 물어볼 것 같아서. 걔한테 직접. 그러면 걔가 또 웃으면서 넘길 거고." 서윤 씨가 커피를 다 마셨다. "걔 웃는 거, 4년 전엔 저렇게 안 웃었어. 물어보지 마. 대신 —"

"대신요?"

"…옆에 있어. 걔가 안 웃어도 되는 자리에."

나는 그 문장을 자판기 앞에서 받았다. 물어보지 말라는 말과 옆에 있으라는 말이 같은 사람 입에서 나왔다는 게, 이 사람이 4년 전의 지유 선배를 아는 사람이라는 증거였다.

목요일, 20미터.

킥판 없이. 어깨 힘 빼고. 앞에 선배가 있었고, 뒷걸음질 대신 그냥 서 있었다. 20미터 지점에서. 나는 갔다. 벽을 잡는 대신 선배 손을 잡았다. MT 새벽 5미터의 도착점이 그랬으니까.

"…됐네."

이번 됐네는 조금 달랐다. 선배가 내 손을 반 박자 늦게 놨다.

물 밖. 수영장 바닥에 둘이 앉았다. 회색 조명 아래. 선배가 오른어깨를 왼손으로 감싸지 않았다. 감싸는 대신 나를 봤다.

"규칙 하나 더 만들자."

"…규칙 넷이요?"

"응. 넷." 선배가 손가락을 하나 접었다. 규칙 셋을 세던 그 손으로. "나한테도 말로 해. 힘들면."

나는 그 문장을 두 번 들었다. 규칙 셋은 나한테 준 거였다. 힘들면 말로 한다. 부표 잡고 버티기 없이. 그런데 규칙 넷은 —

"그거 제 규칙 아니잖아요. 선배 규칙이잖아요."

"…응."

"선배가 힘들면 말로 하는 거잖아요. 저한테."

선배가 물을 봤다. 딴청이 나올 차례였다. 아 덥다. 나는 기다렸다. 이번엔 안 나올 것 같았고, 안 나왔다.

"…어제 서윤 언니랑 얘기했지."

"네."

"뭐래."

"옆에 있으래요. 선배가 안 웃어도 되는 자리에."

선배가 3초 동안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아주 작게, 놀림도 내기도 없이.

"…그 언니 말 많네."

"선배도요. 오늘은."

선배가 웃었다. 늦은 웃음. 그리고 그 웃음이 끝나고 나서도 물을 보고 있었다. 안 웃어도 되는 자리에서, 안 웃고.

"규칙 넷. 접수."

"접수요?"

"너 문법. 빌렸어."

대회 전날 금요일.

훈련이 끝나고 게시판 앞을 지나는데, 참가 명단에 글씨가 하나 늘어 있었다. 맨 아래. 박도하 — 25미터 아래. 훈련부장 글씨로, 그런데 평소보다 작게.

「김지유 — 25미터.」

나는 그 이름을 봤다. 오늘 아침엔 없었다. 훈련 끝나고 적은 거다. 규칙 넷을 접수하고 나서. 내가 내기를 걸고 열흘 만에.

선배는 이미 수영장을 나간 뒤였다. 나는 게시판 앞에 서서, 내기의 조건이 성립됐다는 걸 확인했다. 선배가 나가면 내 25미터가 유효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긴 기분이 아니었다. 4년 동안 수술 안 한 어깨가 내일 25미터를 간다는 걸, 내가 걸어 놓은 내기로 만든 것 같아서.

휴대폰이 울렸다. 선배였다. 메시지 한 줄.

「내기 조건 충족. 내일 8시. 지각비 없음. — 아, 덥다.」

문자로 덥다는 사람은 처음 봤다.

— 9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