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7화.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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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 안 나가? 기록 보유잔데?"
개강 첫 훈련, 동아리방. 회장이 참가 명단을 들고 물었다. 열몇 명이 동시에 지유 선배를 봤다. 선배는 킥판을 정리하다가 고개도 안 들고 대답했다.
"훈련부장이 뛰면 누가 코치하냐. 올해는 코치."
"작년에도 훈련부장이었잖아."
"작년엔 신입이 없었지. 올해는 5미터가 있잖아. 얘 25미터 만들어야 돼. 내기 걸린 게 열두 명이야."
동아리방이 웃음으로 채워졌다. 열두 명이 내 25미터에 아이스크림을 걸었고, 그 중 아홉 명이 '못 간다'에 걸었다는 걸 나는 그날 알았다. 선배는 '간다'에 걸었다. 혼자.
회장은 더 묻지 않았다. 선배의 대답은 앞뒤가 맞았으니까. 앞뒤가 맞는 대답이 사실인 것과 전부인 것은 다르다는 걸, 동아리방에서 아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오른어깨를 왼손으로 감싸고 앉아 있던 회색 수영장 바닥을, 나만 봤으니까.
3주짜리 특훈이 시작됐다.
6시 수영장. 지각비. 1번 레인과 6번 레인. 그런데 첫날부터 선배는 6번 레인에 들어와 있었다. 자기 훈련을 안 했다.
"선배는 안 해요?"
"코치는 물 밖에서 하는 거야."
"물 안에 계신데요."
"…6번 레인은 얕아서 물 밖이나 마찬가지야."
10미터. 킥판 없이. 선배가 앞에서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MT 새벽 바다에서 했던 그대로. "여기 있어. 10미터." 나는 갔다. 팔을 고친 각도로, 어깨 힘을 빼고, 앞사람이 물러나는 만큼만.
"됐네."
12미터. 15미터. 매일 아침 선배는 됐네를 한 번씩 했다. 놀림이 줄었다. 내기는 있었다. 지는 사람이 아이스크림. 그런데 선배는 매번 자기가 졌다고 했다. "오늘 15미터 못 갈 줄 알았는데. 내가 졌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두 개. 하나는 정확한 높이로 날아왔다.
선배의 오른팔은 물 밖에서 항상 자연스러웠다.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애쓰는 게, 이제 보였다. 킥판을 왼손으로만 드는 것. 머리를 왼손으로만 넘기는 것. 아이스크림을 왼손으로 던지는 것 — 던지는 건 원래 왼손이었나. 모르겠다. 두 달 전의 나는 그런 걸 안 봤다.
둘째 주 목요일, 나는 처음으로 내기를 걸었다.
편의점 앞. 아이스크림. 선배가 포장을 뜯는 동안.
"선배. 내기 하나 해요."
"오, 5미터가 내기를 걸어. 성장했네. 뭔데."
"선배가 대회 25미터 안 나가면, 제가 25미터 가도 무효예요."
선배의 손이 멈췄다. 포장 반쯤 뜯긴 채로.
"…그게 무슨 내기야."
"내기예요. 조건이 있잖아요. 선배가 나가면 제 25미터가 유효, 안 나가면 무효."
"무효면 어떻게 되는데."
"아이스크림 두 달, 제가 사요. 25미터 가도요."
선배가 나를 봤다. 웃음기가 사라졌다. 놀리려던 얼굴이 아니었다. 정색이었다. 선배가 정색하는 건 두 가지 경우뿐이라고 동기들이 말했었다. 물 무서워하는 사람을 비웃을 때, 그리고 억지로 시키는 분위기일 때.
"야."
"…네."
"억지로 시키는 거, 나 그거 싫어해. 알지."
"알아요."
"근데 지금 그거잖아."
"아니에요. 내기예요."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반 걸음도. "억지는 선배가 싫어도 시키는 거고, 내기는 선배가 지면 사는 거예요. 선배가 나한테 두 달 동안 한 거잖아요. 5미터, 10미터, 15미터. 전부 내기였어요. 억지 아니었어요."
선배가 3초쯤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포장을 마저 뜯었다.
"…네 문법 아니잖아, 그거."
"선배 거 빌렸어요."
"돌려줘."
"25미터 가면요."
선배가 웃었다. 늦은 웃음. 진 사람의 웃음이 아니라 — 뭐라고 해야 하나 — 진 게 싫지 않은 사람의 웃음.
"…생각해 볼게. 아, 덥다."
9월 초였다. 저녁이었다. 조금 더웠다. 처음으로 덥다가 맞는 날이었다 — 그런데 그 말은 여전히 온도가 아니라 거리였다.
셋째 주 월요일, 수영장에 낯선 사람이 있었다.
관중석. 트레이닝복. 우리 또래보다 한두 살 위로 보이는 여자가 앉아서 물을 보고 있었다. 관리 아저씨 말로는 대회 초청 코치라고 했다. 타 대학 수영부. 대회 운영을 도우러 미리 왔다고.
그 사람이 지유 선배를 봤다. 그리고 선배도 그 사람을 봤다. 반 박자. 한 박자.
"…지유야."
그 사람이 관중석에서 내려왔다. 선배는 킥판을 든 채로 서 있었다. 왼손으로.
"오랜만이다. 4년?"
"…응. 서윤 언니."
"여기서 훈련부장 한다며. 대회 명단에 네 이름 없던데."
선배가 웃었다. 평소의 웃음으로. 완벽하게.
"코치라서요. 신입 하나 25미터 만들어야 돼서."
서윤이라는 사람은 그 웃음을 받지 않았다. 대신 선배의 오른쪽을 봤다. 어깨를. 4년 만에 본 사람이 제일 먼저 본 곳이 거기였다.
"…어깨는?"
— 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