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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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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4화. 3시간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버스가 톨게이트를 지날 때까지 지유 선배는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였다.

얘기가 좀 길다고 했다. 3시간이라고 했다. 그런데 20분이 지나도록 선배는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옆자리에서 아이스크림 막대를 들고 있었다. 녹은 건 다 먹었고 막대만 남았는데 버릴 데가 없었다.

"…막대 이리 줘."

선배가 손을 내밀었다. 막대를 받아서 자기 것과 겹쳐 재킷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창밖을 본 채로 말했다.

"7명한테 개인 톡 보냈어. 마감 10분 전에."

시작이었다. 선배 목소리는 평소의 반 톤 아래였다.

"'바다 찍어. 아이스크림 산다.' 그렇게. 7명 다 1분 안에 찍었어. 우리 동아리 애들 아이스크림 앞에서는 빠르거든."

"…그게 몰표 7개."

"응. 산 11, 바다 7이었으니까 7개 더 받으면 14. 3표 차. 계산은 미리 해 놨어."

나는 단톡 화면을 다시 떠올렸다. 8시 50분과 51분 사이. 우연이라기엔 정확한 그 1분. 선배는 정확한 사람이다. 파도에서 내 팔을 잡을 때도, 등에 손이 들어올 때도. 그 정확함이 투표에도 쓰였다는 게 이상하게 놀랍지 않았다.

"왜요."

"뭐가."

"바다 싫어한다면서요. 왜 바다로 몰았어요."

선배가 창문에서 머리를 뗐다. 나를 봤다. 반 박자. 그리고 다시 창밖을 봤다.

"…네 신청서."

"제 신청서요?"

"가입 신청서. 취미란에 뭐 썼는지 기억나?"

기억났다. 별생각 없이 썼다. 취미: 바다 사진 찍기. 특기란은 비웠다. 수영 동아리 신청서에 특기를 비운 사람은 나뿐이었을 것이다.

"바다 사진 찍는 애가 물을 무서워하면 사진을 어디서 찍겠냐." 선배가 말했다. 짧게. 조용하게. "멀리서 찍잖아. 방파제 위에서. 발목도 안 담그고. 그거 너무 —"

말이 끊겼다. 선배가 입술을 한 번 물었다 놓았다.

"— 가까이서 찍게 해 주려고. 그게 다야."

버스가 터널에 들어갔다. 어두워졌다. 나는 선배의 옆얼굴을 봤다. 웃음기가 없었다. 모닥불 앞의 얼굴. 파도에서 내 팔을 잡을 때의 얼굴. 이 사람은 그 얼굴을 나한테 벌써 네 번째 보여 주고 있었고, 매번 뭔가로 덮었는데, 지금은 —

"아, 덥다."

덮었다. 선배가 에어컨 송풍구를 자기 쪽으로 돌렸다. 버스 안은 덥지 않았다.

터널을 나오자 선배는 평소로 돌아와 있었다.

"근데 너 그거 알아? 신청서 특기란 비운 거, 동아리 역사상 네가 처음이야. 회장이 그거 보고 '얘 뭐냐' 했는데 내가 뽑자고 했거든."

"…선배가요?"

"응. 특기 없는 애가 수영 동아리 오는 게 진짜 특기지. 내기하자. 너 이번 학기 안에 25미터 가나 못 가나."

"25미터요?"

"5미터 갔잖아. 5배면 25미터. 산수 못 해?"

"그건 산수가 아니라 —"

"지는 사람이 아이스크림 한 달."

"한 달이요?"

"말대꾸. 두 달."

이 내기의 규칙은 여전히 어딘가 잘못돼 있었다. 나는 그걸 따지지 않았다. 대신 다른 걸 물었다.

"선배."

"왜."

"7명한테 아이스크림 샀어요?"

"…샀지. 마감 다음 날. 편의점에서."

"제 건 안 사고요."

선배가 나를 봤다. 그리고 아주 잠깐, 웃음이 늦게 왔다. 평소의 웃음이 아니라 늦은 웃음.

"네 건 오늘 샀잖아. 수료 기념. 그게 그거야."

그게 그거가 아니었다. 7명 것은 투표 값이고 내 것은 수료 값이다. 계산이 다르다. 그런데 선배는 그 둘을 같은 걸로 치고 있었다. 챙김을 전부 내기와 값으로 포장하는 사람의, 포장이 얇아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생각하다가 휴게소를 놓쳤다.

서울에는 4시에 도착했다.

동아리방 앞에서 짐을 나눴다. 다들 지쳐서 인사가 짧았다. "수고!" "다음 주 훈련!" 캐리어 바퀴 소리가 여러 방향으로 흩어졌다. 나는 지하철역 쪽이었고, 지유 선배는 —

"야, 5미터."

돌아봤다. 선배가 캐리어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다. 3시간 동안 얘기가 길다더니 실제로 말한 건 10분이었다. 나머지 2시간 50분은 자거나 놀리거나 내기였다.

"다음 주 수영장. 6시. 지각비 유지."

"…MT 끝났는데요."

"MT는 끝났지."

선배가 캐리어를 돌렸다. 그리고 등을 보인 채로, 지나가듯, 마지막 한 마디.

"특훈은 안 끝났어."

캐리어 바퀴 소리가 멀어졌다. 나는 지하철역 입구에 서서 그 등을 봤다. 오른쪽 어깨가 왼쪽보다 아주 조금 낮았다. 새벽 바다에서 문지르던 그 어깨.

특훈은 안 끝났다. 그러면 뭐가 끝나야 끝나는 건지, 선배는 말하지 않았다.

— 5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