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29화. 1년 만의 방파제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고속버스가 출발하고 10분쯤 지났을 때, 나는 이 동아리에 들어온 걸 한 번도 후회하지 않고 있었다.
1년 전 이 자리에서 세 번째로 후회하던 사람이었다. 통로 쪽에서 목소리가 떨어졌다.
"야, 5미터."
김지유 선배가 내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4학년. 훈련부장. 마지막 MT. 동아리 사람들 말로는 '물살'의 여름 그 자체 — 그 말은 1년 동안 안 바뀌었다.
"너 바다 찍었지? 얼굴에 써 있어."
"…써 있죠. 월요일에 찍었으니까."
"써 있어. 여기." 선배가 자기 미간을 두드렸다. "근데 작년이랑 다른 데 써 있네."
"어디요."
"눈."
내기는 안 했다. 바다가 먼저 보이나 터널이 먼저 나오나 — 둘 다 답을 아니까. 아는 거 걸면 사기다. 대신 선배는 창문에 머리를 기댔고, 나는 그 옆에서 창밖을 봤고, 3분 뒤에 터널이 나왔다. 어둠 속에서 선배가 말했다.
"산 찍었어. 작년에."
"…네."
"바다 싫어하니까. 몰아 놓고 나는 산 찍었어. 너만 바다 가면 되니까. 나는 안 가도 되는 줄 알았어. 근데 —" 선배가 말을 잘랐다. 그리고 이었다. "— 가 보니까 나도 바다에 있더라. 방파제에 네가 서 있고, 물에 내가 서 있고. 그게 사진에 찍혔고."
"올해는요."
"찍었지. 8시 59분에. 마감 1분 전에. 처음이야, 바다."
터널이 끝났다. 선배가 창문에서 머리를 뗐다. 딴청이 나올 차례였다. 안 나왔다. 대신 —
"아, 덥다."
"…거리 재는 거 그만뒀다면서요."
"응. 이건 그냥 더워서. 6월이잖아."
1년 동안 거리를 재던 말이 온도로 돌아왔다. 그게 이 버스에서 제일 큰 변화였다.
민박집은 그대로였다. 아주머니가 "어머, 또 왔네!" 하고 김치를 세 접시 내왔다. 방파제도 그대로였다. 바다는 여름의 색이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흐릿하고, 파도 소리가 마당까지 올라왔다.
오후 자유 수영. 부원들이 함성을 지르며 뛰어들었다. 나는 발목까지 담그고 — 3초. 그리고 들어갔다. 허리. 가슴. 발이 안 닿는 데까지. 바다에서 처음이었다. 수영장 50미터와 바다 5미터는 다른 물이다. 파도가 있고, 소금이 있고, 바닥이 안 보이고.
"5미터!"
저만치서 선배가 소리쳤다. 물을 튀기며. 1년 전 그 자리에서. 그런데 이번엔 놀리는 게 아니었다.
"거기 발 안 닿아! 규칙 둘!"
"압니다!"
"규칙 하나! 팔 닿는 거리!"
선배가 헤엄쳐 왔다. 소리 없이. 저항 없이. 내 팔 닿는 거리에서 멈췄다. 물속에서 서로를 보면서 떠 있었다. 파도가 우리를 같이 들었다 내렸다.
"…무서워?"
"네. 조금."
"나도. 바다는 아직."
"근데 들어왔잖아요."
"네가 들어왔으니까."
우리는 5미터를 갔다. 나란히. 바다에서. 방파제까지. 아무도 뒷걸음질로 물러나지 않았다. 둘 다 앞으로만 갔다. 방파제 돌을 잡았을 때 선배가 물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5미터!! 바다에서!! 야! 아무도 없냐!"
이번엔 사람이 있었다. 열두 명. 그리고 열두 번째 신입이 발목까지 담그고 서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1년 전의 내 자리에서.
새벽 6시. 방파제 앞.
킥판 두 개가 모래에 세워져 있었다. 선배가 준비운동 중이었다. 5시부터. 그건 안 봐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열두 번째 신입이 옆에서 하품을 하고 있었다.
"지각. 3분. 아이스크림 하나."
"선배가 6시라고 했잖아요."
"6시 3분이니까 3분이지. 계산 빠르네."
1년 전 문장이었다. 한 글자도 안 바뀐. 그런데 이번엔 그 문장을 신입한테 하고 있었다. 신입이 "네?" 했다. 나는 웃었다. 그리고 선배가 나를 봤다.
"5미터. 너는 저쪽."
"…어디요."
"코치 자리. 물 밖. 규칙 하나부터 넷까지 얘한테 설명해. 네 문법으로."
신입이 나를 봤다. 물 무서운 얼굴로. 1년 전 내 얼굴로. 나는 규칙 하나부터 말했다. 팔 닿는 거리 밖으로 안 나간다. 발 닿는 데까지만. 힘들면 말로. 그리고 —
"규칙 넷은 뭐예요?"
"…그건 나중에. 힘들어질 때."
선배가 신입을 물에 넣었다. 물이 좀 깊은 마당이라고 생각해. 숨 뱉어. 가라앉기 전에 내가 잡아. 어제 잡았잖아. 나는 방파제에 앉아서 그 문장들을 들었다. 1년 전에 나한테 왔던 문장들이 다른 사람한테 가는 걸. 하나도 안 아까웠다. 그 문장들은 원래 저 사람 거니까. 나한테 온 건 그 문장들 뒤에 있던 것들이었다.
신입이 떴다. 일곱 번째인가 여덟 번째에.
"오." 선배 목소리. "떴네. 너 지금 떠 있어."
마지막 날 아침. 배식 줄. 선배가 국자를 들고 있었다. 1년 전과 같은 자리에서. 앞사람들의 식판에 카레가 한 국자씩 떨어질 때마다 선배의 입에서 한 마디씩 떨어졌다.
내 차례.
"야, 5미터."
선배가 카레를 얹으며, 아주 지나가듯 말했다.
"오늘 6시 — 아니."
국자가 허공에서 멈췄다.
"지금."
"…지금요?"
"방파제 앞. 지금. 카레는 나중에."
선배가 국자를 옆 사람한테 넘겼다. 열두 번째 신입이 받았다. "네?" 줄이 밀렸다. 선배는 앞치마를 벗고 마당을 가로질렀다. 나는 카레 한 국자가 얹힌 식판을 든 채로 3초 서 있다가, 식판을 내려놓고 따라갔다.
방파제 끝. 아침 바다. 여름의 색.
선배가 거기 서 있었다. 바다를 등지고. 가을에 찍힌 그 얼굴로. 나는 그 앞에 섰다. 팔 하나 폭.
"야, 신입."
1년 만에 그 호칭이었다. 5미터가 아니라.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았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문장이 나올 거라는 뜻.
"너 그거 알아?"
— 30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