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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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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30화. 4표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너 그거 알아?"

선배가 바다를 등지고 서 있었다. 아침 7시 40분. 방파제 끝. 카레는 마당에서 식고 있었고, 열두 번째 신입이 국자를 든 채로 이쪽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이번 투표, 사실은—"

1년 전 이 자리에서 끊긴 문장이었다. 버스 경적이 울렸고, 서울 가서 말해 준다고 했고, 3시간짜리 얘기가 10분이었다. 그 문장을 선배가 1년 만에 같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했다.

"— 알아요."

내가 말했다. 선배가 멈췄다.

"0표 몰았죠. 저한테 한 명 보냈는데 저는 이미 찍은 뒤였고. 그러니까 올해 몰린 표는 없어요. 다 자기 발로 온 표예요. 16표 전부."

"…알고 있었네."

"결과 화면 봤어요. 명단까지."

선배가 3초 동안 아무 말도 안 했다. 파도가 두 번 왔다 갔다. 그리고 —

"아니."

"…아니요?"

"한 표 몰았어."

선배가 나를 봤다. 웃음기 없이. 평소보다 짧고 조용하게. 1년 전 이 자리에서 "…누가 그래"라고 하던 그 목소리로.

"내 거. 8시 59분에. 내가 나를 몰았어."

"…선배 표가 왜 몰린 표예요."

"평생 바다 안 찍던 사람이 바다 찍으려면 누가 몰아야 되잖아. 아이스크림 산다고. 근데 나한테 그렇게 보낼 사람이 없어서 — 내가 나한테 보냈어. 마감 1분 전에. '바다 찍어. 아이스크림 산다.' 그리고 찍었어."

나는 그 말을 받았다. 자기가 자기한테 개인 톡을 보내는 사람. 아이스크림 산다고. 바다로 오라고. 4년 동안 바다를 싫어하던 사람이 자기를 바다로 데려가려고, 작년에 나한테 쓴 방법을 자기한테 쓴 것이다.

"…아이스크림은요."

"내가 나한테 샀지. 어제. 편의점에서. 두 개."

"두 개요?"

"하나는 —"

선배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아이스크림이 아니었다. 아이스크림 막대였다. 두 개. 겹쳐진. 1년 전 버스에서 내 손에서 받아 재킷 주머니에 넣었던 그것.

"이건 작년 거. 버스에서. 네 거랑 내 거. 1년 갖고 있었어."

"그러니까 4표 차야."

선배가 막대 두 개를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네 거 하나, 내 거 하나, 그리고 알아서 온 표 열넷. 작년엔 3표 차였고 그중에 내 표는 산에 있었어. 올해는 4표 차고 내 표가 바다에 있어. 그게 다야. 그게 이번 투표의 사실은—"

"— 이에요?"

"응. 사실은, 이야."

선배가 바다를 돌아봤다. 등지고 있던 바다를. 여름의 색. 파도. 방파제 아래 물. 1년 전엔 이 사람이 이 바다를 등지고 서서 나한테 실토를 시작했고, 버스 경적에 끊겼고. 오늘은 경적이 없었다. 출발은 오후 1시였다. 5시간 넘게 남았다.

"…얘기 길어요?"

"응. 3시간은 넘어."

"근데 지금 다 한 것 같은데요."

선배가 웃었다. 늦은 웃음. 그리고 그 웃음 끝에서, 바다를 본 채로 —

"안 끝났어. 특훈이 안 끝났듯이."

"…뭐가 남았는데요."

"규칙 여섯."

"규칙 여섯이요?"

"응. 5까지 있잖아. 하나부터 넷은 내 거, 다섯은 네 거. 여섯은 —"

선배가 방파제에서 한 걸음 나한테 왔다. 팔 하나 폭이 반 폭이 됐다. 벤치 한 칸, 세면대 폭, 문 하나, 동아리방 폭. 재던 거리들 중에 제일 짧은 것.

"— 둘이 만드는 거. 내용은 아직 없어. 그건 —"

선배가 거기서 멈췄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는 얼굴로.

"…아니다. 그건 나중에."

"…물음표예요, 마침표예요?"

"마침표. 근데 네가 물음표로 바꿔도 돼."

마당에서 회장이 소리쳤다. "밥 식는다! 5미터! 지유!" 우리는 방파제를 걸어 나왔다. 나란히. 반 폭. 재지 않고.

열두 번째 신입이 국자를 든 채로 우리를 봤다. 물 무서운 얼굴로. 그런데 그 얼굴이 어제 새벽에 떴다. 일곱 번째인가 여덟 번째에.

"선배님, 카레 식었는데요."

"식은 카레도 카레야." 선배가 앞치마를 다시 맸다. "내기하자. 식은 카레가 맛있나 없나. 지는 사람이 —"

"저 안 걸어요." 신입이 말했다. "선배님 내기 규칙이 이상하다고 5미터 선배님이 그랬어요."

동아리방 — 아니, 민박집 마당이 웃음으로 채워졌다. 선배가 나를 봤다. 배신자, 라는 눈. 나는 카레를 받았다. 식은 카레. 한 국자. 그리고 반 국자 더. 평소보다.

버스는 오후 1시였다.

창측이 선배, 통로측이 나. 논이 지나갈 것이다. 규칙적일 것이다. 그리고 선배가 창밖을 보며 뭐라고 할지, 나는 안다. 통계적으로. 마음속으로.

그런데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선배가 창문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서울까지 3시간이다. 규칙 여섯 얘기, 좀 길어."

"…그거 아까 나중에라면서요."

"나중이 지금이야."

파도 소리가 멀어졌다. 1년 전엔 이야기가 지금부터였고, 오늘은 —

이야기가 계속이었다.

— 시즌 1 끝. (시즌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