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28화. 한 명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한 명한테 보낸다고 했다. 나는 그 한 명이 누군지 5월 31일 저녁 8시 50분까지 몰랐다.
투표는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에 열렸다. 산 vs 바다. 작년과 같은 형식. 마감 저녁 9시. 나는 월요일에 바로 찍었다. 바다. 조건이었으니까. 내 한 표. 4표 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
화요일, 산 8 바다 6. 수요일, 산 10 바다 9. 목요일 —
"이상한데요."
편의점 벤치. 선배가 아이스크림을 뜯고 있었다. 오른손으로. 5월 말, 습관을 고치는 중이었다. 반쯤.
"뭐가."
"바다가 알아서 늘어요. 아무도 안 몰았는데."
"…안 몰았지. 아직."
"근데 목요일에 바다 12예요. 산 11."
선배가 아이스크림을 봤다. 그리고 웃었다. 평소의 웃음. 그런데 그 웃음이 뭔지 나는 이제 안다.
"애들이 알아서 찍는 거야. 작년에 뭐가 있었는지 아니까. 5미터랑 25미터랑 4위랑. 바다가 그거잖아, 이 동아리에서."
"그럼 몰 필요 없잖아요."
"…있어. 한 명."
금요일 8시 50분. 마감 10분 전. 산 12, 바다 12.
동점이었다. 동아리방에서 다들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회장이 "이거 재밌네"라고 했다. 열두 번째 신입이 "저 아직 안 찍었어요"라고 했다. 몇 명이 더 안 찍었다. 4학년 몇 명, 그리고 —
선배가 동아리방 소파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왼손으로. 습관은 반쯤만 고쳐졌다. 그리고 나를 봤다. 반 박자.
내 휴대폰이 울렸다.
개인 톡. 김지유.
「바다 찍어. 아이스크림 산다.」
작년에 7명한테 보낸 그 문장. 한 글자도 안 바뀐. 나는 화면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선배가 소파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웃지 않는 얼굴로.
"…저 이미 찍었는데요. 월요일에."
"알아."
"그럼 왜 보내요."
"몰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
선배가 휴대폰을 내려놨다.
"작년에 7명한테 보냈잖아. 바다로 오라고. 그건 네 신청서 때문이었고, 너를 바다 가까이 데려가려고 한 거였고. 근데 올해는 —" 선배가 말을 잘랐다. 그리고 잘린 자리에서 이었다. "— 올해는 데려갈 사람이 없어. 네가 이미 바다야. 그러니까 한 명한테 보내는 건, 몰려고 보내는 게 아니라 —"
"…아니라요?"
"작년이랑 같은 문장을 너한테 한 번 보내 보고 싶어서. 이번엔 네가 답을 알고 받게."
8시 55분. 열두 번째 신입이 찍었다. 바다 13. 8시 57분, 4학년 둘이 찍었다. 산 13, 바다 14. 8시 59분 —
9시 정각.
바다 16. 산 12.
4표 차.
동아리방에서 환호가 났다. "바다다!" "작년이랑 똑같네!" "3표 차 아니고 4표 차!" 회장이 결과 화면을 캡처해서 단톡에 올렸다. 선배는 소파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화면을 봤다. 바다 16. 내 표 하나. 선배가 몬 표 — 0. 나는 이미 찍었으니까. 그러니까 올해 몰린 표는 없었다.
"…0표 몰았네요."
"응. 0표."
"조건은요. 내가 한 표 보태서 4표 차."
"보탰잖아. 월요일에. 4표 차 됐고."
선배가 웃었다. 늦은 웃음. 그리고 소파에서 일어나면서 아주 작게.
"아이스크림은 내가 사. 문장 보냈으니까."
그날 밤, 나는 작년 투표를 다시 봤다. 동아리 단톡. 1년 전 5월. 스크롤을 한참 올려서.
〈여름 MT 여행지 결정〉 바다 14, 산 11. 마감 10분 전 몰표 7개. 나는 그걸 작년 철수 날 봤다. 그런데 그때 안 본 게 있었다. 투표 참여자 명단. 누가 뭘 찍었는지.
바다 14명. 이름을 하나씩 봤다. 7명의 동기. 회장. 3학년들. 2학년들. 그리고 —
김지유가 없었다.
바다 14명 중에 김지유가 없었다. 나는 산 11명을 봤다. 나. 동기 몇 명. 그리고 —
김지유.
작년에 선배는 산을 찍었다. 바다로 7표를 몰아 놓고, 자기는 산을 찍었다. 바다를 싫어하는 사람답게. 몰아 놓은 바다에 자기 표는 안 넣은 채로. 그러니까 작년 바다 14는 선배 없는 14였고, 3표 차는 선배가 자기 표를 산에 둔 채로 만든 3표 차였다.
나는 화면을 오래 봤다. 이 사람은 작년에 바다로 가고 싶지 않았다. 나를 바다 가까이 데려가고 싶었을 뿐이다. 자기는 산에 남은 채로.
올해 결과 화면을 다시 열었다. 바다 16명. 명단.
김지유.
있었다. 바다 16명 중에. 8시 59분에 찍은 표. 마감 1분 전. 자기 이름으로. 4표 차의 마지막 표.
한 명한테 보낸다고 했다. 그 한 명은 나였고, 나는 이미 찍은 뒤였고, 그러니까 몰린 표는 0이었다. 그런데 자기 발로 온 표가 하나 있었다. 평생 바다를 안 찍던 사람의.
휴대폰이 울렸다. 선배.
「내일 6시. 방파제 앞 — 아니, 수영장. 지각비. MT 전 마지막 특훈.」
「선배.」
「왜.」
「작년에 산 찍었죠.」
답이 안 왔다. 3분. 5분. 그리고 —
「…그 얘기는 바다 가서 해. 3시간 아니고, 진짜로.」
— 29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