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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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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26화. 4위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아빠가 풀 옆까지 왔다. 선배 앞에서 멈췄다. 한 칸. 편의점 벤치 한 칸. 관중석 한 칸. 이 부녀의 거리는 늘 한 칸이었다.

"…천천히 하라고 했어."

아빠가 말했다. 큰 손을 어디 둘지 모르는 채로.

"뒤에서 밀지 말라며. 그래서 앞에서 —"

"들렸어."

선배가 말을 끊었다. 자르는 게 아니라, 받는 방식으로.

"물속에서. 들렸어. 아빠 거."

두 사람이 아무 말도 안 했다. 풀 옆. 관중석 소리. 다른 레인 시상. 그 소음 속에서 두 사람만 조용했다. 물속처럼. 나는 옆에 서 있었다. 안 웃어도 되는 자리에. 두 사람 다 안 웃고 있었다.

"4위네."

아빠가 말했다. 전광판을 보며.

"…응. 4위."

"9초 느리고."

"응."

아빠가 큰 손을 들었다. 선배 어깨로 가려다가, 오른쪽이라는 걸 알고, 멈췄다. 그리고 그 손으로 자기 눈을 한 번 훔쳤다.

"…4위 처음 봤다. 네가."

"나도."

"1위만 봤는데."

"…나도."

선배가 웃었다. 젖은 얼굴로. 세 번째 종류의 웃음. 그리고 아빠가 — 웃지는 못했다.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번. 큰 손을 무릎 대신 옆구리에 붙인 채로. 그리고 돌아서서 관중석으로 올라갔다. 서윤 씨가 첫 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팔짱을 풀고.

내기 정산은 편의점 벤치였다. 대회 저녁. 아이스크림. 4월 말.

"기록 대비." 선배가 말했다. "너는 0.9초 줄였고, 나는 5초 늘었어. 내가 졌어."

"네."

"그러니까 내가 몰아. 여름 MT. 바다로. 3표 차."

"네."

"…근데 조건 하나 추가."

선배가 아이스크림 포장을 뜯었다. 왼손으로. 오른손으로도 뜯을 수 있게 됐는데 왼손으로. 습관이 6개월이면 굳는다.

"내가 몰 때 네가 한 표 보태."

"…제가요?"

"응. 그러면 3표 차가 아니라 4표 차잖아. 작년이랑 달라야지. 작년은 내가 혼자 몰았고 올해는 —"

"둘이서요."

"…응. 둘이."

나는 아이스크림을 받았다. 정확한 높이로 날아온 걸. 4표 차. 작년 투표와 1표 다른 것. 그 1표가 내 것. 이 사람이 내기에 진 사람한테 조건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포장이 얇았다. 아니, 포장이 아니었다. 이제 이 사람은 포장을 안 한다. 그냥 돌려 말할 뿐이다. 돌려 말하는 건 포장이 아니라 습관이다.

"선배."

"왜."

"4위 어땠어요. 진짜로."

선배가 아이스크림을 봤다. 반 박자. 그리고 —

"…좋았어."

"1위보다요?"

"1위는 안 들으려고 간 거였고, 4위는 들으면서 간 거니까. 비교가 안 돼."

대회 다음 주. 동아리방. 봄 대회 사진이 단톡에 올라왔다.

25미터 일반부 결과 사진. 4번 레인. 벽을 짚은 선배. 그 사진 아래 댓글이 달렸다. 「지유 선배 복귀 ㅊㅋ」 「4위면 뭐 어때 6개월 만인데」 「근데 이 사진 뒤에 관중석 첫 줄 누구임」. 그리고 회장의 댓글. 「보호자.」

선배가 그 댓글을 봤다. 동아리방 소파에서. 휴대폰을 왼손으로 들고. 그리고 나를 봤다.

"…보호자래."

"네. 신청서에 그렇게 썼으니까요."

"4년 만에."

선배가 휴대폰을 내려놨다. 소파에 기대서 천장을 봤다. 딴청이 나올 자리였다. 안 나왔다. 대신 —

"5미터."

"네."

"나 물어볼 거 있어. 내기 아니고, 규칙도 아니고."

"…뭔데요."

"너 여름 MT 투표 때 산 찍었지. 작년에."

"네. 물 무서워서요."

"올해는."

나는 3초 동안 생각했다. 이 사람 문법을 빌리자면. 그리고 이 사람 문법을 돌려줬으니까, 내 문법으로.

"바다요. 근데 이유가 작년이랑 반대예요."

"…반대?"

"작년엔 물이 무서워서 산이었고, 올해는 물이 무서운데도 바다예요. 무서운 게 없어진 게 아니라, 무서운 데로 가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까."

선배가 천장을 본 채로 아무 말도 안 했다. 10초. 그리고 아주 작게, 놀림도 내기도 딴청도 없이, 이 봄에서 제일 작게.

"…나도. 반대야."

이 봄에서 제일 작은 소리였고, 동아리방 소파에서 천장을 보며 한 말이라서, 나는 그게 이 사람이 물 밖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물속 같은 말이라는 걸 알았다.

"뭐가요."

"물속이 조용해서 들어갔는데, 이제 시끄러운데도 들어가. 네 소리 들으려고."

동아리방 문이 열렸다. 열두 번째 신입이었다. "선배님들, 여름 MT 투표 공지 언제 올라와요?" 선배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평소의 얼굴로. 완벽하게.

"5월 마지막 주! 마감 9시! 아이스크림 준비해!"

신입이 "네?" 했다. 나는 웃었다. 저 애한테는 저 문장이 처음이니까. 그리고 이번엔 나도 알았다. 저 완벽한 웃음이 도망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걸. 안 웃어도 되는 자리에서, 웃기로 한.

— 27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