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25화. 두 소리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물속은 조용했다.
50미터. 25미터 벽. 턴. 돌아오는 25미터. 팔이 무거워지는 지점을 나는 알았다. 30. 35. 40. 45. 거기서 소리가 들어올 차례였다. 발 닿는 데까지. 코치 자리에서.
들어왔다. 그런데 하나가 아니었다.
"발 닿는 데까지!"
선배 목소리. 그리고 그 뒤에, 반 박자 늦게, 다른 목소리.
"5미터!!"
열두 명. 물살 자리. 그 애들도 소리치고 있었다. 5미터가 별명인 사람의 50미터를. 물속에서 두 소리가 겹쳐서 들어왔다. 나는 그 겹친 소리로 5미터를 갔다.
50. 벽.
고개를 들었다. 전광판. 기록. 내 최고 기록보다 0.9초 빨랐다. 코치 자리에서 선배가 손뼉을 치고 있었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그리고 입 모양.
'됐. 네.'
25미터 일반부. 30분 뒤.
나는 코치 자리에 섰다. 선배가 30분 전에 서 있던 자리. 트레이닝복. 왼손으로 오른팔을 감싸는 대신 — 그건 선배 동작이니까 — 팔짱을 꼈다. 손이 떨려서 낀 게 아니었다. 그냥 꼈다. 서 있으려고.
4번 레인. 김지유.
출발대에 섰다. 4년 전 영상의 열여덟과 같은 레인. 그런데 얼굴이 달랐다. 웃지 않는 건 같았다. 그때는 아무것도 안 보는 얼굴이었고, 지금은 —
관중석을 봤다. 첫 줄. 큰 손. 선배가 그 사람을 봤다. 3초. 그리고 시선을 돌려서 코치 자리를 봤다. 나를. 반 박자. 그리고 물을 봤다.
관중석은 조용했다. 첫 줄 오른쪽 끝에서 아무 소리도 안 났다. 큰 손이 무릎 위에 있었다. 서윤 씨가 그 옆에서 팔짱을 낀 채였다. 안 밀고 보기만 하겠다던 사람이, 그걸 하고 있었다. 4년 동안 안 해 본 것을.
출발 신호.
선배가 물에 들어갔다. 소리 없이. 저항 없이. 5미터, 10미터. 느렸다. 옆 레인들이 앞으로 나갔다. 15미터 —
오른팔이 흔들리지 않았다.
재활이 잡아 준 각도. 6일 동안 물에 안 들어가고 스트레칭만 한 어깨. 느린 대신 안 흔들리는 팔. 나는 코치 자리에서 소리쳤다.
"발 닿는 데까지!!!"
풀 옆에서. 관중석 소리에 묻히지 않게. 물속으로 들어갈 만큼. 발 안 닿는 레인에서 발 닿는 데까지라는 말이 안 되는 말을, 이제 선배가 아는 뜻으로.
20미터.
그때 관중석에서 소리가 났다.
"지유야!!"
큰 소리였다. 첫 줄 오른쪽 끝. 4년 전 영상 속의 그 소리. 지유야, 지유야. 뒤에서 미는 소리. 안 밀겠다던 사람이 —
나는 관중석을 봤다. 아빠가 일어나 있었다. 큰 손을 들고.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말이 —
"천천히!!"
지유야, 천천히. 밀지 않았다. 4년 전에는 지유야 뒤에 아무것도 없었다. 이름만 불렀다. 빨리, 더, 가라는 뜻으로. 오늘은 뒤에 두 글자가 붙었다. 천천히. 뒤에서 미는 소리가, 4년 만에, 앞에서 물러나는 소리로 바뀌어서 물속으로 들어갔다.
선배가 물속에서 그걸 들었는지 나는 몰랐다. 물속은 조용하니까. 안 들려야 되니까. 안 들려야 되는 것들이 이 1년 동안 하나씩 들리게 됐다는 걸, 그 순간엔 셀 여유가 없었다.
25미터. 벽.
선배가 벽을 짚었다. 4위였다. 5명 중에. 기록은 4년 전보다 9초, 지난가을보다 5초 느렸다. 전광판이 그 숫자를 띄웠다. 관중석은 다른 레인 1위한테 환호했다. 물살 자리는 조용했다. 열두 명이 4위한테 환호하는 법을 몰라서.
그런데 첫 줄에서 손뼉 소리가 났다. 하나. 큰 손이 치는 손뼉. 그리고 그 옆에서 서윤 씨가 쳤다. 둘. 그리고 물살 자리에서 열두 번째 신입이 쳤다. 셋. 그다음은 세지 못했다.
선배가 물 밖으로 나왔다. 오른팔을 늘어뜨리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내리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애쓰지 않고. 수건을 받았다. 이번엔 내가 던졌다. 정확한 높이로. 선배가 받았다. 왼손으로.
내 앞에 왔다. 젖은 채로. 나는 서 있었고, 선배도 서 있었다. 코치 자리에서. 올려다보지도 내려다보지도 않고.
"…들렸어."
선배가 말했다. 숨이 고르지 않았다.
"둘 다."
"…네."
"네 거. 발 닿는 데까지. 20미터에서. 그리고 —"
선배가 숨을 골랐다. 관중석 첫 줄을 안 봤다. 보지 않고 말했다.
"— 지유야, 천천히. 그것도. 물속에서. 안 들려야 되는데 들렸어."
"…어땠어요."
선배가 나를 봤다. 웃지 않는 얼굴로. 젖은 얼굴로. 그리고 짧게, 조용하게, 딴청 없이.
"…4년 만에 처음으로 안 도망갔어. 물속에서. 들으면서 갔어."
관중석에서 아빠가 내려오고 있었다. 계단을. 큰 손으로 난간을 잡고. 선배가 그걸 봤다. 등을 돌리지 않았다. 도망가지 않고, 서서, 기다렸다.
— 26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