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24화. 물러나는 소리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서윤 씨가 다음 날 왔다. 훈련 시간에. 관중석이 아니라 풀 옆으로. 선배 어깨를 눌러 보고, 팔을 들어 올려 보고, 30도, 60도, 90도.
"염증. 가벼운 거. 무리해서 그래. 45분을 45분 넘게 했지."
선배가 대답 안 했다. 그게 대답이었다.
"출전은 돼. 25미터까지는. 근데 오늘부터 대회까지 물 금지. 스트레칭만. 대회 날 25미터 딱 한 번. 그 이상은 안 돼. 알았어?"
"…알았어요."
"알았다고 하고 어기면 다음엔 안 봐줘." 서윤 씨가 나를 봤다. "얘 옆에 있어. 물 못 들어가게."
"규칙 하나요. 팔 닿는 거리 밖으로 안 나가게."
서윤 씨가 웃었다. "…너희 둘 진짜 이상해." 그리고 갔다.
물 금지 6일. 선배는 6시에 왔다. 매일. 관중석에. 물에 안 들어가고. 나는 3번 레인에서 50미터를 갔고, 선배는 관중석에서 됐네를 했고, 훈련이 끝나면 편의점 벤치.
D-3, 벤치. 아이스크림. 4월이었다.
"내기 취소할까."
선배가 말했다. 포장을 뜯으며.
"…왜요."
"25미터 한 번이면 기록 못 줄여. 스트레칭만 6일 했는데. 그러면 내가 지는 거야. 지면 여름 MT 투표 몰아야 되고. 그게 —"
"그게요?"
"…네가 원하는 대로 안 되잖아. 네가 이기는 건데, 네가 이기면 내가 모는 거고. 이 내기 구조가 이상해."
내기의 규칙이 잘못됐다. MT 첫날 버스에서 내가 생각했던 말이다. 이 사람 내기는 늘 어딘가 잘못돼 있었다. 이긴 사람이 호두과자를 받고, 벌칙인데 같이 라벨을 뜯어 주고. 그런데 나는 이번 건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취소 안 해요."
"…왜."
"지는 사람이 투표 몰기잖아요. 그건 져도 좋은 내기예요. 선배가 지면 선배가 몰고, 제가 지면 제가 몰고. 어느 쪽이든 바다예요. 그러니까 —"
"…그러니까?"
"이기려고 하는 내기가 아니라, 어느 쪽이든 되는 내기예요. 선배가 처음 걸었잖아요. 킥판에. 그때 선배도 알고 건 거잖아요."
선배가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시간을 버는 동작. 그런데 이번엔 시간을 벌고 나서 딴청이 안 나왔다. 대신 —
"…알고 걸었어."
"네."
"어느 쪽이든 되는 걸로."
선배가 벤치에서 앞을 봤다. 4월 저녁. 편의점 불빛. 그리고 짧게, 조용하게, 이 봄에서 제일 짧고 조용하게.
"…근데 보고 싶은 게 있어. 대회에서."
"뭔데요."
"내가 뒤에서 미는 소리 들어도 갈 수 있는지. 아빠가 관중석에 앉아 있고, 4년 전이랑 같은 자리에서, 그 소리가 들려도. 도망 말고. 선택으로. 물속에 있는 게 도망이 아니라 선택인지."
"…들리면요."
"들리면 네 소리도 들리겠지. 발 닿는 데까지. 두 개 다 들으면서 25미터 가는 거. 그게 보고 싶어."
나는 아이스크림을 든 채로 그 말을 받았다. 두 개 다 들으면서. 미는 소리와 물러나는 소리. 그 둘을 물속에서 동시에 듣고, 그래도 가는 것. 이 사람이 4년 동안 물속으로 도망가면서 못 해 본 것.
"기록은 상관없어요?"
"…없어. 끝까지 가는 거. 대회 때처럼."
"그럼 선배가 지겠네요. 기록 대비면."
"응. 지겠지."
선배가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이 끝나고 나서.
"…그러면 내가 몰아. 여름 MT. 바다로. 3표 차로. 작년처럼."
대회 아침. 8시.
교내 수영장 관중석이 찼다. 물살 자리. 열두 명. 그 옆에 열두 번째 신입, 강 사진 찍는 애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첫 줄 —
첫 줄 오른쪽 끝. 점퍼. 큰 손. 무릎 위에 올린 채로. 그 옆에 서윤 씨. 팔짱. 두 사람은 말을 안 했다. 그냥 앉아 있었다. 관람 신청서를 낸 사람과, 말이 많아서 안 온다던 사람이.
50미터 신입부 — 아니, 이제 신입이 아니었다 — 2학년부. 나는 3번 레인이었다. 25미터 일반부는 내 다음이었다. 선배는 4번 레인.
4번. 4년 전 영상의 그 레인.
출발대에 섰다. 물이 아래 있었다. 발 안 닿는 물. 1년 전 발목만 담그던 사람이 50미터 출발대에 서 있었다. 코치 자리에 선배가 있었다. 트레이닝복. 팔짱은 안 꼈다. 왼손으로 오른팔을 감싸고 있었다.
입 모양이 보였다.
'발. 닿는. 데.'
그리고 하나 더. 1년 전엔 없던 입 모양.
'나. 도.'
발 닿는 데까지, 나도. 코치가 선수한테 하는 말이 아니었다. 같은 물에 들어갈 사람이 하는 말이었다.
출발 신호가 울렸다.
— 25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