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22화. 보호자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관람 신청서 얘기는 편의점 벤치에서 했다. 3월 셋째 주. 아이스크림 대신 따뜻한 캔커피. 선배가 왼손으로 캔을 땄다.
"관람 신청서 들어왔대요. 봄 대회."
"…누구."
"아빠요. 관계란에 선수 보호자라고."
선배의 손이 멈췄다. 캔을 든 채로. 딴청이 나올 차례였다. 아 덥다. 3월 벤치에서 캔커피를 들고. 나는 기다렸다.
"…아, 더 —"
선배가 거기서 멈췄다. 덥다가 끝까지 안 나왔다. 처음이었다. 이 사람이 딴청을 시작했다가 스스로 끊은 건. 거리를 재는 말이 재기를 포기한 순간이었다.
"…안 되겠다, 이건."
"뭐가요."
"덥다로 안 덮어져. 너무 커서."
선배가 캔커피를 벤치에 내려놨다. 그리고 앞을 봤다. 편의점 불빛. 3월 저녁.
"4년 동안 관중석에 안 왔어. 대회를 안 나갔으니까. 내가 안 나가서 저 사람이 못 온 거야. 근데 이번엔 나가고, 저 사람이 신청서를 냈어. 보호자로."
"…네."
"보호자. 그 단어를 저 사람이 썼다는 게 —"
선배가 말을 잘랐다. 4년 전이랑 같은 자리에서 자르는 게 아니었다. 새로운 자리였다.
"— 뒤에서 밀던 사람이 앉아서 보겠다는 거잖아. 신청서 내고."
"오라고 할까요."
선배가 나를 봤다. 반 박자. 한 박자.
"…오라고 해."
세 글자. 캔커피를 다시 집으며. 그리고 아주 작게, 덧붙였다.
"네가 말해. 나는 아직 물 밖이 —"
"무서워요?"
"…응. 규칙 넷."
인계는 6개월 유예됐다. 회장이 공식으로 발표했다. "지유가 졸업할 때까지 훈련부장. 그 뒤는 그때 정한다." 동아리방에서 다들 "그래야지" 했다. 나는 안도했다. 6개월 더 배우는 자리에 있어도 된다는 뜻이었다.
진로 얘기는 그다음 주에 나왔다.
"재활 트레이너 자격증."
선배가 1번 레인 벽에 앉아서 말했다. 재활 허가가 45분으로 늘었다. 발 닿는 데까지는 여전했다.
"…자격증이요?"
"서윤 언니가 알려 줬어. 수영 재활 쪽. 물 근처. 어깨 아픈 사람들 물에 넣어 주는 거."
"선배 어깨로요?"
"내 어깨라서. 아픈 걸 아는 사람이 하는 게 낫대."
물 근처. 3월 첫째 주에 선배가 자기 다음을 처음 말했을 때 붙였던 말. 그게 이거였다. 물을 도망갈 데로 쓰던 사람이, 남을 물에 넣어 주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물러나는 만큼만 가면 되는 앞자리를, 직업으로.
"그거 저한테 한 거잖아요."
"…뭐가."
"물에 넣어 주는 거요. 2년째."
선배가 물을 봤다. 발목만 담근 채로. 그리고 딴청 없이.
"…그러네. 자격증은 없었는데."
대회 D-30. 훈련.
선배 25미터, 나 50미터. 같은 시간, 다른 레인. 선배는 1번, 나는 3번. 6번 레인은 이제 안 썼다. 얕은 레인은 새로 들어온 열두 번째 신입 것이 됐다. 강 사진 찍는 애. 선배가 그 애한테 킥판을 던져 주는 걸 나는 3번 레인에서 봤다. 정확한 높이로. "너 쓰러지면 내가 업어야 되잖아." 그 애가 "네?" 했다. 나는 웃었다. 저 문장이 저 애한테는 처음이니까.
선배 25미터는 느렸다. 4년 전 기록보다 8초. 대회 때보다 4초. 오른팔 각도는 흔들리지 않았다. 재활이 각도를 잡아 줬다. 대신 속도를 가져갔다.
"느리다."
선배가 벽을 잡고 말했다.
"안 흔들려요, 팔."
"…응. 안 흔들려. 대신 안 나가."
"둘 중 하나면 안 흔들리는 게 낫죠."
"…5미터가 코치를 해."
"규칙 다섯이요."
선배가 웃었다. 그리고 물 밖으로 나가서, 내 레인 옆에 앉았다. 3번. 발을 담그고. 나는 50미터를 갔다. 돌아오는 25미터에서 팔이 무거워졌고, 45미터에서 —
"발 닿는 데까지."
옆 레인에서. 소리치지 않고. 그냥 말했다. 물속으로 들어올 만큼만.
50. 벽.
"됐네."
"…선배 그거 돌려드렸는데요."
"돌려받았지. 근데 대회 날은 네가 해."
"뭘요."
선배가 발을 물에서 뺐다. 자국. 그리고 나를 봤다. 웃지 않는 얼굴로. 안 웃어도 되는 자리에서.
"소리쳐. 대회 날. 내가 25미터 갈 때. 발 닿는 데까지."
"…관중석에 아빠 계신데요."
"그러니까." 선배가 말했다. 짧게, 조용하게. "아빠 소리 대신 그거 들을 거야. 물속에서. 지유야 지유야 말고. 발 닿는 데까지. 그러면 뒤에서 미는 소리가 아니라 앞에서 물러나는 소리가 되니까."
D-21. 서윤 씨한테서 문자가 왔다. 나한테.
「아버님이 나한테도 연락하셨어. 대회 전에 지유 한 번 보고 싶으시대. 4년 전 일 사과하고 싶다고. 근데 지유한테 직접 말할 용기가 없으시대. 네가 옆에 있어 줄 수 있냐고 물으시더라. — 걔한테 말해. 나는 말 많아서 안 돼.」
나는 그 문자를 3번 레인 벽에서 읽었다. 4년 전 일. 사과. 관중석에서 큰 손을 흔들던 사람이 사과할 게 뭔지 나는 정확히 몰랐다. 40미터에서 흔들리는 팔을 48미터까지 밀어낸 것. 수술 대신 대회. 그런 것들.
선배는 1번 레인에서 25미터를 가고 있었다. 안 흔들리는 팔로. 느리게.
이번엔 내가 말해야 했다. 관람 신청서 때처럼. 규칙 넷은 선배 거지만, 선배가 물 밖이 무서울 때는 —
— 23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