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18화. 그만둘까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퇴원하고 2주. 선배는 수영장에 오지 않았다.
당연했다. 보조기를 찬 팔로 수영장에 올 이유가 없다. 임시 훈련부장인 회장이 6시에 문을 열었고, 나는 6시 3분에 들어갔고, 6번 레인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30미터를 갔다. 35미터. 됐네, 라고 말해 줄 사람이 없어서 내가 혼자 했다. 됐네. 소리가 수영장에 작게 울렸다.
선배는 학교에는 왔다. 수업, 도서관. 동아리방에도 한 번 들렀다. 보조기를 찬 채로 "50미터 내기 접수 현황"을 확인하고 갔다. 열 명이 걸었고, 나는 아직 35미터였다.
편의점 벤치는 매일이었다. 오후 4시 대신 저녁 6시 반. 선배는 왼손으로 아이스크림을 뜯었고, 내기는 안 했다. 걸 게 없다고 문자로 말한 뒤로 내기가 없었다. 대신 딴청이 늘었다. 아 덥다. 12월 초에. 벤치에서. 하루에 두 번.
12월 첫째 주 목요일, 선배가 벤치에서 말했다.
"재활 시작했어. 월요일부터."
"…어때요."
"팔 들어 올리는 거. 30도. 벽에 손 대고. 그게 다야."
"물은요."
"3개월 뒤래. 풀장. 발 닿는 데까지."
선배가 아이스크림을 봤다. 딴청이 나올 차례였다. 12월이니까 아 덥다는 이제 아무 데서나 나온다.
"…수영, 그만둘까."
딴청이 아니었다. 병실에서 아빠가 물었을 때 몰라, 라고 한 그 문장의 뒷부분이었다. 2주 만에 끝을 찾은 건지, 아니면 끝을 못 찾아서 아무 데나 놓은 건지.
"왜요."
"물속이 안 조용해서."
"…제가 소리쳐서요?"
"응." 선배가 나를 봤다. 웃지 않는 얼굴로. "네가 소리친 뒤로 물속에서 소리가 들려. 25미터 때부터. 발 닿는 데까지. 그게 계속 들려. 물속에 들어갈 때마다. 아니, 지금은 물에 못 들어가니까 — 상상하면. 그러면 조용한 데가 없어져. 도망갈 데가 없어. 그러면 수영을 왜 해."
나는 아이스크림을 든 채로 그 말을 들었다. 물속이 조용해서 수영을 시작한 사람이, 물속이 안 조용해져서 수영을 그만두겠다고 한다. 그리고 안 조용해진 이유가 나다.
"선배."
"왜."
"MT 때 저 5미터 갈 때요."
"…응."
"선배가 앞에서 뒷걸음질로 물러났잖아요. 내가 여기 있어, 하면서. 그때 저는 물이 무서운 게 안 변했는데 갔어요. 앞에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이 물러나는 만큼만 가면 되니까."
"…그랬지."
"물속이 조용한 게 좋았던 건, 도망갈 데였으니까잖아요. 아빠 소리, 코치 소리, 지유야 지유야. 그 소리 안 들리는 데. 근데 그건 물속이 좋은 게 아니라 물 밖이 무서운 거라고, 선배가 D-3에 말했어요."
선배가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러면 지금 물속에서 들리는 소리는 도망갈 데가 없어진 게 아니라 —" 나는 아이스크림을 내려놓았다. "— 물 밖이 안 무서워진 거 아니에요? 소리가 들려도 되는 거요. 발 닿는 데까지, 그건 미는 소리가 아니잖아요. 물러나는 소리잖아요."
선배가 나를 봤다. 오래. 12월 벤치에서. 딴청이 나올 차례가 세 번은 지났는데 안 나왔다.
"…너 언제부터 그렇게 말이 길었냐."
"선배가 짧아지면 제가 길어져요. 규칙이에요."
"…무슨 규칙."
"다섯."
선배가 웃었다. 늦은 웃음. 눈이 붉어지는. 그리고 그 웃음 끝에서 선배는 아이스크림을 왼손에 든 채로, 짧고 조용하게, 딴청 없이.
"…그만 안 둘게."
딴청이 세 번 지나간 자리에서 나온 다섯 글자였다. 병실에서 끝을 못 찾던 문장이, 12월 벤치에서 끝을 얻었다.
"네."
"근데 물속에서 네 소리 들리면, 그건 규칙 위반이야. 발 안 닿는 데서 뛰어든 거랑 같은 거."
"…지각비요?"
"아니." 선배가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시간을 안 벌고. "그건 내가 봐줄게. 도망 안 가는 조건으로."
12월 둘째 주, 동아리 단톡.
〈겨울 MT 여행지 결정 — 마감 저녁 9시〉
스키장 vs 바다. 겨울 바다에 가자는 사람은 원래 없다. 스키장 12, 바다 3. 마감 1시간 전.
선배는 못 간다. 재활 중이니까. 그러니까 이 투표는 선배와 상관없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화면을 보다가, 마감 10분 전에, 동기 다섯 명한테 개인 톡을 보냈다.
「바다 찍어. 아이스크림 산다.」
8시 51분. 1분 안에 다섯 표가 바다로 왔다. 스키장 12, 바다 8. 부족했다. 나는 2학년 세 명한테 더 보냈다. 「바다. 아이스크림 두 개.」 8시 55분. 바다 11. 그리고 8시 58분에 회장이 바다를 찍었다. 이유는 모른다. 바다 12, 스키장 12. 동점.
9시 정각, 마지막 표 하나가 들어왔다.
바다 13. 스키장 12.
누가 찍었는지 확인했다. 투표 참여자 명단 맨 아래.
김지유.
재활 중이라 못 가는 사람이, 마감 정각에, 바다에 표를 던졌다. 나는 화면을 보다가 웃었다. 그리고 문자를 보냈다.
「선배 못 가잖아요.」
답이 바로 왔다.
「알아. 근데 네가 몰고 있길래. 1표 모자라 보여서. — 아이스크림은 네가 사.」
— 19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