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17화. 지는 사람이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입원은 닷새였다.
나는 매일 갔다. 오후 4시, 수업 끝나고. 지각비는 없었다. 선배가 못 걸었으니까. 대신 내가 걸었다.
"내기하자. 오늘 병원 밥 몇 점인지."
"…5미터가 내기를 걸어."
"선배가 못 거니까요. 지는 사람이 —"
"지는 사람이 뭐."
"내일 4시에 지각하기."
선배가 침대에서 웃었다. 오른팔 보조기. 왼손으로 병원 밥 뚜껑을 열면서. "…그게 무슨 벌칙이야." "선배 문법이에요. 벌칙이 벌칙이 아닌 거." 선배는 63점이라고 했고, 나는 58점이라고 했고, 우리는 둘 다 틀렸고, 선배는 그래도 다 먹었다.
셋째 날, 머리 감기.
간호사가 "오른팔 절대 쓰시면 안 돼요" 하고 나갔다. 선배가 왼손으로 세면대 앞에 서서 3분을 버텼다. 왼손 하나로 머리를 감는 건 물리적으로 안 되는 일이었다.
"제가 해요."
"…안 돼."
"왜요."
"너 쓰러지면 내가 업어야 되잖아."
"제가 안 쓰러져요. 선배가 쓰러지죠. 세면대 앞에서 3분째 서 있잖아요."
선배가 나를 봤다. 반박이 안 되는 얼굴로. 자기 문법으로 자기가 당하는 얼굴. 나는 세면대 옆에 섰다. 선배가 고개를 숙였다. 물을 틀었다. 샴푸. 선배의 머리카락이 손에 닿았다. 젖은 채로. MT 새벽 바다에서 물을 튀기며 소리치던 사람의 머리를 병원 세면대에서 감기고 있다는 게, 이상하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 덥다."
세면대 앞에서. 11월 병원에서. 물이 차가운데.
"안 더워요."
"…알아."
거리를 재는 말이었다. 이번엔 얼마인지 나도 알았다. 세면대 폭. 손이 머리에 닿은 거리. — 이 거리에서 덥다는 말이 나온 건, 재는 사람이 처음으로 거리를 늘리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넷째 날, 아빠가 병실에 들어왔다.
내가 있을 때였다. 오후 4시 20분. 문이 열렸고, 큰 손이 문고리를 잡고 있었고, 그 사람은 문턱에서 멈췄다. 4년 동안 안 넘던 문턱.
선배가 침대에서 그 사람을 봤다. 딴청이 나올 차례였다. 휴대폰, 아 덥다, 5미터 얘기. 나는 옆 의자에서 기다렸다.
안 나왔다.
"…들어와."
두 글자. 선배가 아빠한테 한 첫마디였다. 아빠가 문턱을 넘었다. 병실 안으로 두 걸음. 침대 발치에서 멈췄다. 큰 손을 어디 둘지 모르는 채로.
"잘 됐대."
"…응."
"6개월이래."
"…응."
두 사람이 그 뒤로 아무 말도 안 했다. 병실이 물속처럼 조용했다. 나는 일어나려고 했다. 자리를 비워 주는 게 맞았다. 그런데 선배가 왼손으로 내 소매를 잡았다. 짧게. 놓지 않았다.
"…있어."
아빠가 그걸 봤다. 나를 봤다. 그리고 침대 발치에서 아주 낮게 말했다.
"수영. 다시 할 거냐."
선배가 대답하지 않았다. 창밖을 봤다. 11월 오후. 은행나무.
"…몰라."
"그래."
아빠는 그 한 마디를 하고 병실을 나갔다. 문턱을 넘어서. 복도로. 문이 닫혔다. 선배는 내 소매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창밖을 본 채로.
"…들었지."
"네."
"수영 다시 할 거냐고."
"네."
"모르겠어. 진짜로." 선배가 창밖을 본 채로 말했다. 짧고 조용하게. "물속이 조용해서 좋았는데, 이제 안 조용해. 네가 소리쳐서. 발 닿는 데까지라고. 그게 들려. 물속에서. 그러면 물속에 있을 이유가 —"
말이 끊겼다. 선배가 잘라 낸 게 아니었다. 끝을 못 찾은 거였다.
퇴원 전날 밤, 선배가 문자를 보냈다. 14글자짜리가 아니었다.
「내기. 이번엔 내가 건다. 6개월 안에 내가 물에 못 들어가면 내가 지는 거. 지면 —」
거기서 끝나 있었다. 지면, 뒤에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답장을 썼다.
「지면요?」
3분 뒤에 답이 왔다.
「모르겠어. 걸 게 없어. 아이스크림은 이미 두 달 치 빚졌고. 병원비도 내가 냈고. 걸 게 —」
또 끝나 있었다. 나는 병실 앞 복도에서 그 문자를 봤다. 이 사람이 걸 게 없다고 했다. 4년 동안 뭐든 내기로 만들던 사람이, 이번엔 걸 게 없다고.
나는 답장을 썼다. 그리고 지웠다. 세 번. 네 번째에 보냈다.
「그럼 이기세요. 안 지면 안 걸어도 되잖아요.」
답이 없었다. 10분. 20분. 나는 복도에서 기다렸다. 병실 안에서 왼손으로 휴대폰을 쥔 사람이 뭘 쓰다 지우고 있을지 알 것 같았다.
30분 뒤.
「…아, 덥다.」
11월 밤, 병원 복도. 나는 그 세 글자의 거리를 쟀다. 문 하나였다.
— 1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