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16화. 물 밖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네가 5미터구나."
나는 그 손을 잡았다. 큰 손이었다. 4년 전 관중석에서 큰 동작으로 흔들리던 손. 악수는 짧았다. 그 사람은 내 손을 놓고, 병실 문을 봤고, 다시 나를 봤다.
"서윤이한테 들었다. 지유가 너 25미터 만들었다고."
"…네. 선배가요."
"걔가 누굴 가르치는 건 처음이야. 자기 것도 안 하던 애가."
그 사람은 병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복도 의자에 앉았다. 손을 무릎에 올리고. 나는 그 옆에 서 있다가, 서윤 씨의 눈짓을 받고 병실에 들어갔다.
선배는 침대에 앉아 있었다. 환자복. 오른팔에 수술 표시. 왼손으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나를 보고, 반 박자,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2분 남았어?"
"1분요."
"…지각비 없음이라고 했잖아."
"그래도 왔어요."
선배가 웃었다. 평소의 웃음이 아니었다. 환자복을 입은 사람의 웃음. 그런데 그 웃음 뒤에 뭔가가 더 있었다. 복도 쪽을 보는 눈.
"…아빠 봤어?"
"네. 악수했어요."
"뭐래."
"제가 5미터라고요."
선배가 3초 동안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다시 집었다. 딴청. 수술 D-0에 딴청이 돌아왔다. 나는 그걸 막지 않았다. 딴청이 필요한 날도 있다.
"안 들어오셔?"
"…안 들어와. 4년 동안 안 들어왔어. 복도까지 오는 게 최대야, 저 사람은."
"선배는요."
"나도 안 나가. 병실까지가 최대야."
복도와 병실 사이. 문 하나. 4년. 물 밖은 시끄럽다고 했다. 관중석의 지유야, 지유야. 그 소리가 저 문 밖에 앉아 있었다. 큰 손을 무릎에 올린 채로. 그리고 이쪽은 물속처럼 조용했다.
간호사가 들어왔다. 9시 5분 전.
"보호자분은 복도에서 대기해 주시고요. 환자분, 갈게요."
선배가 일어났다. 왼손으로 링거대를 잡았다. 문 앞에서 멈췄다. 문 너머에 아빠가 있었다. 선배는 문을 봤다. 반 박자. 한 박자.
"…5미터."
"네."
"규칙 넷."
"…네?"
"말로 하는 거. 지금 해도 돼?"
"해요."
선배가 문을 등진 채로, 나를 보면서, 아주 작게 말했다.
"무서워. 수술 말고. 문 밖이."
그리고 문을 열었다.
수술은 두 시간이었다.
복도 의자. 나와 서윤 씨와 아빠. 세 명이 나란히 앉아서 두 시간을 기다렸다. 서윤 씨가 커피를 세 잔 뽑아 왔다. 아빠는 커피를 받고 마시지 않았다. 손에 든 채로 수술실 표시등을 봤다.
30분쯤 지났을 때, 아빠가 말했다. 나한테. 표시등을 본 채로.
"물 무섭다며."
"…네. 무서웠어요. 지금도 좀."
"근데 25미터."
"선배가 앞에서 물러나 줘서요. 물러나는 만큼만 가면 된다고."
아빠가 커피를 봤다. 그리고 아주 낮게.
"…나는 뒤에서 밀었어. 4년 동안. 앞에서 물러나는 건 못 했어."
관중석의 큰 손. 지유야, 지유야. 뒤에서 미는 소리. 40미터에서 흔들리는 팔을 48미터까지 밀어낸 것. 나는 그 문장을 받았다. 이 사람이 4년 동안 문 밖에 앉아 있는 이유가 그거였다.
"선배가 그러던데요."
"뭐라고."
"물속에선 안 들렸다고. 그 소리."
아빠가 나를 봤다. 반 박자. 그리고 커피 잔을 내려놓았다. 손이 떨렸다. 큰 손이.
"…그래. 그랬겠지."
11시 10분, 표시등이 꺼졌다.
선배가 침대에 실려 나왔다. 마취가 덜 깬 얼굴. 오른팔에 보조기. 간호사가 "잘 됐어요"라고 했다. 서윤 씨가 먼저 다가갔고, 아빠는 의자에서 일어났고, 나는 —
선배가 눈을 반쯤 떴다. 복도 천장을 봤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세 명 중에 —
"…5미터."
나를 찾았다. 마취 덜 깬 목소리로. 내기도 딴청도 없이.
"…왔어?"
"네. 2분 전에요."
"…됐네."
선배가 다시 눈을 감았다. 침대가 병실로 들어갔다. 아빠는 복도에 남았다. 문이 닫혔다. 서윤 씨가 내 어깨를 한 번 쳤다. "네가 있어서 됐네, 라고 한 거야. 알지?" 나는 알았다.
문 밖에서 아빠가 커피를 마셨다. 식은 커피를. 두 시간 만에 처음으로. 물속에서 안 들리던 소리가, 마취 덜 깬 딸이 다른 사람 이름을 먼저 부르는 걸 문 밖에서 들었다는 걸, 나는 그때 몰랐다.
— 17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