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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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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15화. 신청서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수술 D-3, 수요일 저녁. 편의점 앞 벤치.

선배가 가방에서 종이를 꺼냈다. 버스에서 본 그 종이. 여러 번 접힌 자국. 내 앞에 놓았다. 아이스크림 대신.

"면접 3일 전에 봤어. 회장이 서류 정리하는 거 도와주다가."

"…네."

"취미란. 바다 사진 찍기. 수영 동아리 신청서에 그걸 쓴 애는 네가 처음이었어. 특기란 공란도 처음이었고. 근데 그것 때문이 아니야."

선배가 종이를 뒤집었다. 자기소개란. 내 글씨. 세 줄. 수영 동아리에 지원하는 이유. 나는 그 세 줄을 기억했다. 무난하게 썼다. 운동을 시작하고 싶어서, 동아리 분위기가 좋아 보여서, 뭐 그런 것.

그런데 세 줄 아래에 지운 자국이 있었다.

네 번째 줄. 썼다가 지웠다. 볼펜으로 쓰고 수정액으로 덮은 자국. 나는 그걸 잊고 있었다. 신청서를 쓰던 밤에 한 줄을 더 썼다가, 너무 솔직해서 지웠다.

선배가 그 자국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수정액 얇게 발라서 비쳐. 불빛에 대면. '물이 무섭지만 배우고 싶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거 보고 뽑기로 했어. 면접 전에. 면접에서 네가 뭐라고 하든 뽑으려고. 회장한테는 특기 없는 애가 진짜 특기라고 했지만, 그건 포장이고."

"…왜요."

선배가 종이를 봤다. 딴청이 나올 차례였다. 3주째 안 나오고 있는 딴청.

"나도 물이 무서웠던 적이 있어."

"…선배가요?"

"소리 때문에. 물속이 조용해서 좋았던 게 아니라, 물 밖이 시끄러워서 물속으로 도망간 거야. 그게 무서운 거였어. 물이 아니라 물 밖이. 근데 결국 같은 거야. 무서운 데로 들어가는 거."

선배가 종이를 접었다. 접힌 자국대로. 여러 번 접은 사람의 손놀림으로.

"물이 무섭지만 배우고 싶다는 애를 보고, 나는 물 밖이 무서운데 물속에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반대인데 같아서. 그래서 뽑았어. 그리고 —"

"그리고요."

"— 그래서 표를 몰았어. 바다로. 이 애가 바다 가까이 가면 나도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건 신청서 얘기 다음에 안 거지만."

세 개였다.

비밀이라고 부를 만한 게 이 사람한테 세 개 있었고, 나는 그걸 여름부터 하나씩 받았다. 투표를 몬 것. 어깨. 그리고 신청서. 세 번째가 첫 번째보다 먼저 있었던 거였다. 순서가 뒤집혀 있었다. 신청서를 보고, 뽑고, 표를 몰고, 방파제에서 나를 보고, 새벽 5시부터 어깨를 풀고, 6시에 킥판 두 개를 세워 놓고.

"선배."

"왜."

"MT 때 물었잖아요. 왜 나를 불러내냐고. 새벽 특훈에."

"…물었지."

"몰라도 된다고 했어요."

"그랬지."

"지금은요."

선배가 나를 봤다. 벤치 한 칸. 편의점 불빛. D-3. 제일 멀쩡한 날. 그리고 내기도, 상도, 민폐 프레임도 없이 —

"알아도 돼."

한 박자.

"이제 다 알잖아."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샀다. 11월이었다. 차가웠다. 선배는 그래도 먹었다. 벤치에서. 왼손으로 포장을 뜯으면서.

"수술 날."

선배가 아이스크림을 보며 말했다.

"금요일 오전 9시. 서윤 언니가 오고, 아빠가 와."

아빠. 영상 속 관중석에서 손을 흔들던 사람. 물속에서 안 들렸다던 소리. 선배가 그 단어를 두 번째로 입에 올렸다. 첫 번째보다 조금 덜 짧게.

"…4년 만에 보는 거야. 아빠. 대회 안 나가고부터."

"괜찮아요?"

"몰라. 물 밖이잖아. 시끄러울 거야."

선배가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시간을 버는 동작. 그런데 이번엔 시간을 다 벌고 나서, 선배가 나를 봤다. 그리고 물었다. 이 사람이 나한테 뭔가를 물은 건 처음이었다. 내기가 아니라 질문으로.

"…와 줘?"

세 글자. 물음표가 붙은. 지는 사람이 아이스크림도, 옆에 있어 내기 아니고도 아닌. 그냥 질문. 답이 아니오일 수도 있는 형태로 물은 것. 이 사람이 4년 동안 안 하던 걸 하고 있었다. 무서운 데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규칙 넷이요."

"…응."

"말로 했네요. 물음표로."

선배가 웃었다. 늦은 웃음. 눈이 붉어지는 웃음. 11월 편의점 앞에서.

"접수?"

"접수."

금요일 오전 8시 40분. 병원.

수술 병동 복도. 나는 8시 38분에 도착했다. 2분 남았다. 병실 문 앞에 서윤 씨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낯선 사람이 있었다.

50대. 점퍼. 손이 큰 사람. 관중석에서 큰 동작으로 손을 흔들던 그 실루엣이 사람으로 서 있었다.

그 사람이 나를 봤다. 서윤 씨가 뭔가 귓속말을 했다. 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한테 걸어왔다. 손을 내밀었다. 큰 손.

"네가 5미터구나."

물속에서 안 들렸다던 목소리가, 물 밖에서 내 별명을 알고 있었다.

— 16화에서 계속